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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세우시고

이동규 목사(청주지방회 증경회장, 청주순복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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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5-03-1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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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기억은 연속적이지 않다. 시간은 끊이지 않고 연속으로 흐르지만, 그 연속된 시간 속에 중요한 순간들이 마치 전체인 양 우리의 기억에 남는다. 우리가 초등학교를 6년이나 다니지만, 보통 사람의 뇌리에는 그 6년의 시간이 전부 남아있기보다는 입학과 졸업, 그리고 특별한 일이 있었던 순간들이 초등학교의 기억으로 남겨진다.

 

근래에 우리 모두에게 남겨진 크고 중요한 순간이 있었다. 바로 코로나19의 발병과 대유행이다. 그리고 이 사건은 우리 모두의 삶에 정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그래서 “코로나”라고 하면 마치 이전에 생각지 못했던 큰 변화와 연결되는 고유명사와 같이 우리는 받아들인다. 그리고 이 변화에서 우리 목회자들과 교회도 비껴갈 수 없었다.

 

사실 교회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코로나 이전부터 내리막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는 교회가 하는 좋은 일들을 점점 더 외면하고 있었고, 일부에서 일어나는 교회의 문제와 잘못에는 눈을 크게 뜨고 소리치며 달려들고 있었다. 여기에 코로나는 결정타를 먹였다. 여러 주장과 선동을 통해 교회는 코로나의 진원지요 확산의 주범으로 여겨졌고, 교회가 사람들을 위로하고 도와주는 선한 모습들은 사람들의 눈에서 완전히 가리워졌다. 이제 우리 사회 속에서 교회가 처한 상황은 크게 변했다.

 

우리에게 코로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아니 주변 목회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오히려 코로나보다 지금이 더욱 힘들다. 코로나 시기에는 “이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라고 생각하며 버티던 목회자들이 이젠 정말 많이 지쳤다.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은 목회 상황에 많은 목회자들이 탈진했고, 교회와 성도들도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이제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탄한다. 목회자와 교회에 정말 어려운 시기가 왔다.

 

리셋은 모든 것을 되돌리는 절차이다. 컴퓨터나 휴대전화가 잘못된 동작을 하거나 멈추어 버리면 리셋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정말 어려운 상황 속에 있는 교회와 목회자를 다시 생각한다. 지금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리셋이 아닌가! 멈추고 잘못된 상황을 다시 처음으로 돌리려한다!

 

청사진은 건물이나 물품의 자세한 설계 도면을 말한다. 건물이나 물품이 청사진대로 만들어진다면 그 설계자로서는 백점짜리가 될 것이다. 성경에 “교회”라는 단어가 처음 나타나는 곳은 마태복음 16장이다. 여기에서 예수님은 교회의 시작을 말씀하신다. 그리고 예수님의 말씀 속에는 교회의 청사진이 있다. 교회는 그냥 믿는 사람들이 모여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교회의 머리 되시는 예수님의 청사진을 따라 이루어진 곳이다. 오늘 이 청사진을 다시 꺼내 보기를 원한다.

 

먼저, 예수님의 청사진에서 교회는 세상의 희망이다.

교회는 예수님께서 승천하시고 그 말씀을 들은 사람들이 기도하며 성령을 받은 후에 세워졌다. 이 교회를 계획하시며 예수님은 교회가 “영적인 전쟁을 승리하는 곳”이라 말씀하신다. 음부의 권세가 교회의 힘을 넘어서지 못하며 누르지 못한다고 선언하신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교회는 이 세상의 영적인 전쟁에서 승리하는 곳이다.

 

지금 이 시대는 눈에 보이는 것들을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이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들을 보고 그것들을 제일 중요하게 여긴다. 교회와 목회자도 눈에 보이는 것에 더욱 집중한다. 그런데 이 세상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인 전쟁이 일어나는 곳이다. 진짜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며, 교회는 이것을 넘어서고 이기는 곳이다. 교회는 결코 악한 세력에 무력하게 패배하는 곳이 아니다. 한 선배 목사님의 목양실에 써있는 글귀가 생각난다. “우리는 이겨놓고 싸운다.” 예수님은 교회가 영적인 전쟁에서 날마다 승리하도록 만드셨다. 우리 눈에는 어느새 희미해졌는지 몰라도 이것이 예수님이 세우신 교회를 위한 계획이고 약속이다.

 

예수님이 그리신 교회의 두 번째 청사진은 교회에 천국의 열쇠가 주어졌다는 것이다. 이제 앞으로 세워질 교회와 그 교회를 이끌게 될 베드로에게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내가 천국 열쇠를 주리라.” 열쇠는 닫힌 것을 여는 도구이다. 우리는 주님 앞에 여러 열쇠를 구한다. 내 육체의 질병을 이길 열쇠, 나의 어려운 상황을 이길 열쇠, 나의 소원을 이룰 열쇠를 찾는다. 물론 이 열쇠들이 우리에게 주어질 것이다. 하지만 예수님의 청사진에 있어서 교회의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열쇠는 천국의 열쇠이다.

 

사실 교회에 이 열쇠가 없다면 더 이상 교회가 아닐 것이다. 교회는 세상에 천국을 여는 곳이고, 때로는 천국을 닫는 곳이다. 지옥 같은 세상을 사는 사람들에게 천국을 보여주고 천국으로 인도하는 곳이다.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교회에 예수님이 주신 천국의 열쇠가 주어져 있다. 이 세상 속에서 천국의 열쇠를 사용하는 교회가 예수님의 청사진을 이루는 제대로 된 교회이다. 

 

교회가 세상의 희망인 이유는 다른 데에 있지 않다. 교회가 세상을 향해 사랑과 위로와 구제와 선행을 베푸는 것은 참 좋은 일이지만 이것이 교회가 세상의 희망인 이유는 아니다. 우리가 다시 일어서 힘을 낼 이유도 아니다. 그 이유는 바로 예수님의 이 청사진에 있다. 교회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인 전쟁을 이기는 곳이고, 교회는 이 땅의 사람들에게 천국을 열어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놀랍지 않은가! 예수님이 세우신 교회는 영적인 전쟁에서 이기는 존재이며, 이 세상을 천국과 연결하는 존재이다. 거듭 다시 보아도 참 지당하고 귀한 말씀이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그 근본을 살펴야 한다. 우리가 섬기는 교회와 목회 현실이 힘들수록 예수님이 세우신 교회의 청사진을 다시 돌아보아야 한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라도 근본을 붙잡으면 할 말이 있다. 설계자이신 예수님의 청사진대로 나아간다면, 예수님은 우리를 백점짜리라 칭찬하실 것이다. 매일매일 땅만 바라보고 살아가는 세대 속에서 이 교회의 청사진을 기억하기 원한다. 

 

우리가 먼저 고개를 들어 저 하늘을 바라보고 다시 힘을 내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이 세상과 사람들에게 저 하늘의 소망을 다시 보여주는 교회와 목회자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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