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참고 기다려야 … 꿀벌목회로 교회 부흥의 새 비전 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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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17-08-31 10:44본문
양봉으로 농촌교회 자립 발판 놓은 순복음홍성교회 라동옥 목사
본지는 지난 187호부터 <개척교회 생존기> 기획면을 신설하여 척박한 환경에서도 진심과 성실함으로 복음의 씨를 뿌리고 있는 교회들을 소개했다. 도시 상가에서 교회를 개척하여 ‘어묵목회’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엘림순복음교회(서태용 목사), 연천에 땅을 사 농사를 지으며 교회 기초를 다져가고 있는 연천광장교회 한승진 전도사의 ‘초보목회 이야기’를 소개했다.
이번 호에는 농촌교회 이야기다. 농촌사회는 저출산, 급속한 노령화로 목회 환경이 갈수록 황폐화 되어가고 있다.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면서 외진 곳은 사람들이 없다. 마을에서 70은 청춘이다. 그나마 젊은 부부들은 가까운 도시로 출퇴근하며 맞벌이를 하고 있다. 교회에 왕성하게 일할 동력이 없는 것이다. 수 년을 목회해 왔지만 자립하는 것조차 현실적으로 버겁다. 농촌교회가 건강하게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재정적으로 자립되어야 한다.
순복음홍성교회는 홍성읍 외곽에 위치한 23명의 성도들이 모이는 작은교회다. 하지만 강하고 특색있게 왕성한 목회 활동을 펼치고 있다. 라동옥 목사가 양봉을 하면서 자립의 발판을 다졌기 때문이다. ‘꿀벌목회’는 농촌사회에서 풀뿌리 목회를 하는데 중요한 매개체가 되고 있다.
라동옥 목사는 군대를 갔다와서 예수를 영접했다. 가정적으로는 아버지의 암 투병으로 복음화 되었다. 기도원에서 기도하다 너무나 뜨거운 은혜를 체험했다. 하나님의 사랑에 감사하여 신학교에 입학했다. 함께 은혜를 받았던 세 명 중 두 사람은 중도에 다른 길로 갔지만 끝까지 주의 길을 따랐다.
처음에는 삼척에서 교회를 개척했다. 아무것도 없이 오직 사명과 열정만으로 부딪혔다. 현실은 너무나 가혹했다. 청원군에 있는 교회로 부임해 갔지만 여기도 목회가 녹록치 않았다.
1986년 홍성에서 새롭게 목회를 시작했다. 홍성읍 시내에서 한 때는 70명까지 성도가 부흥했다. 교회가 성장하면서 진통을 겪었다. 다시 교회가 허무하게 무너졌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농촌목회를 그만 두려고 가방을 싸는데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그때 하나님이 붙드셨다. 농촌을 사랑하는 하나님의 마음을 알기에 다시 짐을 풀었다.
홍성읍에서 740평을 사서 지금의 자리로 교회를 옮겼다. 10년이 지났지만 외곽이다 보니 자리잡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라동옥 목사도 벌써 69세다. 30년 이상을 농촌교회에서 전심으로 목회했지만 여전히 작은교회다. 재정적으로도 넉넉하지 않다.
“처음 목회를 시작하려고 했을 때 하나님이 책임져 주신다고 분명하게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한 번도 의심하지 않고 믿었습니다. 지금까지 별일을 다 겪었습니다. 좋고 나쁜 날들을 겪으면서 인내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모든 것이 되시는 하나님을 믿습니다. 어려움도 나를 만드시는 하나님의 섭리입니다. 그러기에 참고 기다리는 것입니다.”
농촌교회에서 재정적 자립을 위한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그때 친구 목사가 양봉을 권유했다. 라 목사는 양봉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몇 날을 고민하다가 농촌목회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에 결단을 내렸다. 처음에는 두 통으로 시작했다. 아무런 지식도 없이 무작정 뛰어든 일이기에 첫 해는 실패했다. 그 다음 해에도 별로 수확을 거두지 못했다.
벌은 굉장히 예민하다.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병들고, 날아가 버린다. 꽃피는 시기뿐 아니라 일년 내내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2년 정도 실패하면서 전문적인 지식과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홍성양봉연구회에 들어갔다. 그때부터 실질적인 양봉 농사가 시작됐다.
조금씩 배워가면서 실천하니 나름 노하우가 생겼다. 30,40통으로 늘더니 이제는 수 백 통이 되었다. 봄이 되면 차 6대에 싣고 칠곡, 제천, 안성으로 이동하면서 꿀을 채취한다.
수확물도 확연하게 늘었다. 사실 벌은 버릴 것이 없다. 단순히 꿀만 수확하는 것이 아니라 화분, 봉독, 밀랍 등 모든 부산물이 부가가치가 있다.
양봉은 1년 내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때마다 세심하게 관리가 필요하고, 이동하면서 작업을 해야 한다. 그만큼 손이 많이 간다. 또한 상상 이상으로 예민한 벌이라 손익계산도 모험적이다. 전문적인 지식과 운영 노하우가 필요하다.
라 목사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이제는 제법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오기까지 포기하지 않고 인내한 결과다.
“처음에는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아 실패를 거듭했습니다. 중간에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농촌목회를 그만 두지 않는 이상 달리 방법이 없었습니다. 내가 재정적으로 자립해야 교회도 살고, 교회가 살아야 목회도 살기 때문입니다.”
라 목사는 꿀벌이 준 혜택으로 교회를 새롭게 리모델링했다. 그동안 교회 재정이 약해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나씩 바꿔가면서 새롭게 디자인했다.
특히 1,540만원 하는 고가의 의료기를 구입해 교회에 두었다. 의료기는 농촌에 필요한 선물이다. 의료기에 들어가면 피로를 풀어주는 것은 물론 독소를 제거하고, 건강에 활력을 준다.
어르신뿐 아니라 여성들,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성도들도 사용하지만 지역 주민들에게도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목회에 활력이 생겼다는 것이다.
먼저는 소신있는 설교다. 라 목사는 설교를 대충하지 않는다. 양봉을 하기에 준비에 소홀할까 봐 새벽 2시면 일어난다. 기도를 하고 설교를 준비한다. 그것도 파워포인트로 철저하게 준비해 설교한다. 무작정 헌신만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예수 믿는 사람들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예배의 삶을 더 강조한다. 성도는 삶에 영향력을 미쳐야 한다. 말이 아닌 삶이 예배요, 일터가 선교 현장이다.
목사가 교회 재정에 전적으로 생활을 의존하면 설교가 약해질 우려가 있다. 라 목사는 메시지를 바꿨다. 돈에 대한 설교보다 성도의 삶을 가르친다.
또한 지방회와 지역 사회를 섬길 수 있는 최소한의 재정적 뒷받침이 되니 대외활동에 동력이 생겼다. 무엇보다 목회자 가정의 재정적 자립은 진실한 목회에만 전념하도록 했다.
“목회는 진실함과 진심이 중요합니다. 성도들은 목사의 마음을 보고 예배합니다. 지역사회도 목사가 어떤 사람이냐를 보고 판단합니다. 참고 기다리며 공감과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목사가 진실하게 목회하면 성도들이 따릅니다.”
농촌교회에 어려움은 사실상 목회자 가정의 생활고다. 목회자 자녀들이 학업 중에 있다면 교육비는 더 큰 난관이다. 사명만 가지고 버티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결국 농촌 목회자들이 장기적으로 목회를 하지 못하고 도시로 이직하는 경우는 대다수가 자녀들의 교육문제 때문이다.
꿀벌목회는 교회 재정에 의존하지 않고, 목회자의 생활고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농촌목회에 중대한 매개체가 되고 있다.
자립형 생활터전을 바탕으로 한 목회는 장기목회가 가능하다. 목회는 복음의 꽃씨를 뿌리고 때가 되어 열매를 거두기까지 참고 기다려야 한다. 때로는 바로 수확이 안 되어도 버틸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교회 재정에 의존하지 않고 참고 기다릴 수 있는 꿀벌목회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라동옥 목사는 꿀벌목회를 통해 새로운 목회 비전을 품었다. 다시 한 번 부흥을 위해 도전하는 것이다. 마지막 온 생을 불태워 비상의 날개를 활짝 펴는 것이다.
척박한 환경을 꿀벌의 부지런함으로 딛고 새로운 부흥을 꿈꾸며 비상을 날개를 펴는 라동옥 목사의 마지막 목회 도전을 기대해 본다.
김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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