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의 사이클을 벗어나기 위한 지침
김지연 약사(한국가족보건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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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7-01 14:37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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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이 내놓은 2024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일반 담배를 기준으로 2024년 청소년 흡연율은 여학생은 2.4%, 남학생은 4.8%로 조사되었다. 19년 전 여학생 8.9%, 남학생 14.3%라는 높은 흡연율에 대한 경각심으로 국가 차원에서 청소년 대상 금연 금주 및 유해약물 예방 교육을 강도 높게 실시한 결과 여학생 남학생 모두 거의 30% 수준으로 감소한 것이다. 전자담배 사용률은 여학생 3.2%, 남학생 5.8% 정도로 나타났다. 본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의 음주율도 낮아졌다. 여학생 7.5%, 남학생은 11.8%의 음주율을 보여 소폭이지만 2023년 대비 낮아졌다. 액상형 전자담배로 처음 흡연을 시작한 학생의 3분의 2 정도가 일반담배(궐련)로 바꾼 것으로 조사되어, 청소년에서 액상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궐련)의 게이트가 되는 것이 확인된바, 전자담배 예방 교육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흡연과 음주 즉 니코틴 중독이나 알코올 중독의 문제는 줄어든 대신 마약. 도박, 스마트폰 중독으로 갈아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른바 중독 환승 시대가 열린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는 일이 줄어들어 다행이라고 숨돌릴 틈도 없이 이제는 스마트폰 중독과의 전쟁 가운데 놓이게 된 것이다. 2024년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4년 청소년 미디어 이용습관 진단조사'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의 약 16%, 중학교 1학년 약 21%, 고등학교 1학년 약 17%는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인 것으로 조사됐다. 스마트폰 사용시간, 이른바 스크린 타임(Screen Time)이 늘어날수록 음란물, 게임, 온라인 도박, SNS에 중독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특히 숏폼, 음란물 등 여러 가지 중독적인 콘텐츠의 결정적 유입경로가 되는 SNS에 중독되는 청소년이 급증하고 있다. 청소년기에 SNS 과몰입은 결국 청소년기 발달과업을 성취하지 못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심각한 장애를 겪고 금단 현상을 겪게 만든다. 우울증과 무기력은 덤이다.
청소년의 디지털 미디어 중독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에서는 청소년 3명 중 1명은 이미 SNS에 중독되었다는 보건당국의 발표가 있었다. 호주 역시 청소년의 40% 가까이가 SNS 사용에 있어 과의존 증상을 보이고 있다는 당국의 발표가 있었다. 이에 여러 나라들이 앞다투어 청소년 SNS 사용규제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근처 대만에서는 이미 10년 전부터 2살 이하 영아들의 디지털 스크린 기기 사용금지 정책을 아동복지법의 일환으로 명시했다. 또한 10대 청소년이 스마트폰에 중독되도록 부모가 방치하면 벌금을 물릴 수 있게 됨으로써 부모가 10대 자녀를 지도할 책무성을 강화시켰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와 펜실베니아 주 일부 도시에서는 등교 이후 학생들의 휴대폰을 수거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알바니아에서는 중국의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을 올해 초부터 1년간 전면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SNS가 청소년 폭력, 살인 사건의 중요한 트리거가 된다고 판단하여 내린 조치였다.
특히 호주에서는 16세 미만 청소년은 SNS 사용 전면 금지라는 강력한 정책을 시작했다. 이를 위반한 플랫폼에 거액의 벌금을 물리는 이번 조치에 대해 호주 국민의 약 80%가 지지하는 입장이다. 그만큼 호주 역시 청소년의 SNS 중독문제로 고심이 컸다는 방증이다. 6세 미만 아동·청소년이 엑스(구 트위터), 틱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레딧, 스냅챗 등의 SNS에 계정을 만드는 것을 방치할 경우 해당 플랫폼은 최대 450억 원의 벌금을 물어내야 한다. 부모가 허락했다는 변명도 통하지 않게 즉 부모의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16세 미만 모든 청소년은 SNS에 접근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이러한 미디어 접근 규제 정책과 함께 반드시 병행해야 하는 것이 ‘그래서 차세대에게 무엇을 추천할 것인가’하는 문제다. 교육은 무엇을 금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는지를 알려주어야 마무리가 되기 때문이다.
노력과 시간 즉 인내심을 요구하는 여가 활동, 취미 활동은 충분히 즐거우면서도 중독성을 띄지 않는다. 종이접기, 그림그리기, 악기 연주, 블록놀이, 아날로그 보드게임 등은 충분히 즐겁지만 중독적이지 않다. 아무런 노력 없이 도파민을 쉽게 획득하도록 어릴적부터 방치된 아이들은 SNS 등 각종 미디어에 필연적으로 중독될 수밖에 없는 뇌구조와 심령으로 변형되기 마련이기에 3세 이전까지는 철저히 스크린 노출을 금함으로써 뇌가 중독적인 뇌로 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의 놀이 문화가 디지털 게임에 노출되기 전에 적절한 노력과 시간 투자를 통해 도파민을 획득하는 각종 활동들 즉 운동, 노래하기, 종이접기, 그림그리기, 악기 연주, 블록놀이, 아날로그 보드게임 등으로 유도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숏폼, 도박, 음란물, 게임, SNS와 같이 어떤 노력도 없이 보상회로를 쉽게 충족시키는 활동은 중독으로 치닫게 되므로 충분히 즐겁지만 중독적이지 않은 활동들로 대체해야 한다.
또한 하나님 나라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가지도록 양육해야 한다. 우리의 갈 곳의 실상은 우리의 믿음대로 ‘천국’이다. 그곳에 가지 않고도 이미 아는 것을 ‘믿음’이라고 한다. 그 나라에서 누릴 희락과 화평에 대한 믿음이 사그라들수록 이 땅에서 누리는 것들에 대한 강박적 버킷리스트는 증가한다. 맛집이라는 맛집은 다 가봐야 할 것 같고, 관광명소 역시 빠짐없이 리스트 업해서 즐겨야 억울하지 않을 것 같고, 짜릿한 즐거움이라면 어떤 것이든 경험삼아 누려봐야 할 것 같고, 재미있는 영화는 다 보고 즐겨야 할 것 같은 강박적인 쾌락주의는 결국 ‘내가 맛보지 못한 또다른 즐거움은 없을까’하며 허탄하고 부질없는 것에 정신을 팔리게 만들고 결국 그 끝은 중독에의 노출, 마약과 도박에의 노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우리가 갈 그곳의 실상. 그 영원하고 한없는 기쁨의 나라에 대한 온전한 믿음은 내가 이땅 가운데 누려보지 못한 것이 없을까 봐 불안하고 초조한 긴장상태를 상쇄하며 중독적이고 자극적인 것을 찾아 하이에나처럼 떠도는 현대인의 방황, 중독의 범람을 막아줄 유일하고 강력한 힘이 된다. 중독 없는 대한민국을 위해 솔선수범하며 영혼들을 구하는 한국교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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