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토 수도원은 버나드를 통해 엄청난 성장을 했다. 버나드가 죽을 때 345개의 수도원이 있었고 13세기 말에는 740개의 수도원으로 늘어났다. 그들은 어려운 여건을 이기고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게 되었으나 그것이 몰락의 길이 되었다.

1. 버나드(St. Bernard of Clairvaux)의 생애

끌레르보의 성 버나드는 1090년 프랑스 퐁텐에서 낮은 귀족 가문의 경건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제1차 십자군 원정에 참가했는데, 유대인 살상과 같은 과잉행동에 반대한 사람 편에 속했다. 그는 세상으로부터 회심하여 수도사로 소명을 받았다. 당시 수도생활은 경건한 그리스도인으로서 살 수 있는 실질적이고 철저한 방법이었다. 그는 영적으로 살아있지 않다면 한낱 짐승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22세인 1112년 자신뿐 아니라 3명의 형제와 20여명의 친구 등과 함께 시토 수도원으로 들어갔다.

시토 수도원(the Cistercian Order)은 베네딕트 교단의 수도원장이던 로베르가 보다 엄격한 훈련과 보다 철저한 세속으로부터의 탈피를 위해 창설한 것이다. 버나드는 시토에 들어가 엄격한 고행과 훈련을 수행함으로써 그의 건강이 매우 약해졌다. 그러나 그의 연약함에도 불구하고 그가 40년간 이룬 엄청난 업적은 육체를 극복한 강력한 영적 승리였다. 그는 25세에 끌레르보에 새로운 수도원을 설립하도록 파견되었다. 그는 끌레르보를 중심으로 수도원을 확장하여 1153년 63세로 죽을 때까지 70개의 수도원을 직접 세웠으며, 90개의 수도원을 관할한 왕관을 쓰지 않은 유럽의 통치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예수여,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기쁨이니이다’ 등의 찬송시를 작곡한 영성의 사람이었다. 그의 저서로 “하나님의 사랑에 관하여”와 “아가서에 관한 설교들” 등이 있는데, 마틴 루터와 존 칼뱅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2. 영적 용사 버나드

버나드의 전투적 신앙자세로 인해 어떤 사람들은 그를 중세 종교재판소의 선구자로 간주하기까지 한다. 어쨌든 그는 정통 신앙을 위해서 이단적 요소가 있던 많은 설교가들과 교사들과 타협하지 않고 싸웠다. 스콜라 신학자 피터 아벨라르드가 삼위일체에 대한 미묘한 주장을 하자 그는 1140년 생스 회의에서 그를 맞서 싸워 정죄하고 그의 글을 철회하게 하였다. 그후 버건디와 프랑스 남부에서 두 명의 카리스마적 설교가 피터 드 브루이스와 로잔의 헨리가 급진적이고 내세적인 기독교를 전파하자, 1145년 그 지역을 다니며 반박설교를 하여 봉쇄하였다. 그들의 주장은 이단 알비겐시스의 전조였다. 아무튼 버나드가 출현하는 곳에는 이단이 침묵 속에 가라앉았다. 

3. 육체적 용사 버나드

버나드는 2차 십자군 원정군을 결성하는데 힘을 기울였다. 시토 수도원 출신으로서 초초로 교황이 된 유게네 3세(1145-1153)는 버나드의 옛 생도여서 버나드가 십자군 모집을 위해 설교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다. 그런데 2차 십자군들은 처음부터 무모한 과격성을 보였다. 심지어 그들은 무장을 하지 않았을지라도 ‘이교도들과 하나님을 죽인 유대인’을 살해하라는 메시지로 교육을 받았다. 당시 고리대금업은 유대인의 관습이라고 할 만큼 유럽에서는 유대인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이 만연되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버나드가 직접 개입하여 그런 잔학무도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자신이 모집한 2차 십자군이 비참하게 패배했다는 소식을 듣고, 깊은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다.

당시 수도원의 규율 아래에 사는 기사들과 병사들은 기사단을 구성하여 신앙과 교회의 방어를 담당하였다. 버나드는 두 개의 유명한 기사단 가운데 하나였던 성당 기사단(Knights Templar)의 규율을 만들었다. 그의 기사단 사상은 독일의 기사단에게 영향을 주어 나중에 십자군 기사단을 결성하게 하였는데, 그 기사단으로 인하여 프러시아가 창설되었다. 그의 신기사도의 찬송가는 기독교의 순교시대와는 거리가 먼 전투적인 기독교를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전투적 신앙을 본받은 기사단은 상당한 영향을 끼쳐서 현재까지 독일의 군장뿐만 아니라 영국과 미국의 십자훈장에서 십자군 기사단의 상징이 나타난다.

4. 버나드식 선교방식의 반성

버나드는 세상을 하나님과 사탄 사이의 전쟁터로 보았다. 그는 자신의 삶에 있어서도 육체와 영이 서로 격렬하게 싸우는 고행의 길을 선택했다. 사역의 길에 있어서도 그는 세상과 마귀와 싸우는 수도원 확장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는 이단과 철저한 싸움을 통해 그들을 격파하고 제거했다. 그는 십자군을 보내어 성지에 있는 사탄의 세력을 무찌르려고 했다. 그러나 오늘날 십자군 운동의 무력정복을 반성하는 것처럼 무력으로 이단을 굴복시키거나 힘으로 타종교를 멸절시키려는 버나드식 선교방식으로 기독교가 성장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죄를 범하는 사람의 육체를 병들게 하고 약하게 함으로써 죄 짓지 못하게 하거나 마음까지 성결하게 할 수 없다는 것과 같다. 결코 현대 선교방식으로 버나드의 전투적인 열정을 본받으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그의 그리스도에 대한 헌신과 순종의 자세만은 높이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