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사회적 목회’는 현 시대 부름 … ‘미션얼 처치’로 전환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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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굼 작성일18-08-03 09:46본문
기획/ 사회적 목회 컨퍼런스 ‘교회가 세상을 섬길 때’
교회공간 개방하고 지역 속으로…“교회 인식 달라져”
‘오라’는 명령에서 ‘가서 실행’하는 목회로 방향 전환
지역을 전도의 대상 아닌, ‘이웃 사랑’ 실천 대상으로
사회적으로 지역사회와 공동체 회복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급격한 산업화의 결과로 한국사회 내 전통적인 공동체 모습이 와해되어 가면서 ‘지역공동체 세우기’의 의미가 더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교회도 이러한 사회적 변화에 따른 목회 방향 전환이 필요한 때다. 이제는 교회 안으로 ‘와라’가 아닌, 지역 속으로 ‘가서’ 마을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교회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이번 기획에서는 목회사회학연구소의 ‘사회적 목회 컨퍼런스’에서 소개된 ‘지역 공동체 세우기’를 통해 선교적 목회를 실천하는 교회 사례를 들여다보고, 사회적 목회의 방법과 의미를 짚어보고자 한다.
경기도 안산의 밀알침례교회 박홍래 목사는 오래 전부터 선교적 교회를 교회 안에 적용하기 위해 고민해왔다. 구체적으로 마을 목회를 시도하기 위해 박 목사가 처음 실행한 일은 교회가 위치하고 있는 마을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었다.
즉, 동네를 걸어 다니고, 동네 주민자치센터의 동장, 사무장, 복지 담당자, 지역의 민간 활동가들을 만나는 일이었다.
박 목사는 “마을 목회를 시작할 때 대부분 교회 성도를 중심으로 시작하기 쉽다”며 “지역 지도자들과의 관계가 없다면 아무리 좋은 일도 교회의 행사로 한정된다. 목회자가 마을 목회를 시행하려면 먼저 지역 주민들과의 관계 수립이 우선적인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굳이 말로 복음을 전하지 않고, 전도하려고 하지 않아도 목사가 그들 가운데 머문다는 사실은 하나의 도전이었으며, 나로서는 또 다른 복음의 표현이었던 셈”이었다고 고백했다.
교회는 먼저 교회 공간을 지역사회에 개방했다. 1층 카페를 동네 사랑방으로, 2층 세미나실을 지역아동센터와 인문학 강의 및 마을 회의 장소로 활용했다. 이를 위해 박 목사는 성도들의 동의와 참여를 얻기 위해 지속적으로 성도들에게 선교적 교회의 개념을 설명하고 교회의 존재 이유와 지역사회 섬김의 의미를 설득했다.
박 목사는 “처음에는 다소간의 거부반응이 있었지만, 실제 사역이 진행되면서 유휴 공간을 매주 평일에 불신자들이 방문, 활용하는 것을 보고 거부감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후 교회는 2015년부터 지역주민들과 함께 마을 만들기 공모사업에 참여했다. <평화를 통한 인문학 강좌>와 <우드버닝으로 명화 그리기> 등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광덕 어린이 기자단 사진전>, <월피동 사랑방 조성 공간조성> 등으로 공간을 리모델링 했다.
박 목사는 이같은 사역을 통해 얻은 좋은 결과로 △지역 사람들의 교회에 대한 인식의 변화 △지역 마을 지도자들과 친밀한 관계 수립 △세상을 보는 성도들의 눈이 달라진 점을 들었다.
박 목사는 “지역민들이 교회의 문턱이 높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고, 교회 건물에 들어오는 일이 쉬워졌다. 1층, 2층을 자연스럽게 드나들게 되었고, 교회 성도들과 교류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교회 성도들도 게토같이 우리끼리만 모이는 성도들의 모임이 아닌, 교회에 들어온 불신자를 품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며 “동시에 극복해야 할 점은 성도들에게 좀 더 열성적인 관계 수립의 도전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지역과 함께하는 사역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목사의 생각을 변화시키는 일’이었다.
박 목사는 “교회 건물을 준비하고, 프로그램을 준비해 놓고, 교회로 오라는 목회에서 이제는 ‘가서’라는 위대한 위임령을 실행하는 목회로 나아가야 한다”며 익숙해져 있는 전통 목회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목회자의 분명한 비전과 추진력, 끈기가 필요하다. 박 목사는 “3~5년은 지속하겠다는 결단을 하고 꾸준히 실행하여야 열매가 있다. 교회가 즉시 부흥하지 않는다. 그러나 5년 후에는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교회에서 실행하는 프로그램과는 다른 차원의 행정력이 필요하다 박 목사는 “지자체나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은 재정은 단돈 1원도 합목적적이어야 하고, 1원도 틀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목회자에게 폭넓은 인간관계가 필요하며, 이런 사역이 목사 개인의 사역이 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박 목사는 “모든 성도들이 당연히 뒤를 따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경험으로 배웠다”며 “성도들이 움직일 때까지 계속 독려하고 사역의 가치와 귀중함, 사역의 결과를 지속적으로 가르치고 권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밀알침례교회 사례와 같이 오늘날 교회가 지역 공동체를 세우기에 참여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조성돈 교수(실천신대 목회사회학)는 사회적 목회가 현 시대의 부름이라고 강조했다. 선교형 교회 즉 ‘미션얼 처치’로의 방향 전환이 절실해졌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과거 한국교회가 부흥의 때를 맞을 때는 열심히 전도하고 교회당 짓고 하는 것이 옳았다. 그리고 그렇게 부흥의 시대에 찾아온 사람들을 양육하고 세워가는 사역을 감당한 것도 옳았다”며 “그런데 오늘날 한국교회가 외면당하고 있는 이 시점에도 그러한 부흥세대의 추억으로 목회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단언했다.
목회자들이 자리를 박차고 나와서 미션얼 처치의 마음으로 세상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 방법은 공동체를 세울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다.
조 교수는 “전도를 위해 커피 들고 나가서 사람들에게 호의를 보이는 것도 좋다. 하지만 이 시대는 그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지역사회를 목회의 자리로 보고 지역을 공동체로 만드는 일에 헌신해야 한다. 지역공동체를 세우는데 교회가, 그리고 목회자가 헌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목사들이 좀 적극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좀 더 넓게 생각할 수 있다면 정말 많은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며 “수많은 목회자들을 보며 그들의 아름다운 능력들을 이용해서 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사회적 자본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얼마나 놀라운 일이 벌어질까 상상한다”고 덧붙였다.
교회가 지역 공동체를 세우는 데 참여하는 일은 또 다른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사회에서 공신력을 잃어버린 교회가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에서 참된 종교로서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신뢰를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교회에게 마을은 그동안 전도의 대상으로 여겨져 왔고, 마을의 관점에서 교회의 이러한 활동들이 전도의 수단이자 방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마을 활동을 해온 시민 사회에서도 교회의 지역사회 참여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지 않고 진정성을 의심하기도 한다. 교회가 많은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자원을 동원하여 몰려오면 오히려 기존의 질서를 깰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정재영 교수(실천신대 종교사회학)는 “물론 선교적 차원에서 영혼 구원이라는 측면을 무시할 수는 없으나 이를 이원론적으로 이해하고 사회봉사나 사회 참여 활동을 오로지 복음화에 부속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은 교회의 활동을 오히려 위축시키고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교회는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교회가 주도적으로 나서 개별 활동을 하기보다, 교회도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기존의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정 교수는 “교회가 참여하는 다양한 지역공동체 운동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갖고 그 활동을 통해 결실을 맺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진정성이다. 지역 주민들 중에는 교회에서 하는 것은 아무리 좋은 것이라고 해도 전도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꺼리는 사람들이 많다.
정 교수는 “지역 운동을 하는 목회자들은 지역 주민들이 수개월 동안 교회와 목회자를 눈여겨본다고 말한다. 전도를 위해 하는 것인지 지역사회를 위해 하는 것인지 지켜본다는 것”이라며 “진정성을 가지고 지속하면 차차 주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기독교인으로서 전도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나, 주민들을 단순히 전도 대상으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사람 자체에 관심을 가지고 지역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며 삶의 조건을 개선시키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하나, 운동의 지속가능성 역시 중요하다.
정 교수는 “지역공동체 운동을 전도의 유용한 방법으로 여기고 시작했다가 기대만큼의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서 그만 두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진정성을 갖고 장기간 지속할 때 결국 그 진심이 전달되고 교회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면 자연스럽게 전도의 문도 열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공동체 운동을 당장의 교회 부흥의 수단으로 삼기보다, 이웃 사랑의 실천으로 여기고 이 운동에 참여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이 타당하다는 뜻이다. 단기간의 이익보다는 장기간의 노력이 필요한 이슈를 선정해야 지속적인 참여도 가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운동에 관심 있는 목회자와 평신도 지도자들이 지속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연합기구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 운동에 대한 동기 부여와 독려를 해주고 필요한 정보와 자료를 제공하며, 필요에 따라 자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
정 교수는 “자원을 공유할 수 있는 시민단체와도 협력하여 지역사회 협의체를 구성하여 필요에 따라 유기적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지원할 수 있는 중간 지원조직을 마련하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고 전했다.
한국교회는 이제 지역에서부터 다시 출발해야 한다. 지역에 대한 관심을 갖고 지역에 대한 공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지역 주민들로부터 호감을 사기 위해서가 아닌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좁은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더 넓은 공동체를 이뤄야 한다. 그것이 이 땅에 교회가 존재하는 이유다.
정 교수는 “그동안 한국교회들이 산발적으로 시행해 온 사회봉사 활동은 보다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지역공동체 운동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며 “이것은 교회 지도자들의 운동이 아니라 대중운동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풀뿌리로부터 모든 교회 구성원들이 기독 시민임을 자각하고 지역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며 “그럴 때 시민 공동체가 활성화되고 지역사회가 기독교의 가치를 지향하게 되며 교회의 공신력도 회복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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