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한국교회, 지속 가능하고 일원화된 대북지원 사업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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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굼 작성일18-06-29 14:28본문
기획 / 무르익는 한반도 평화, 한국교회 통일선교 과제는?
남북회담, 북미회담 성공에 기독교계 일제히 ‘환영’
“판문점 선언 ‘존중’…대북정책 변화는 신중해야”
민간교류 활발해지는 분위기, 한국교회 대비 필요
4월, 남북한 정상이 11년 만에 다시 만났다. 두 정상이 군사분계선에서 만난 역사적 순간에 우리 국민들 뿐 아니라 전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로 집중됐다. 그리고 6월, 북미정상회담까지 연이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대감은 더 높아지고 있다.
그간 누구보다도 한반도 통일과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염원했던 한국교회는 화해와 교류의 매개체로 중요한 역할을 할 때가 됐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앞으로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선교방향을 짚어봤다.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만남은 최근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무드를 터트린 물꼬였다.
모든 국민들이 감격했던 두 정상의 회담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올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하고, 8.15 이산가족 상봉 추진,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개소 등 평화와 교류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도 합의했다.
회담 후 문재인 대통령은 “긴 분단을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동목표를 확인했고, 이번 만남이 비핵화를 위한 소중한 출발”이라고 자평했다.
한국 교계는 이번 회담에 대해 일제히 환영 입장을 밝혔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이홍정 목사, 이하 교회협)는 성명서에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우리 민족 모두와 전 세계에 커다란 감동을 주었고, 판문점 선언문이 담고 있는 한반도의 상생과 번영, 통일을 위한 매우 의미있는 합의들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한국기독교연합(대표회장 이동석 목사, 이하 한기연)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지지한다”는 성명에서 “남북 정상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과 장차 평화통일로 나갈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초석을 놓았다”고 평가했다.
한기연은 “68년 만에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체제로 전환하게 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면서도 “과거 북한이 국제사회 합의를 깼던 전례를 볼 때 국제사회 경제제재 해제와 대북지원 재개는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비핵화의 구체적 로드맵이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국교회총연합(이하 한교총)은 논평을 내고 “한반도가 핵으로부터 자유로운 땅이 되길 바라며 향후 한국교회의 대북 인도적 지원과 협력을 위한 길이 열리고, 특별히 북한에서 자유롭게 예배를 드릴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길 바라며 기도한다”고 밝혔다.
판문점 선언의 감격이 식기도 전, 적대적이던 북미 두 정상이 회담 테이블에 마주 앉는 역사적인 장면도 연출됐다.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포괄적 합의문에 서명하고 평화를 위한 새로운 발걸음을 뗐다.
북미정상회담 합의문은 전체 4개항으로 구성돼 있으며, 미국과 북한은 두 나라 국민들의 평화와 번영에 부합되게 새로운 관계를 설립하는 데 노력하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한반도의 지속과 안정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노력한다고 천명했다.
이번에도 기독교계는 환영 입장을 발표하며 지지 의사를 표했다.
한교총은 “이번 북미정상회담은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화해와 공존으로 가는 길에 성공적으로 들어섰음을 확인하는 의미가 있다고 보고, 공동성명이 한반도의 평화를 향한 대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 당국자들은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남북의 평화정착과 교류확대가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도록 추진하고, 한국교회는 화해와 교류의 피스메이커로서 역할을 끝까지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기연은 “북미정상회담을 한국전쟁에서 적으로 싸웠던 당사국 정상들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해 역사를 새로 시작했다는 의미가 있다”면서 “우리 정부는 북미회담 이후 전개될 상황을 냉철하게 주시하며 지혜롭게 대처해가길 바란다”고 평가했다.
단체는 “그러나 이번 회담 합의문에 미국이 그동안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북핵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 합의가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것은 아쉬움과 실망도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홍정 총무는 “이번 북미정삼회담은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이 합의한 판문점공동선언을 재확약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상호신뢰를 구축한 매우 중요한 회담”이라고 의미를 설명하고 “한반도비핵화가 실현되는 과정에 종전이 선언되고 평화조약이 체결되므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과 통일을 향한 구체적 진전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반도에 평화의 분위기가 잦아들면서 통일에 대한 국민적 염원도 커진 가운데 한국교회는 어떻게 통일에 기여할 수 있을까?
한반도의 정치적 상황이 급변하면서 민간차원의 남북교류도 활성화 되는 가운데, 한국교회도 이를 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간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에 한국교회의 관심은 무척이나 컸고 참여도도 높았으며, 사업도 다양했다. 하지만 우후죽순 산개된 사업이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중복지원을 피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지만, 사실상 시스템을 갖출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러나 한국교회 교단과 단체들이 대화하고 조율해야 한다는 당위성만은 분명하다.
이와 함께 대북지원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재)나이스피플 박현석 사무총장은 “이제 밀가루를 지원하는 사업방식에서 벗어나 통일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지속가능한 사업들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군사적 전용가능성이 없는 사업 중에서도 지속가능한 사업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전국 시군구에 우리나라의 보건소와 같은 의료시설이 지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루트로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 의료사업은 당장 북한 주민들 특히 취약계층에게 지원될 수 있다는 차원에서 매력적이다.
한 때 한국대학생선교회(CCC)가 추진했던 젖염소 보내기 운동과 같은 사업도 주민 공동체의 건강과 경제력을 살리는 차원에서 전개됐다. 이런 아이디어들이 요구된다.
평통연대 윤은주 사무총장은 “1회성 지원이 아니라 지역사회 빌드 업(Build-Up)하는 사업을 한국교회가 추진해야 한다”며 “이제는 교회가 단독으로 할 것이 아니라 지자체와 시민단체와 협력해 연계사업을 진행하는 것도 생각해 보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교회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 사업도 진행 중이다. 북한은 여의도순복음교회가 건설하다 남북관계 악화로 중단된 평양 조용기심장병원을 9월 내 완공해달라고 요청했다. 2억 5천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달라고도 요청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은 북측과 면담을 통해 요청사항을 접수했고, 이영훈 목사가 한국교회교단장회의에 협력사업으로 제안해 각 교단들도 동참하기로 결의됐다.
북한 나무심기 사업을 추진해온 한반도녹색평화운동협의회(KGPM)와 원그린코리아무브먼트(OGKM), 평화와 통일을 위한 연대는 북한나무심기운동을 범국민운동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준비에 돌입해 둔 상황이다.
일방적인 지원을 넘어 남북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경제협력 방안이 구상되기도 한다.
평화통일연대와 코리아비전국제재단이 최근 가진 국회포럼에서 정운찬 이사장(동반성장연구소)은 “남북관계 개선이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경제를 회복시킬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4.27 판문점 선언은 10.4 선언과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신경제구상’이 반영된 것으로, 남북한을 하나의 시장으로 만들어 남북 균형발전을 통해 경제통일의 기반을 구축하는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 이사장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수 있는 실사구시적인 남북경협을 강조하면서, 구체적 방안으로 ‘개성공단 재가동’, ‘남북 백두대간 생태·관광협력사업’, ‘북한 지하자원 공동개발’, ‘북한을 중소기업 육성 중심지로 개발’, ‘동반성장형 동북아시아 경제협력과 남북 경제협력 시행’을 제시했다.
정 이사장은 “경제협력의 방향은 교역을 통한 동반성장과 북한의 지역별로 특화된 사업구조, 상회신뢰를 통한 정치적 안정성 확립 세 가지여야 한다”면서 “경협의 성공을 위해서는 남한 내 양극화를 완화하고 국민적 합의가 만들어져야 하며, 남북한 합의안에 대해 국회 비준과 민관협의기구 신설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우리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지아대학교 박한식 명예교수는 평화를 위해서는 과거 안보 패러다임에서 평화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교수는 “다른 악기들이 조화를 이루는 오케스트라처럼 평화는 상대방의 다른 점을 인정하고 보완하는 속에서 나오는 것이며, 안보는 대결이 아니라 조화로 이뤄낼 수 있는 것”이라며 “남북이 체제와 문화가 다른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평화관계가 유지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나 제도에서 나타나는 차이점을 없애려고 하기보다는 민족이 갖고 있는 동질성을 찾아야 하며, 그것을 기반으로 서로를 끌어안아야 한다”면서 “과거 전쟁을 불행으로만 여기지 말고, 전 세계에 본을 보일 수 있는 지혜로운 민족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대북교류와 관련해, 사업 파트너로서 북한 또는 북한교회를 어떤 시선에서 바라봐야 할지도 이제는 이야기되어야 할 때다.
예장 대신 남북위원장 주도홍 목사는 “한국교회는 북한을 향한 순수한 인도주의적 사랑 실천이 복음의 열매를 맺게 하는 것이 될 것”이라며 “지금 실천 가능한 일들을 먼저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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