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주
<국제신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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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은정 작성일25-02-03 13:34본문
현대 사회에서 ‘구원’이라는 개념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해된다. 위기에서 안전하게 벗어나는 것, 안전장치나 보험처럼 위험으로부터 보호받는 수단, 그리고 영적‧정신적 안식을 얻는 상태 모두가 ‘구원’으로 표현된다. 그러나 성경이 말하는 구원은 단순한 위험 회피나 안전을 넘어서, 하나님의 계획과 인도하심을 통한 더 깊은 의미를 지닌다. 성경에서 구원의 대표적인 상징은 방주이며, 특히 교회를 '구원의 방주'로 비유하는 상징적 의미와 그 맥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호에서는 방주의 원어적 의미를 통해 이 상징적 의미를 분석해 보고자 한다.
구약성경에서 ‘방주’는 히브리어 ‘테바’(תֵּבָה)로, 구약에서 오직 두 사건에서만 등장한다. 첫 번째는 노아의 방주를 가리키는 경우로, “너는 고페르 나무로 너를 위하여 방주(테바)를 만들되 그 안에 칸들을 막고 역청(코페르)을 그 안팎에 칠하라”(창 6:14)라는 구절에 나타난다. 두 번째는 아기 모세를 구하기 위해 사용된 갈대 상자를 가리킬 때이다. “더 숨길 수 없게 되매 그를 위하여 갈대 상자(테바)를 가져다가 역청(코페르)과 나무 진을 칠하고 아기를 거기 담아 나일 강 가 갈대 사이에 두고”(출 2:3). 노아의 방주는 대홍수 심판에서 노아와 그의 가족, 그리고 모든 동물을 구원하기 위해 사용된 거대한 상자였다. 모세의 갈대 상자는 애굽 왕의 명령을 피해 강물 위에 떠서 생명을 지킨 작은 상자였다. 모세는 장차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의 학대와 압제에서 구원하기 위한 하나님의 구원 사역에 쓰임 받는다. 이 두 테바에는 일반적인 배에 있는 방향키나 노가 없다. 즉 테바의 방향은 인간이 결정하거나 조정할 수 없고, 철저히 하나님의 인도에 의해 결정된다. 테바는 하나님의 구원을 상징하는 도구로써 하나님의 특별한 보호와 인도를 나타낸다.
특히 방주와 갈대 상자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공통점이 있는데, ‘역청’을 안팎을 발랐다는 점이다. 하나님은 노아에게 방주의 내부와 외부에 역청을 바르라고 명령하셨으며(창 6:14), 모세의 어머니 또한 갈대 상자 안팎에 역청을 발라 물이 새지 않도록 했다(출 2:3). 이 역청은 히브리어 ‘코페르’(כֹּפֶר)로 단순히 방수의 기능을 넘어서 구속과 속죄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역청이 발린 테바가 하나님의 구속 사역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도구임을 보여준다.
코페르는 ‘덮다’, ‘가리다’는 뜻을 가진 동사 ‘카파르’(כָּפַר)에서 파생되어, 죄를 덮고 보호하는 속죄의 의미로도 사용된다. 또한 ‘속전’이나 ‘몸값’이라는 의미도 지닌다. “네가 이스라엘 자손의 수효를 조사할 때에 조사받은 각 사람은 그들을 계수할 때에 자기의 생명의 속전(코페르)을 야훼께 드릴지니 이는 그들을 계수할 때에 그들 중에 질병이 없게 하려 함이라”(출 30:12). “대저 나는 야훼 네 하나님이요 이스라엘의 거룩한 이요 네 구원자임이라 내가 애굽을 너의 속량물(코페르)로, 구스와 스바를 너를 대신하여 주었노라”(사 43:3). 이 속전은 단순한 금전이 아닌, 죄를 덮고 구속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상징하며 결국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사역을 예표하는 것이다. 방주와 갈대 상자에 역청을 안팎으로 발라 물의 위험에서 보호했듯이, 구원의 방주인 교회에는 속량의 의미를 담고 있는 보혈이 덮여 있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은 교회에 세속적인 위험과 더러운 문화가 침투하지 못하도록 막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교회는 구원의 방주로서 하나님의 백성을 세상의 죄와 유혹에서 보호하는 거룩한 울타리가 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한편 신약성경에서 방주는 헬라어 ‘키보토스’(κιβωτός)가 사용되는데, 이는 ‘나무 상자’를 뜻한다. 이 단어는 신약성경에서 노아의 방주와 하나님의 언약궤를 가리킬 때 사용된다. “홍수 전에 노아가 방주(키보토스)에 들어가던 날까지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장가 들고 시집 가고 있으면서”(마 24:38). “금 향로와 사면을 금으로 싼 언약궤(키보토스)가 있고 그 안에 만나를 담은 금 항아리와 아론의 싹난 지팡이와 언약의 돌판들이 있고”(히 9:4). “이에 하늘에 있는 하나님의 성전이 열리니 성전 안에 하나님의 언약궤(키보토스)가 보이며 또 번개와 음성들과 우레와 지진과 큰 우박이 있더라”(계 11:19). 방주는 하나님의 심판과 구원의 은혜를 의미하고, 언약궤는 하나님의 거룩한 임재와 그분의 인도하심을 나타낸다. 즉, ‘키보토스’는 모두 구원과 하나님의 약속을 상징하는 중요한 도구로써 하나님과 그의 백성 사이의 언약적 관계를 나타낸다.
그런데 언약궤의 덮개는 ‘속죄소’라고 불리는데 히브리어로 ‘캅포레트’(כַּפֹּרֶת)이다. 이 단어 또한 동사 ‘카파르’(כָּפַר)에서 유래한 단어이다. “거기서 내가 너와 만나고 속죄소(캅포레트) 위 곧 증거궤 위에 있는 두 그룹 사이에서 내가 이스라엘 자손을 위하여 네게 명령할 모든 일을 네게 이르리라”(출 25:22). 이 속죄소는 대제사장이 대속죄일에 이스라엘 백성의 죄를 속하기 위해 피를 뿌리는 장소로, 하나님과 인간이 화해하는 중요한 장소이다(레 16:15-16). 이는 예수 그리스도의 속죄 사역을 예표하며, 그리스도의 피가 죄를 덮고 구원의 길을 열어주시는 구속의 상징으로 이해된다.
이처럼 방주와 언약궤가 구원과 속죄의 중요한 상징으로 사용되는 것은 구원 역사에서 반드시 예수님의 보혈이 중심이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노아의 방주가 홍수의 심판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한 구원의 도구였듯이, 교회는 구원의 방주로서 그리스도의 보혈로 덮여서 죄와 악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한다. 바울은 노아의 방주와 침례를 비교하며 구원의 상징으로 삼는다. “그들은 전에 노아의 날 방주(키보토스)를 준비할 동안 하나님이 오래 참고 기다리실 때에 복종하지 아니하던 자들이라 방주(키보토스)에서 물로 말미암아 구원을 얻은 자가 몇 명뿐이니 겨우 여덟 명이라 물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심으로 말미암아 이제 너희를 구원하는 표니 곧 침례라 이는 육체의 더러운 것을 제하여 버림이 아니요 하나님을 향한 선한 양심의 간구니라”(벧전 3:20-21). 노아의 방주는 물로 심판을 경험했지만 동시에 구원의 수단이 되었고, 이는 침례가 죄를 씻어 구원의 길을 여는 상징과 연결된다.
결론적으로 방주는 하나님의 특별한 보호와 속죄, 대속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이를 통해 교회의 역할과 사명이 더욱 강조된다. 방주에 역청을 발라 세상의 물이 스며들지 못하게 한 것처럼, 예수님의 보혈이 교회의 안팎을 덮어 세속적 위험과 죄의 침입을 막고 우리를 보호한다. 교회는 예수님의 보혈로 덮인 구원의 방주로서, 성도들을 죄와 유혹에서 지키며 거룩한 믿음의 공동체로 세워가는 사명을 지닌다. 이 구원의 의미를 깊이 이해하고 그 구원의 방주를 지키는 사명을 잘 감당하는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의 모든 목회자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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