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론을 바르게 정립하라 ④ - 예정 개념에 대한 이해 -
김성도 목사(총회신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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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예굼 작성일18-09-04 15:52본문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예정’(προοριζω)이란 단어의 근본적인 뜻은 결정된 사람(who)에 있지 않고 사건(what)에 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예정은 인간의 미래의 운명에 관련된 것보다는 인간의 삶과 상태에 관련되어 있다. 즉 ‘그리스도 안에서’ 신자들이 미래에 받게 될 영적인 은총과 축복에 관련되어 있다. 하나님께서는 만세 전에 그리스도 안에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갖가지 은총을 주기로 미리 정하신 것이다.
① 아들의 자격을 위하여 예정하였다.
엡 1:5를 원문대로 번역을 하면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를 아들들이 되게 예정하셨으니”(προορισας ἡμας εις υἱοθεσιαν)라고 할 수 있다. 여기 에이스(εἰς)는 목적을 나타내는 전치사이기에 ‘아들의 자격을 위하여 예정하였다’는 말이다. 하나님 앞에 설 만한 자격이 전혀 없는 자를 그리스도 안에서 위치의 변화, 즉 신분의 변화를 약속한 것이다. 여기에서 예정이라는 단어는 선택적 개념에 연결된 것이 아니라 아들의 자격을 부여하는 것에 연결되어 있다.
하나님께서는 그의 사랑에 근거하여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자녀의 자격을 부여하기로 미리 결정하신 것이다.
② 기업이 되기 위하여 예정하였다.
엡 1:11에는 “우리가 예정을 입어 그 안에서 기업이 되었으니”라고 되어 있다. 여기 기업이라는 의미는 마치 하나님께서 시내산 언약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너희는 열국 중에서 내 소유가 되겠다”(출 19:5)는 말씀처럼 특별한 재산, 소유된 보물을 의미한다(말 3:17). 구약시대에 이스라엘을 구속하여 그의 특별한 기업의 백성 삼으셨던 것처럼 신약시대는 그리스도 안에서 유대인이나 이방인이나 하나님의 소유로서 기업의 백성 삼으셨다는 말이다.
여기에서의 예정(προορισθεντες)이라는 단어는 5절과 같은 단어로 신자들이 기업이 되도록 미리 정해졌다는 의미로 사용되어, 그 개념은 5절과 마찬가지로 운명적 선택의 의미보다는 “하나님의 목적에 의한”(according to the purpose of him) 기업의 은총과 축복에 관계 되어 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계획과 목적은 우리 각 사람이 그리스도 안에서 그의 특별한 소유가 되어 그의 은총을 받는 것이고, 이것은 하나님이 만세 전이 미리 정해놓으신 축복이다.
③ 아들의 형상을 본받기 위하여 예정하였다.
롬 8:29-30을 보면, 예정의 목적이 무엇이며,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알 수 있다. “그 아들의 형상을 본받게 하기 위하여 미리 정하셨으니”(προωρισεν συμμορφους της εἰκονος του υἱου αὐτου). 여기 ‘본받게’(συμμορφος)는 ‘동일하다’(conformed), ‘같은 형상을 갖다’(having the same form with)는 뜻으로 신자가 그리스도와 같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외관상 일치가 아니라 내적으로 동일해지는 것을 말한다. 무엇보다도 그리스도와 같은 삶을 사는 것이다(요일 2:6). 예수님께서 아버지의 뜻을 성취하기 위하여 산 것처럼(요 6:38-39) 신자들은 그리스도를 본받아 하나님의 목적을 이루어드리는 삶을 살아야만 한다(엡 3:11). 여기에서의 “예정”이라는 단어도 구원의 선택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신자들을 “그의 아들의 형상을 삶 가운데서 닮게 하려는” 목적, 또한 인격적으로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기를 원하시는 목적에 따라 예정했다는 말이다.
④ 우리의 영광을 위하여 예정하였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영광을 위하사(εἰς δοξαν ἡμων) 만세 전에 미리 정하신 것(προοριζω)”(고전 2:7)이라고 했다. 즉 예정은 ‘만세 전에’ 존재했으며, ‘우리의 영광’을 위한 것이며, ‘숨겨졌던 비밀’이며, ‘하나님의 지혜’라는 것이다. ‘우리의 영광’이란 하나님의 백성들이 구약의 영광스러운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한 것(출 24:17, 40:34, 민 14:10)과 아울러 하나님과 함께 나눌 종말론적 영광을 맛보게 하는 것(롬 8:18, 계 21:10, 11, 22, 23)과 관련이 있다.
또한 롬 9:23에 “영광받기로 예비하신 바”(ἅ προητοιμασεν εἰς δοξαν)라는 말씀과 같이 그리스도 안에서 구원받은 성도가 누릴 특권을 말한다. 영생과 의롭다하심, 거룩하심, 하늘에 앉히심... 등 그리스도와 함께 얻게 되는 모든 영적 축복을 가리킨다. 하나님께서는 이러한 성도의 모든 영광을 만세 전에 미리 준비해 놓으신 것이다.
정리하면, 예정의 의미 속에는 선택과 유기의 개념이 전혀 내포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성도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얻게 될 자격과 축복에 관련하여 사용되고 있을 뿐이다. 하나님께서는 구원 계획 속에서 그리스도 안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선택하시고(엡 1:4), 부르시고(롬 8:30), 의롭다 하시고(롬 3:24, 8:30), 영화롭게 하시며(롬8:30), 아들의 형상을 본받게 하시며(롬 8:29), 거룩하고 흠 없게 하시며(엡 1:4), 하나님의 자녀의 명분을 주시고(엡 1:5), 구속하시고(엡 1:7), 기업을 얻게 하시고(엡 1:11), 성령을 받게 하시고(엡 1:13, 갈3:14), 선한 일을 행하도록 만드시고(엡 2:10), 종말론적 구원의 축복을 얻게 하시며(살전 5:9), 하나님의 영광을 찬미케 하려는(엡 1:12, 벧전 2:9) 목적을 미리 결정하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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