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사상은 사상적 소수자로서 보호되어야 하는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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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시절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단어 중 하나가 ‘사람중심’이라는 단어였다. ‘사람중심 경제’ ‘인간중심 교육’등 휴머니즘과 인권을 부각시킨 이 단어를 국민들이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다.
그런데, 인간중심, 사람중심이라는 말은 남한보다 북한이 먼저 사용했다. 북한은 자신의 체제를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이라고 칭하면서, ‘인민(people)’이라는 단어를 부각시켰고, 남한에서는 ‘인민’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가 없으니, 통합진보당이 ‘인민’ 대신에 민중민주주의 즉, ‘민중’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에서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이 나서 더이상 ‘민중’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없게 되자, 이후 교육계에서 전교조를 중심으로 ‘인간중심 교육’ ‘인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문재인 정부 들어서 ‘자유시장경제’가 아닌 ‘사람중심경제’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사람’이라는 단어를 부각시켰다.
또한, 북한체제 역시 ‘사람’중심 체제, ‘인간’중심 체제라고 한다. 북한헌법 제3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사람중심”의 세계관을 갖는 국가다.” 북한헌법 제8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사회제도는..(중략) “사람중심”의 사회제도“라고 규정하고 있다.
더 나아가 북한의 주체사상의 다른 이름이 바로 “사람중심 철학”이다. 그런데 이와는 달리, 자유민주주의인 대한민국의 헌법은 ‘사람중심’이 아닌 ‘국민중심’을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주체사상에서 말하는 ‘사람’과 자유민주주의에서 말하는 ‘국민’은 어떤 차이점이 있는 것일까.
주체사상의 진수라고 추앙받고 있는 김정일 논문인 [주체사상에 대하여]에서는, “세상 만물의 중심은 인간이고, 사람이 이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존재이며, 그런고로 혁명과 건설은 반드시 인민대중을 위한 것이고, 인민대중에게 복무해야 한다.”라면서 “주체사상은 사람중심 철학”이라고 밝히고 있다. 평양에 있는 주체사상탑 돌판에도 “사람이 모든 것의 주인이며,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것이 주체사상의 기초입니다.”라는 글귀를 기록하고 있다.
주체사상의 구성요소는 ①철학적 원리 ②사회역사원리 ③지도원칙이다. 이 세 가지 구성요소 모두 인민대중에게 혁명투쟁의 정당성을 각인시켜서, 혁명투쟁에 있어서 인민대중 스스로 그 책임과 역할을 다하도록 만들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먼저, 주체사상의 철학적 원리는 ‘주체사상은 사람중심의 철학이며, 사람이 모든 것의 주인이며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체사상을 조금 더 분석해 본다면 ‘수령에 대한 충성심을 소유한 자만을 주체적 ‘사람’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누구나 찾아낼 수 있다,)
[주체사상에 대하여]에서도 “이 세상의 만물 중, 사람의 지위는 바로 ‘중심’에 있다. 이러한 기저사상으로부터 사람이 이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존재이며, 그런고로 혁명과 건설은 반드시 인민대중을 위한 것이고, 인민대중에게 복무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된다.”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공산주의의 주체인 ‘사람’을 보지 못한 채, 공산주의 이상을 이념으로 한 것과는 달리, 북한의 사회과학자들은 그 문제를 주체사상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였다(심주일 저, 「성경에서 훔친 주체사상」(문광서원, 2017), p.36). 즉, 마르크스주의의 ‘계급적 인간관’은 노동자들이 소외된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해서, 프로레타리아 무상계급이 부르조아 계급을 타도하기 위한 계급투쟁만을 강조하다 보니 이러한 ‘계급적 인간관’에는 ‘계급’은 있으나, ‘인간’이 없다는 한계가 드러나게 되자, 주체사상이 ‘사람이 우선이다’, ‘사람중심’이라는 단어를 표면적으로 내세우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주체사상은 사람중심의 철학이며, 사람이 모든 것의 주인이며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이 한 문장이 대한민국 수많은 젊은이와 지식인들의 영혼을 사로잡게 되었다. “남한은 자본주의라서 돈 중심이지만, 북한은 주체사상이라서 사람중심이다. 북한은 돈이 먼저가 아니라 사람이 먼저다, 사람중심이다.”라는 이 사악한 언어의 마법에 결국 남한의 지성인들과 젊은이들이 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총칼을 들이대면서 주체사상의 추종자가 되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수많은 젊은이와 지식인들이 가슴 벅차하면서 자신의 젊음을 바치고, 자신의 전부를 바쳐 혁명과 건설에 동참하게 되었다.
그러나, 공산주의이론은 항상 2중구조로 구성된다. 사람들을 설득하고 선동하기 위해서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선전이론과 뒤에 숨겨 놓은 진짜 목적인 실제이론으로 구성된다. 주체사상 역시 그럴듯한 단어를 표면적으로 내세우지만, 그 단어들은 단어만 같을 뿐 그 의미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판이하게 다르며 실제의미는 뒤에 숨겨져 있다. 바로 열혈공산주의자 레닌의 용어혼란전술이다.
그렇다면, '사람이 모든 것의 주인이며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한마디로 ‘혁명과 건설의 주인은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주체사상은 “혁명과 건설의 주인은 인민대중이며, 혁명과 건설을 추진하는 힘도 인민대중에게 있다는 사상이다. 다시 말해서 자기 운명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며, 자기의 운명을 개척하는 힘도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사상이다”(김일성,「우리 당의 주체사상과 공화국정부의 대내외 정책의 몇 가지 문제에 대하여」p.1).
그러나 ‘혁명과 건설의 주인이 사람’이라는 주체사상의 ‘사람중심’은 서구 시민사회의 인본주의가 아니며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자유민주주의적 개념인 개인주의가 아니다. 즉, 북한 당국은 통치이념인 집단주의와의 관계를 의식하여 ‘혁명과 건설의 주인은 인민대중’이라는 명제에서 인민대중은 ‘개인’이 아니라 ‘집단으로서의 인민대중’이라고 명백히 밝히고 있다(서재진 저,「주체사상의 이반: 지배이데올로기에서 저항이데올로기로」, (박영사, 2006), P.351).
그런데 이 집단을 대표하는 자가 수령이라고 한다. 즉, 혁명과 건설의 주인인 인민대중 집단의 대표가 수령이기 때문에 혁명과 건설의 주인은 인민개인이 아니라, 인민의 대표인 ‘수령’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인민은 대표인 수령을 따라야 한다는 논리다.
또한 “자기 운명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혁명과 건설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이를 역으로 해석해 본다면, 혁명과 건설의 주인이 되지 못하는 사람은 자기 운명의 주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사람중심철학은 혁명하는 사람만 중심이 되는 철학인 것이다.
“혁명을 통해서만 인민대중이 자기 본성을 지킬 수 있고 자기의 본성을 앞으로 더 꽃피울 수 있다.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혁명은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옹호하고 실현하기 위한 인민대중 자신들의 조직적인 투쟁이라고 밝히시었다. 쉽게 말하면, 사람들의 운명의 개척의 가장 이상적인 방식, 운명개척을 하기 위한 가장 정열적이고 가장 이상적인 방식이 바로 혁명이다. 사람들이 자기 운명개척을 성과적으로 멋있게 하자면 혁명을 해야 한다. 인민대중에 대한 사랑을 실현하기 위해서 꼭 가야 될 전형적인 방식이 바로 혁명이란 것이다” (김일성종합대학 학자들과의 주체철학에 대한 좌담회1. 2015.05.26.민족방송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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