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돕는 배필

(국제신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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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은정 작성일23-12-26 16:04

본문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책 정치학에서 인간을 정치적 동물이라고 표현했다. 후에 이 단어는 로마제국 정치인 세네카에 의해 번역되는 과정에서 사회적 동물이라는 표현으로 바뀌었다. 사회적 존재는 인간의 특성을 나타내는 용어이다. 인간은 개인으로 존재하면서도 혼자 살 수 없으며 사회를 형성하여 다른 사람과 관계를 유지하고 함께 어울림으로써 존재를 확인한다.

 

인간이 사회적 존재인 이유는 함께 살아가도록 창조되었기 때문이다. 창세기에서 천지 만물이 창조될 때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라는 말씀이 여러 번 나온다(1:4, 10, 12, 18, 21, 25). 그러다가 창세기 218절에서 유일하게 좋지 않다는 말씀이 등장한다. “야훼 하나님이 이르시되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아니하니 내가 그를 위하여 돕는 배필을 지으리라 하시니라”(2:18). 이후 하나님은 첫 사람인 아담을 하와와 함께 살게 하셨다. 사람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도록 창조된 존재인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호에서는 돕는 배필이라는 단어를 살펴보고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한다.

 

돕는 배필은 히브리어로 에제르 크네그도’(עֵזֶר כְּנֶגְדֹּו)이다. 여기서 에제르도움, 원조, 돕는 자라는 뜻이다. “성소에서 너를 도와(에제르) 주시고 시온에서 너를 붙드시며”(20:2). “우리 영혼이 야훼를 바람이여 그는 우리의 도움과(에제르) 방패시로다”(33:20). ‘크네그도그를 마주 보는 것처럼이라는 뜻이다. 이 단어는 ‘~의 앞에, 상대편에, 반대하여를 뜻하는 부사 네게드’(נֶגֶד)‘~같이, ~처럼의 뜻하는 전치사 ’(כּ)라는 접두사가 합하여 만들어진 단어다. 따라서 에제르 크네그도그를 마주 보면서 도와주는 존재를 의미한다. 이를 통해 아내는 남편에게 종속되어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동등한 존엄성과 인격을 지닌 존재로 창조된 것을 알 수 있다.

 

네게드라는 단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이 단어는 말하다, 알리다, 선언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나가드’(נָגַד)에서 유래되었다. ‘나가드는 하나님이 사람들에게 꿈이나 예언을 통해 계시하실 때 사용된 단어이다. “요셉이 바로에게 아뢰되 바로의 꿈은 하나라 하나님이 그가 하실 일을 바로에게 보이심이니이다(나가드)”(41:25). “야곱이 그 아들들을 불러 이르되 너희는 모이라 너희가 후일에 당할 일을 내가 너희에게 이르리라(나가드)”(49:1).

 

이 단어는 하나님이 선지자들을 통해 자신의 뜻을 나타내실 때도 사용되었다. “야훼께서 그의 언약을 너희에게 반포하시고(나가드) 너희에게 지키라 명령하셨으니 곧 십계명이며 두 돌판에 친히 쓰신 것이라”(4:13). “보라 전에 예언한 일이 이미 이루어졌느니라 이제 내가 새 일을 알리노라(나가드)”(42:9). 따라서 돕는 배필로 번역된 에제르 크네그도대등한 관계에서 돕는다’, ‘하나님의 뜻을 알려주어 돕는다라는 의미이다.

 

하나님이 아담에게 돕는 배필을 주신 이유는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않아서다. 쉽게 말해 아담이 완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담과 하와는 서로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고 서로를 도와주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하와가 뱀의 유혹을 받아 선악과를 따먹고 아담에게 그 열매를 건네주어 먹게 했던 것이다. 아담도 역시 하와를 돕지 못했다. 창세기 36절에서 자기와 함께 있는 남편에게도 주매라는 표현에서 함께 있는이라는 히브리어는 ’(עִם)이다. 이 단어는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1:23)라는 의미인 임마누엘”(עִמָּנוּאֵל)에서 사용된 과 같은 단어로써 서로 어깨가 부딪칠 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음을 뜻한다. 하와가 뱀의 유혹에 넘어갈 때 가까이에 있던 아담은 하와에게 하나님의 명령을 생각나게 하여 죄를 짓는 행동을 멈추게 해야 했다. 하지만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선악과를 같이 먹음으로 인류 최초의 범죄에 동참했다.

 

한편, 성경에서 돕는 배필의 역할을 잘 감당했던 사람들은 앞서 언급했던 구약 시대의 선지자들이다. “너는 그들에게 말하라 주 야훼의 말씀이니라 나의 삶을 두고 맹세하노니 나는 악인이 죽는 것을 기뻐하지 아니하고 악인이 그의 길에서 돌이켜 떠나 사는 것을 기뻐하노라 이스라엘 족속아 돌이키고 돌이키라 너희 악한 길에서 떠나라 어찌 죽고자 하느냐 하셨다 하라”(33:11). “에브라임이여 내가 어찌 너를 놓겠느냐 이스라엘이여 내가 어찌 너를 버리겠느냐 내가 어찌 너를 아드마 같이 놓겠느냐 어찌 너를 스보임 같이 두겠느냐 내 마음이 내 속에서 돌이키어 나의 긍휼이 온전히 불붙듯 하도다”(11:8). 그들은 이스라엘 백성이 죄를 지어 타락해 갈 때 그들과 함께 죄를 짓지 않았다. 죄짓는 자들을 정죄하며 분리되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들 곁으로 찾아가서 끊임없이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함으로 그들이 죄를 회개하고 하나님의 심판을 피하게 하려 했다. 이것이 돕는 사람의 모범적인 모습이다.

 

오늘날 우리도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완전한 사람은 아무도 없으므로 우리는 서로를 도와주면서 공생(共生)하며 살아가야 한다. 우리 곁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님이 우리의 연약함을 아시고 서로 돕게 하려고 만나게 해주신 소중한 사람들이다.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녀, 스승과 제자, 목회자와 성도 등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은 서로에게 돕는 배필이 되어야 한다. 더욱이 곁에 있는 사람이 잘못된 생각이나 행동을 할 때 그것을 동조하거나 방관하지 말아야 한다. 언제나 돕는 사람이 되어 가는 곳마다 화평케 하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잘못된 생각과 행동을 하지 않도록 도와주어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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