“쉽게 얻는 도파민, 중독의 유혹을 거절할 줄 아는 10대를 위하여”
김지연 약사(한국가족보건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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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은정 작성일25-07-14 09:38본문
청소년기는 중독되지 않는 법을 배우는 시기여야 한다. 왜냐하면 이 시기는 인생 전체의 기초공사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요즘 10대들을 둘러싼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자극적이다. 손가락 한 번 움직이면 수천 개의 영상이 쏟아지고, 단 3초 안에 뇌를 자극할 음악과 이미지가 재생된다. SNS, 유튜브 숏폼, 게임, 음식, 음란물… . 이 모든 것은 단 하나의 공통점을 갖는다. 쉽게 도파민을 분비시키는 중독적 요소라는 점이다.
이처럼 쉽게 흥분시키고, 쉽게 반복하게 만들며, 쉽게 생각을 멈추게 하는 모든 것은 10대 청소년들에게 깊은 함정이 된다.
문제는, 이 시기야말로 인생 전체의 ‘뿌리’를 심는 시기라는 것이다. 미국의 교육학자 로버트 헤비거스트(Havighurst)는 청소년기에 반드시 이루어야 할 8가지 발달과업을 제시했다. 이 과업들은 곧 성숙한 어른이 되기 위한 준비이다. 그 8가지는 다음과 같다. 1)남성과 여성으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받아들이고 2)자기 신체에 만족하며 3)부모로부터 심리적 독립을 이루고 4)미래 직업을 선택하고 5)경제적 독립을 준비하며 6)가치관을 세우고 7)시민으로서의 책임감을 갖추어가며 8)이성에 대한 개념을 점차 확립해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중요한 과업들을 방해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이 바로 ‘중독’이다. 게임에 빠지면 청소년 발달 과업을 성취하고 준비할 시간과 동기가 사라지고, SNS에 빠지면 타인의 삶과 외모에 집착하게 된다. 음란물은 왜곡된 이성관계를 각인시키고, 성중독적 행위는 자존감에 영향을 미치며, 유튜브 영상은 깊은 사고력을 마비시킨다. 무엇보다 문제는, 중독은 언제나 ‘생각 없이 반복하게 만드는 쾌락’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중독을 이기기 위해서는 단순히 유혹을 참는 것이 아니라, 더 건강하고 의미 있는 방식으로 도파민을 방출시키는 경험을 해야 한다. 이를테면, 하루의 루틴을 스스로 세우고 실천할 때 느끼는 성취감, 악기나 운동을 통해 늘어나는 실력을 체감할 때의 자신감, 진로를 고민하며 영적 멘토와 대화할 때의 지적 감동 등등. 이런 것들은 즉각적인 자극은 아니지만, 삶을 성장시키는 도파민을 준다. 예를 들어보자. 신체 변화가 불편하게 느껴질 때, 거울 속 자신을 외면하기보다 운동을 통해 몸을 돌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친구 관계가 불안할 때, 채팅 앱에 기대기보다 생활 속에서 혹은 실제 캠프에서 직접 대화하는 연습을 해보는 것이 좋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클 때, 불확실성을 덮는 자극적 영상 대신 진로 독서와 영적 멘토링을 통해 자신만의 방향을 잡는 연습을 해야 한다.
부모로부터의 독립도 그렇다. 자유를 원한다면, 그만큼 자기관리가 따라야 한다. 감정을 일기로 쓰고, 용돈을 스스로 관리하며, 기도하거나 말씀 묵상하는 시간을 갖는 것, 이런 습관은 청소년기의 뇌를 성숙하게 만들고, 자존감을 진짜로 높여준다.
반면, SNS에서 ‘좋아요’ 수에 의존해 감정을 조절하려 한다면, 결국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는 불안한 성인으로 성장하게 된다.
중독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내 삶의 주도권을 중독적인 것들에 빼앗기지 않는 것이다. 무언가에 이끌려가며 노예화되어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선택하고, 어디에 집중하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생각하고 결정하는 힘을 갖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자기계발이 아니다. 중독을 이겨내며 청소년기의 발달과업을 잘 완수한 사람은, 건강하고 안정된 성인으로 살아갈 가능성이 훨씬 높다.
우리의 도파민은 지금 어디에서 나오고 있는가? 쉽고 빠르게 흘러가는 쾌락에서 나오고 있는가? 아니면 노역과 인내가 필요하단걸 깨달으며 본인을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나오고 있는가?
중독되지 않는 삶은, 결국 하나님의 진리가 우리를 자유케하며 그 어떤 것에도 노예가 되지 않는 삶인 것이다.그리고 그 삶은 바로 10대 때부터 연습되어야 한다.
애초에 중독적인 것과 중독적이지 않은 것은 거의 구별되어져 있다. 즉 무언가를 충분히 많이 한다고 해서 중독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신앙 훈련, 생활 속 운동이나 학습, 악기, 연주, 그림 그리기, 독서, 공예 활동 등 충분히 즐겁지만 다소의 노력이 필요한 것들은 도파민이 방출된다 하더라도 중독되기가 어렵다. 우리가 그렇게 평생 동안 공부해도 공부에 중독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즉 도파민을 얻기까지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나 중독적인 것은 단 한 번 노출로도 인간을 노예화할 수 있다. “딱 한 번 필로폰을 했는데 내가 마약에 중독될 줄은 몰랐다”라고 말하는 이인범 경감의 말을 잊지 않아야 될 것이다.그래서 10대의 시간에 10대의 발달 과업을 잘 성취하기 위해 중독적이지 않은 많은 것들을 소개해 주고, 중독적인 것들로부터 마음을 뺏기지 않도록 잘 분류해 주고 지도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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