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바람
박지호 목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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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18-02-28 14:06본문
봄이 되면 30여 년 전 황당한 일이 가끔 생각이 난다.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신문을 펼치는 순간 철 대문이 쾅하는 소리가 나더니만 “박지호 목사 나와!!” 고함 소리가 났다.
이른 아침 평화롭고 고요하던 시간에 전혀 예기치 않던 상황에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대문을 열었을 때는 더욱 황당한 상황이 나를 긴장시켰다.
오른손에 부엌칼을 들고 술 취한 사람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처음 본 낯선 사람으로 키가 크고 눈은 움푹 들어갔고 이마가 돌출된 심술궂은 듯한 30대 초반 남자가 칼을 들고 나를 맞이했다.
순간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까 하는 생각으로 복잡해 졌다. 첫 번째로 대문을 닫고 경찰에 신고할까? 아니면 대화를 시도해 볼까? 짧은 시간이지만 마음속으로 기도하였다. 결국 두려운 일이지만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좋겠다는 마음을 주셔서 내 소개를 하고 매우 느리게 그리고 조심스럽게 화가 난 이유를 물었다.
돌아온 답은 간단했다. 당신이 우리 가정을 파괴한 파괴범이라는 것이다. 손에 칼을 든 사람이라 격한 감정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 이유는 잘 모르지만 그런 점이 있었다면 진심으로 사과를 한다고 했다. 그러자 술에 만취된 상태이지만 의외로 순순하게 자신의 소개와 이유를 말하였다.
알고 보니 우리교회 1년 전 쯤 전도되어 나오고 있는 신앙이 예쁘게 자라고 있는 여신도의 남편이었다. 자신이 6개월 전에 실직을 하고 매일 술로 세월을 보내자 경제적으로 가정은 어렵고 그로 인해 잦은 싸움으로 폭력까지 이어지곤 했다.
그런데 어제 밤에는 아내의 입에서 이혼하자는 최악의 말이 나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회 다니는 사람이 이혼이라는 말을 쉽게 해도 되느냐?”고 했더니 아내가 하는 말이 우리 목사님께서 청년들에게 술 먹고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과는 사귀지도 말라고 하시더라고 했다는 것이다.
결국 마누라가 교회 목사 영향으로 이혼을 요구했다는 생각에 순간의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그 새벽에 칼을 들고 들이닥친 것이다. 결국 달래고 설득해서 칼을 회수하고 두 사람을 화해시키고 돌아 왔다.
요즈음 우리나라는 미래를 예측 할 수 없는 위기감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남북관계도 그렇고, 한미 관계도, 한중 관계도, 한일 관계도, 진보와 보수 관계도 그렇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는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파워게임을 통해서 죽든지 살든지 결판을 내는 방법을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것은 주님의 방법이 아닐 것이다. 바울은 갈라디아교회를 향해서 “만일 서로 물고 먹으면 피차 멸망할까 조심하라(5:15)”고 했다.
목회 사역 역시 순간 감정을 참지 못하고 과격한 언어나 한 번의 혈기로 교회가 큰 후유증에 시달리고, 최악으로는 목회가 풍비박산 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일수록 목회자는 예수님처럼 세상을 판단하되 폭력을 배격하는 정신이 필요하고, 주님의 정신처럼 온유와 겸손으로 무장하는 것이 진정한 승리자일 것이다.
끝으로 우리가 너무도 잘 알지만 실천하지 못한 프란치스코의 ‘평화의 기도’가 금년의 우리의 기도제목이 되길 빈다.
주여! 저를 당신의 도구로 써 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의혹이 있는 곳에 신앙을/그릇됨이 있는 곳에 진리를/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어두움에 빛을/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가져오는 자 되게 하소서.
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하고/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며/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게 하여주소서.
우리는 줌으로써 받고/용서함으로써 용서받으며/자기를 버리고 죽음으로써/영생을 얻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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