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기증인 유가족과 이식인 간에 서신 교류 허용 촉구
장기기증본부 "해외는 가능, 우리도 유가족에게 자긍심과 위로 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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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예굼 작성일17-12-12 10:38본문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하 본부)는 지난 12월 8일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뇌사 장기기증인 예우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갖고, 뇌사 장기기증인과 장기이식인간의 서신 교류 허용을 촉구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법적으로 뇌사 장기기증인과 장기이식인과의 정보 공개가 일체 허용되지 않고 있다.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들은 자신의 가족에게서 장기를 이식받은 이식인이 건강히 잘 지내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일체 알지 못하는 상태이다.
이에 죽음 앞에서 용기를 내어 생명을 살린 장기기증인 유가족들에게 자긍심과 위로를 전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서신 교류라도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날 고 이종훈 씨의 어머니 장부순 씨는 “장기기증을 한 후 주변에서 누구도 잘 한 일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지 않아 혼자 오랫동안 괴로워했다”며 “만약 그때 아들의 장기를 이식받은 이식인들이 일상으로 복귀해 건강히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이라도 알게 되었다면 큰 위로가 되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고 편준범 씨의 어머니 박상렬 씨도 “장기를 이식받은 이들이 잘 지내고 있는지 알 길이 없어 답답한 마음이 크다”며 “유가족들이 바라는 것은 아주 단순하고 작은 것이다. 이식인들이 잘 지내고 있다는 그 한 마디 안부이다”고 말했다.
국내에는 서류 교류가 허용이 되지 않지만 해외에는 관계 기관을 통해 감사의 마음이 전달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2016년 미국 애리조나에서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딸의 장기기증을 결정하고 7명의 생명을 살린 고 김유나 양의 어머니 이선경 씨가 나왔다.
이 씨는 “제 딸 유나를 통해 새 생명을 얻게 됐다는 30대 외과 여의사와 신장과 췌장을 동시 이식받았다는 12살의 소년 등의 이식인들의 생명의 기적을 보여준 편지를 받고서 무척 고마웠다”며 “생명을 살린 국내 도너패밀리들도 이 편지들을 받을 수만 있다면 큰 위로를 얻고 살아가게 될 것 같다”고 전했다.
특히 신장과 췌장을 동시이식 받고 건강하게 살고 있는 송범식 씨는 이식인들을 대표해서 이번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송 씨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제게 소중한 생명을 남겨주고 떠나신 기증인을 늘 생각하며 살아왔다. 죽음에서 생명으로 제 삶을 바꿔주신 기증인과 그 가족들에게 꼭 건강해진 저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편지로나마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 더욱 죄책감을 갖고 살았다”라며 “이식인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통로가 생겼으면 좋겠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과 장기 이식인들은 기자회견 내용을 담은 피켓을 들고 가두 캠페인을 펼쳤다.
한편, 2000년 2월 9일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이하 ‘장기이식법’)』이 시행된 이후로 지난 2016년 말까지 뇌사 장기기증인은 4,172명이다. 하지만 현재 국가가 주도하고 있는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예우사업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에 본부는 지난 2013년부터 도너패밀리(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모임) 예우사업을 진행하여 약 4년 동안 1천 6백 여 명의 도너패밀리를 대상으로 소모임, 문화행사, 일일추모공원, 추모전시회, 미술 및 음악 등을 통한 심리치료, 이식인과의 만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였다.
이후 지난 2015년, 본부는 본부가 진행한 예우 행사에 1회 이상 참여한 도너패밀리 1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하였고, 설문 결과를 통해 이들이 가장 기대하고 바라는 예우사업은 ‘이식인과의 만남’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박진탁 이사장은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생명을 살리는 숭고한 나눔을 실천한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들에 대한 정부의 따뜻한 관심과 격려가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한 하루 빨리 이식인과의 서신 교류가 허용돼 유가족들에게 생명나눔에 대한 자긍심을 선물할 수 있는 날이 있어지길 기대해본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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