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면 그냥 넘어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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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예굼 작성일18-12-13 14:50본문
미국 테네시(Tennessee) 주의 한 마을에 왼발침례교회(Left Foot Baptist Church)라는 특이한 이름의 교회가 있다. 이 교회는 한 교회에 다니던 교인들이 두 편으로 분열되어, 그 중 한편의 교인들이 따로 나와서 세운 교회라고 한다. 이 교회가 이렇게 특이한 이름으로 세워진 데에는 사연이 있었다.
이 교회가 분열된 계기는 세족식이 진행되고 있을 때였다. 오른 발과 왼 발 중 어떤 발을 먼저 씻을 것인가를 놓고 교인들이 양편으로 나뉘어 다툼이 벌어졌던 것이다. 양편의 주장은 팽팽하게 대립되었고, 양쪽 모두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왼 발을 먼저 씻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교인들이 교회를 나오게 되었는데, 이들이 나와서 세운 교회가 바로 왼발침례교회이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세족식의 내용이나 의미가 아닌 형식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본질이 아닌 비본질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비본질적인 것에 매달리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우리 가운데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세족식의 배경은 이렇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기 전, 마지막 만찬 자리에서조차 제자들은 누가 더 높은가라는 물음을 놓고 서로 다투고 있었다(눅 22:24). 이 모습을 곁에서 안타깝게 지켜보던 예수님은 겉옷을 벗고, 수건을 허리에 두르고, 제자들의 발을 손수 씻기시고, 그 두른 수건으로 닦아주셨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본을 보인 대로 서로 발을 씻겨 주라고 제자들에게 말씀하시며, 이것을 알고 그대로 하면, 복이 있을 것이라고 하셨다(요 13:4-17).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며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계셨다. 서로 겸손하게 낮아져서 섬기라는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왼발침례교회를 세운 교인들은 세족식에 담긴 이 중요한 메시지를 잊은 채, 즉 세족식의 본질을 잊은 채 형식에만 치중하다가, 세족식을 통해 예수님께서 전하려 하셨던 메시지와 정 반대의 행동을 하고 말았다.
청년 시절 예수님을 영접하고 신앙생활을 시작한 이후, 이와 비슷한 일들에 직면할 때가 종종 있었다. 정작 붙들고 목숨 걸어야 할 본질적인 일들은 제쳐두고, 비본질적인 일들에 매달려 목숨을 걸고 싸우려고 달려드는 교인들을 볼 때면, 늘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갈등과 분열의 아픔을 겪고 있는 교회들도 보면, 안타깝게도 본질이 아닌 비본질적인 문제들 때문에 다투다가 일이 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가 한 선배 목사님으로부터 배운 지혜가 있다. 그 목사님은 성도들에게 서로 자주 이렇게 말하라고 하셨다.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면, 그냥 넘어갑시다!” 이 말을 예배 때 성도들에게 서로 말하도록 해 보았다. 그랬더니, 그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이 말을 서로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왠만한 것은 서로 웃으며 용납하려는 따뜻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교회가 해야 할, 정말 목숨 걸어야 할 본질적인 일은 바로 복음을 전하여 한 영혼이라도 구원하는 일이다. 그런데 비본질에 매달리다가 본질에 집중해야 할 에너지를 모두 소진해버리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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