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이 세우고자 하셨던 교회를 회복합시다 (마 16:18)
윤영준 목사(서울남서지방회장, 주님닮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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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4-10-31 13:14본문
현재의 한국교회의 상황은 매우 위태롭다. 특별히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겪으면서 일부이지만 상당한 영향력 있는 교회들 혹은 교회 인사들이 보여준 태도는 이 시대에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동시대인들에게 조롱을 넘어선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전 세계적인 감염병의 소용돌이 속에서 정부의 방역 대책들이 다 마음에 들 수는 없지만, 그것에 정면으로 버젓이 도전하는 교회들의 모습을 보도하는 기사들에 달리는 일부 댓글들은 기독교인으로서 부끄러움뿐 아니라 두려움마저 안겨준다. “사회악,” “교회를 박멸하자” “기독교가 없는 세상을 만들자” 등등의 반기독교적인 댓글들이 최고의 댓글 순위에 올라 있는 것을 너무나 쉽게 발견하게 된다.
왜 이렇게 한국사회에서 교회를 공격하고, 심지어 교회를 반사회적인 집단으로 매도하는 일이 공감(?)을 얻게 된 것일까? 이러한 태도의 시작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어쩌면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교회는 개혁의 대상이라는 소리를 들어왔고, 그 사이에 교회의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많은 곳에서 터져 나왔다. 교회 지도자의 축재, 사치스러운 생활, 일가의 권력화, 대형 교회의 세습, 신학의 부재, 개인적인 탈선, 부유한 사람들에 의해 교회가 운영되는 듯한 측면, 세속적-기복적 축복론, 특정 정치세력화, 지나친 종교의식화 등등의 문제들은 고질적인 병폐들로 굳어지다시피 했다. 그래서 문제가 크게 불거져서 사회적 지탄을 받을 때마다 교단이나 교회들은 집단적으로든 개별적으로든 사과나 회개 등등을 운운했고, 실제로 그런 퍼포먼스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경우들에서 우리는 그런 사과나 회개가 실질적이기 보다는 한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려는 계산된 행위처럼 느끼게 되는 씁쓸한 뒷맛을 체험하곤 했다.
이러한 반복적인 실망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한국교회의 문제들의 근본적 뿌리는 신학의 부재, 그 중에서도 “교회론의 부재”라고 지적해 왔다. 어떤 이는 지금의 한국교회의 화두는 “교회론”이라고까지 말하기도 한다. 즉 종교개혁 시대나 그 이전 시대가 어떻게 구원을 받는 것이냐, 인간의 행위로냐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냐의 문제를 다루는 “구원론”이 중심이 된 시대였다면, 현재는 “무엇이 교회이냐?” “교회는 존재 이유는 무엇이냐?”를 물어야만 하는 시대라는 것이다. 이런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은 그만큼 한국교회의 모습이 명확하게 꼬집어서 정의를 내리지는 않더라도, 우리가 생각하고 바라는 교회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것으로 느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교회가 존재한지 2천 년이 넘은 21세기에 “교회란 무엇인가?”를 질문한다는 것이 무엇인가 이상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한국교회의 상황은 교회와 교회에서 사역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많아졌지만 교회가 무엇하는 집단인지에 대한 분명한 이해가 적은 실정이다.
참 역설적이게도 교회(敎會)라는 단어를 통해 우리는 교회의 실체를 파악할 수 없다. 교회라는 단어를 구성하는 한자들은 “가르침”과 “모임”을 뜻하는 것이기에, 어렴풋이 종교적인 가르침이 전달되고, 그 가르침에 의해 구성된 모임이라는 의미로 우리는 “교회”를 이해한다. 비록 현실의 교회는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루터가 “만인사제설”을 이야기할 때 보았던 단어는 한자로 된 “교회”가 아니었다. 루터는 그리스어 “에클레시아”라는 단어를 보았던 것이고, 그리고 그 단어를 그 당시에 교회를 가리키던 ‘Kirche’(건물로서의 교회를 가리키는 영어의 Church에 해당함)가 아니라 ‘Gemeinde’(공동체로서의 교회를 가리키는 영어의 Community에 해당함)로 번역했다. 루터가 “에클레시아”라는 말의 어원과 그 깊은 의미를 이해했든 그렇지 않았던 간에, 그는 신약성경에서 그 단어의 쓰임이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평등하고 자유로운 사귐이 이루어지는 공동체임을 간파했던 것이다.
이렇듯 루터가 당시의 교회와 차별된 또 다른, 새로운 교회에 대한 도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성경에서의 교회에 주목했기 때문이고, 더불어 “교회”라고 번역되는 이 “에클레시아”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폭발적인 함의 때문이다. “에클레시아”는 그 어원이 그리스의 도시 아테네의 민주정치와 관련된 용어이다. 우리가 학교 교과서에서 폴리스라고 불리던 그 당시의 수많은 도시 중에서 왜 아테네의 도시 구조인 아고라, 아크로폴리스 같은 것을 용어와 함께 민주정치를 배우는지를 우리는 분명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아테네와 경쟁 관계에 있던 그 당시의 유명한 도시국가들인 스파르타, 테베, 고린도 같은 도시들은 모두 귀족정치, 금권정치 혹은 독재정치 등을 실시하고 있었다.
오직 아테네만이 그 시대의 다른 어느 곳에서도 이룩하지 못한 “민주정치”를 실시하고 있었다. 사실 그리스도의 모든 도시 국가들은 아고라와 아크로폴리스라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기에, 그것들이 민주정치와 관련된 것이라고 특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다른 공동체와 차별화된 민주정치를 발명하고 유지한 아테네의 시민사회가 민주정치의 핵심적 요소였다. 그들이 국가의 외교, 국방, 재정 혹은 사회적인 중대한 문제들을 결정할 때, 의사결정을 하게 소집했던 자유민 남성들의 정치 모임을 그들은 “에클레시아”라고 불렀다. 그러니까 “에클레시아”는 단순히 “교회”라는 단어와 호환되는 등가의 의미를 가진 단어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신약성경은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에클레시아”라고 부른다. 우리가 잘 아는 마태복음 16장 18절에서 예수님은 “너는 베드로라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리라”고 말씀하시는데, 여기에서 “교회”라는 단어가 바로 “에클레시아”이다. 이 구절이 성경에서 최초로 “에클레시아”라는 단어가 사용된 곳이다. 이 성경 구절을 기초로 할 때, 예수님은 그 당시에 존재하는 유대인 공동체들의 용어로 자신의 사람들의 모임의 실체를 규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팔레스타인 지역을 살아가는 유대인들에게는 낯선, 오히려 이교도의 정치용어를 사용하시는 파격을 보이신 것이다.
“에클레시아”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예수가 세우시려고 했던 온전한, 건강한 공동체로 한국교회가 거듭나는 기초요 출발점이 될 것이다. 교회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 우리는 진정 예수 그리스도가 원하셨던 그 공동체의 실체를 놓칠 위험에 처하게 된다. 사실 현재의 한국교회의 문제들은 이러한 분명한 에클레시아의 성격을 파악하지 못하고, 기존의 종교적 관행이나 한국적 상황화를 잘못 이어간 경우가 많다. 종교개혁가 루터가 성경을 읽고, 번역하면서 “에클레시아”라는 단어에 집중하고 고민했을 때, 그는 그 시대와는 다른 교회에 대한 용어나 구조와 성격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만인사제설). 이렇듯 우리가 에클레시아가 성경 속에서 어떤 의미로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세상의 빛으로 교회가 새로워지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한국교회가 건강하고 정상적인 교회로 새로워지는 기준점은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말씀”이다. 왜냐하면 바로 그분이 “교회”를 처음으로 말씀하신 분이시고, 또한 “내 교회”를 세우신다고 말씀하신 분이시기 때문이다(마 16:18).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고 버림받고 있는 한국교회가, 특별히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인해 더욱 빠르게 궁지에 몰리고 비판 당하는 한국교회가 복원해야 하는 표본적 교회는 예수님이 그분이 삶과 가르침으로 드러내신 하나님 나라의 일들이 이루어지는 교회일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현실의 교회에서 마주 대하는 문제들을 극복하고 해결하는 처방은 성경 속에서 그분의 말씀에 진솔하게 귀 기울이고, 그 가르침에 순종하는 것이다.
감히 어느 누가 모든 시대와 모든 장소를 망라하는 교회에 관한 완전하고, 완벽한 그림을 그릴 수 있겠는가! 하지만 교회가 “에클레시아”됨에 기초해서 온전하게 세워져야만 한다면, 교단의 정치나 헌법이나 혹은 개교회의 운영이나 직제나 그 모든 것들이 예수님이 원하시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특히 “에클레시아”가 그분이 선포하셨던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담은 공동체임을 기억하며, 비판과 개혁의 대상으로서, 손가락질과 조롱과 심지어 저주를 듣고 있는 이 시대의 한국교회가 새로워질 수 있는 성경적 “교회론”을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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