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설교의 흐름(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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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은정 작성일23-12-18 10:04본문
현대 설교학에는 그 특징에 따라 다양한 이론 존재해
설교의 목적, 내용, 언어, 형식에 따라 살펴볼 수 있어
전통적인 설교학, 케리그마 설교학, 새로운 설교학의 특징들
설교자라면 누구나 은혜로운 말씀을 전하길 소망한다. 그러나 설교를 준비하고 전달하는 일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성경에 대한 깊은 묵상과 연구, 철저한 원고 준비, 준비된 원고의 정확한 전달 등등 설교에는 다양한 활동들이 연관되어있기 때문이다. 기독교 역사 속에서 설교 이론과 방법론이 계속해서 연구되고 개발되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설교 이론을 소개하고 설교 방법론을 제시하는 글을 연재한다. 목회 일선에서 오늘도 설교 준비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설교자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편집자주>
어떤 학문이 되었던 새로운 이론이 등장할 때 그 ‘새로움’이란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새로운 이론은 언제나 이전에 존재해왔던 이론을 근거로 해서 등장한다. 이전에 있던 이론을 발전시키거나 보완하면서 새롭게 발전하는 것이다. 설교학도 예외는 아니다. 현대 설교학 이론들은 이전에 존재해왔던 이론들을 보완하거나 수정하면서 발전해왔다.
루시 앳킨슨 로즈(Lucy Atkinson Rose)는 『하나님 말씀과 대화 설교: 변혁적 설교로서의 대화 설교』(Sharing the Word: Preaching in the Roundtable Church, 기독교문서선교회, 2010)에서 그와 같은 발전의 과정을 잘 정리하고 있다. 로즈에 따르면 현대 설교학 이론은 크게 ‘전통적인 설교학’, ‘케리그마 설교학’, ‘새로운 설교학’ 등으로 구분될 수 있다. 그녀는 이 책에서 각 설교학의 특징을 설교의 목적, 설교의 내용, 설교의 언어, 설교의 형식을 중심으로 요약하고 있다.
그러나 로즈의 연구가 시대적인 흐름을 반영하고는 있지만, 각각의 설교학 이론이 어떤 한 시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전통적인 설교학이나 케리그마 설교학에서 주장하는 내용들은 21세기에도 여전히 많은 설교자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많은 설교자가 은연중에 그와 같은 설교학이 제시하는 이론들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의 목적은 로즈가 이야기하고 있듯이 설교에 대한 다양한 견해들 속에서 차이점과 공통점을 고찰함으로써 “설교 실제와 설교에 대한 이론적 성찰을 더욱 확대”하고 나아가 다양한 설교 이론을 제시함으로써 현장 목회자들의 설교 사역에 도움을 주려는 것이다. 로즈의 연구를 살펴봄으로써 현대 설교학 이론의 지형이 어떠한지를 짐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1. 전통적인 설교학이 제시하는 설교의 목적
전통적인 설교학이라고 정의되는 이론들은 1870년 존 브로더스가 출판한 『설교 준비와 전달에 관한 연구』(On the Preparatio and Delivery of Sermons)와 1985년 제임스 콕스가 출판한 『설교학』에서 그 특징들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전통적인 설교학에서 말하는 설교의 목적은 청중을 설득하고 그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는 것이다. ‘설득’과 ‘가르침’이 전통적인 설교학이 말하는 설교의 목적을 정의하는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이에 대해 전통적인 설교학에서 설교의 목적을 논할 때 ‘전송’(transmit)이라는 개념 역시 중요하다. 즉, 설교자가 설교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적 중 하는 설교 메시지나 진리를 회중에게 잘 ‘전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설교자는 청중들에게 설교 메시지나 진리를 잘 전달함으로써 그들에게 그 진리에 대해 확신을 갖게 하고, 그 내용을 잘 알게 해야 한다. 그 내용을 잘 설명하고 소통해야 하는 것이다.
2. 전통적인 설교학이 제시하는 설교의 내용
설교의 목적에 대한 이런 관점은 필연적으로 설교자를 ‘권위자’로 설정하게 된다. 설교자는 성경의 진리를 발견하고 그것을 청중들에게 잘 전달하고, 소통하고, 설명하고, 가르치고, 설득하는 권위자인 것이다.
반면 설교자의 설교를 듣는 청중들은 수신자로서 권위자인 설교자가 전달하는 진리의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이다. 마치 야구의 투수와 포수처럼 설교자는 진리를 발송하는 사람(sender)이고 청중들은 그 진리를 받는 사람(receiver)이다. 또한 수도관 비유를 들자면, 성경의 진리가 설교자라는 수고관을 통해 청중에게로 흘러가는 것이다. 설교자와 청중에 대한 이와 같은 이해는 설교자와 청중 사이에 간격(gap)이 있다는 것을 전제하며 청중의 위치를 수동적인 것으로 간주하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성공적인 설교란 설교자가 전달한 내용이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그대로 청중들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설교자는 자신이 이해하고 해석한 내용을 자신의 청중들 역시 그대로 이해하고 해석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설교학에서 설교의 목적은 “메시지를 청중에게 전송하는 것이며, 설교자의 임무는 설교 메시지를 가능한 분명하고도 효과적으로 전달하여 그 메시지를 이해하거나 믿거나 느끼거나 또는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로즈, 『하나님 말씀과 대화 설교』, 46)
전통적인 설교학에서 설교자가 청중에게 가르치고 전달해야 하는 설교의 내용은 ‘하나님의 진리’ 또는 ‘종교적인 삶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진리’이다. 이와 같은 진리를 발견하고 설교로 구현해내기 위해서 설교자는 두 가지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첫째, 오늘의 상황에 적합한 진리를 발견하기 위해 성경 본문을 주의 깊게 연구해야 한다. 이 연구를 통해 발견된 진리는 ‘일반적이거나 보편적인 진리’이다. 이 진리가 청중들의 ‘특수한’ 삶에 어떻게 적용될 것인지를 설교자는 고민해야 한다. 여기까지가 설교자가 행해야 하는 성경 주석과 해석의 과정이다.
이제 설교 작성 단계로 옮겨가서 설교자는 자신이 발견한 진리가 설교의 중심 사상이 되도록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설교의 중심 사상을 진술하는 이유는 설교자가 발견한 진리가 회중에게 분명하게 전달되고 소통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전제되어야 하는 사실은 설교자와 청중 모두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진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설교자와 청중 모두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진리를 설교자가 발견할 수 있고 그렇게 발견된 진리를 설교자가 청중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믿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진리가 설교자와 별개로 독립하여 존재하며 이 진리는 설교의 중심사상을 통해서 명확하게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로즈, 『하나님 말씀과 대화 설교』, 47). 로즈는 이와 같은 진리를 “객관적이고 명제적인 진리”라고 명명하고 있다. 그와 같은 진리는 하나님의 말씀 속에 담겨진 것으로 케리그마 또는 계시로 명명될 수 있으며 설교자에 의해서 새롭게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명제’란 ‘예’ 또는 ‘아니오’로 대답할 수 있는 하나의 문장이다. 로즈가 진리를 ‘명제적’이라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설교자가 발견한 진리는 설교의 중심 사상, 곧 하나의 중심 문장으로 정리되어야 하며 이렇게 될 때라야 그 진리는 효과적으로 청중들에게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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