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1
<국제신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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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은정 작성일24-07-30 10:17본문
TV나 유튜브를 보면 쉼을 얻고 힐링하는 방법들이 쏟아져 나온다. 여행, 맛집 탐방, 소비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사람들은 쉼을 얻고자 한다. 그러나 ‘쉼의 방법’을 묻기 전에 먼저 ‘쉼이란 무엇인가?’를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쉼에 대해 바르게 알아야 진정한 쉼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서는 구약성경이 말하는 쉼의 의미를 살펴보려고 한다.
구약성경에서 쉼, 휴식, 안식 등의 의미로 사용된 단어는 히브리어 샤바트(שָׁבַת), 누아흐(נוּחַ) 그리고 이와 동일한 의미가 있는 단어인 야나흐(יָנחַ), 마노아흐(מָנוֹחַ), 메누하(מְנוּחָה) 등이 있다. 이 단어들은 각각 어떤 의미로 쉼을 표현하고 있을까?
샤바트는 ‘쉬다, 그치다, 멈추다, 중지하다’의 의미이다. 이 단어는 천지창조 일곱 번째 날에 처음 등장한다. “하나님이 그가 하시던 일을 일곱째 날에 마치시니 그가 하시던 모든 일을 그치고 일곱째 날에 안식하시니라(샤바트)”(창 2:2). 이렇게 하던 일을 멈추고 쉬는 것이 샤바트의 기본 의미이다. 그리고 이 동사는 하나님이 주체적으로 사용될 때가 많다. “그가 땅 끝까지 전쟁을 쉬게 하심이여(샤바트) 활을 꺾고 창을 끊으며 수레를 불사르시는도다”(시 46:9). “내가 세상의 악과 악인의 죄를 벌하며 교만한 자의 오만을 끊으며(샤바트) 강포한 자의 거만을 낮출 것이며”(사 13:11).
안식일 샵바트(שַׁבָּת)는 샤바트에서 파생된 명사이다. 안식일은 단순한 일을 멈추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하나님이 창조를 완성하고 쉬셨듯이, 인간도 하나님의 역사에 믿음으로 동참하여 쉬는 것이다. 안식일은 인간이 하나님이 창조를 통해 이루신 모든 것에 대한 감사와 경배를 드리며 하나님과 깊은 관계를 회복하고 유지하는 시간이다.
누아흐(야나흐)는 ‘쉬다, 두다, 휴식하다, 머무르다’를 의미한다. 동시에 이 동사의 남성 명사형 마노아흐(מָנוֹחַ)와 여성 명사형 메누하(מְנוּחָה)는 휴식처, 안식처, 정착지 등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일곱째 달 곧 그 달 열이렛날에 방주가 아라랏 산에 머물렀으며(누아흐)”(창 8:4). “야훼 하나님이 그 사람을 이끌어 에덴 동산에 두어(야나흐) 그것을 경작하며 지키게 하시고”(창 2:15). “이는 내가 영원히 쉴 곳이라(메누하) 내가 여기 거주할 것은 이를 원하였음이로다”(시 132:12).
특히 이 단어는 하나님이 주시는 안식을 의미한다. “너희가 요단을 건너 너희 하나님 야훼께서 너희에게 기업으로 주시는 땅에 거주하게 될 때 또는 야훼께서 너희에게 너희 주위의 모든 대적을 이기게 하시고 너희에게 안식을 주사(누아흐) 너희를 평안히 거주하게 하실 때에”(신 12:10). “야훼께서 너를 슬픔과 곤고와 및 네가 수고하는 고역에서 놓으시고 안식을 주시는(누아흐) 날에”(사 14:3). 누아흐는 하나님의 능력을 통한 승리와 구원을 통해 얻어지는 평안과 쉼을 의미한다. 여기서 쉼은 단순한 멈춤이 아니라, 승리와 구원에서 오는 안식이다. 인간은 오직 하나님 안에서만 모든 두려움과 고통에서 벗어나 참된 평안을 누릴 수 있다. “야훼께서 이르시되 내가 친히 가리라 내가 너를 쉬게 하리라(누아흐)”(출 33:14). “야훼의 영이 그들을 골짜기로 내려가는 가축 같이 편히 쉬게 하셨도다(누아흐) 주께서 이와 같이 주의 백성을 인도하사 이름을 영화롭게 하셨나이다 하였느니라”(사 63:14).
보통 우리에게 쉼이 필요한 이유는 지친 삶의 회복을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일한 후에, 다시 일할 힘을 충전하기 위해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류에게 쉼이 처음 주어진 때는 인류가 창조된 다음 날, 즉 현재 우리의 시간으로 계산하면 같은 날이었다. 아담과 하와는 창조됨과 동시에 즉, 여섯째 날의 해가 넘어가면서 안식일을 맞이하였다. 안식, 쉼은 일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모든 창조의 최종 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 유대인 학자 아브라함 조슈아 헤셀은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last in creation, first in intention”(안식은 창조의 가장 마지막이지만, 창조의 목적에서는 첫 번째이다).
쉼은 인간의 창조 목적이자 존재 이유라는 것이다. 하나님은 쉼을 위해 세상을 창조하셨다. 안식일의 핵심은 내 몸이 쉬고 마음이 쉬는 것이 아닌, 하나님이 하신 일을 기억하고 경배하는 것에 있다. 안식일은 엿새 동안 천지 만물을 창조하신 창조주를 기억하고 경배하며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영원토록 유지해주는 표징이다. “이는 나와 이스라엘 자손 사이에 영원한 표징이며 나 야훼가 엿새 동안에 천지를 창조하고 일곱째 날에 일을 마치고(샤바트) 쉬었음이니라 하라”(출 31:17). 그렇기에 구약성경은 그토록 안식일을 중요하게 여기며, 안식일을 범하는 죄를 죽음으로 다스린 것이다(출 31:14-15; 민 15:32-36).
하나님과 인간의 하나 됨, 하나님은 복을 주시고 인간은 그 복을 누리는 그 관계가 바로 진정한 쉼의 의미이다. 그 쉼에는 축복, 예배, 연합, 찬양, 사랑, 경배와 같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서 나타나는 관계의 핵심이 다 들어 있다. 이를 하나의 개념으로 묶은 것이 바로 ‘쉼’이다. 쉼은 단순히 무엇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를 나타내는 총체적인 표현이다.
엘리야 선지자는 갈멜산에서 450명의 바알의 선지자들과 싸움에서 승리했음에도 이세벨의 협박을 듣고 광야로 도망쳤다. 그동안의 치열했던 사역으로 너무나 지쳤던 엘리야는 “넉넉하오니 지금 내 생명을 거두시옵소서(왕상 19:4)”라고 죽음을 구했다. 하지만 하나님은 로뎀나무 아래 누워있던 그를 어루만지시며 두 차례 구운 떡과 물을 먹여주셨다. 그리고 호렙산으로 인도하셔서 세미한 음성으로 그를 위로하시면서, 하사엘에게 기름을 부어 아람의 왕으로, 예후에게 기름을 부어 이스라엘의 왕으로 세우고, 엘리사를 만나 자신의 뒤를 잇는 선지자로 세우라는 새로운 사명을 주셨다. 이제 그만 사역을 중단하고 싶다고 말하는 엘리야에게 하나님은 다시 새로운 사명을 주신 것이다. 진정한 쉼은 사역을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시는 참된 안식을 누리고 다시 일어나 하나님 안에서 사명을 감당할 때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참된 평안과 안식, 쉼은 오직 하나님 안에서만 얻을 수 있다. 하나님은 우리의 대적을 물리치시고 영적 전투에서 이기게 하시며 마침내 우리에게 안식을 주시는 좋으신 하나님이다. 이 휴가철에 참된 쉼의 의미를 되새기며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의 목회자들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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