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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의 의미 되새기며, 이웃과 함께하는 축제 돼야 > 특집ㆍ기획ㆍ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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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부활의 의미 되새기며, 이웃과 함께하는 축제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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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굼 작성일18-03-23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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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은 계란 먹는 날?”…사라진 부활절
초대교회 풍성했던 부활절 전통 이어가야
나눔과 섬김으로 예수부활 정신 실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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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의 참의미 사라진 한국교회 부활절


서울의 A교회는 올해 부활절에 새신자전도축제를 열 계획이다. 교회는 예수님이 부활하신 날을 기념해 새신자를 전도하자는 취지로, 수년째 부활절에 맞춰 전도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하지만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예수의 부활’보다는 ‘새신자 전도’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부활절의 참의미가 흐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교회의 한 성도는 “부활절이 시작되기 몇 주 전부터 전도축제를 준비하고 새신자 전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분주함 속에 행사 준비에 치우치다보니 부활의 의미를 묵상하지 못하고 절기가 지나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문제는 A교회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근래 들어 한국교회 안에 부활절의 참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문화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부활절이 지닌 깊이와 넓이를 지니지 못한 채 일회적이고 의례적인 절기로 지나간다. 그저 삶은 계란 한 번 먹고, 조금은 생경한 찬양대의 부활절 칸타타를 듣는 것으로 부활절 하루가 끝나 버린다. 일년 중 가장 기쁜 날로 여겨져야 할 부활절의 문화는 현대 교회에서 너무 왜소해져 버렸다.


성석환 교수(장신대)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사건에 대한 찬미와 감격으로 충만했던 초기교회의 부활절 문화가 축제적이었다면 오늘날 한국교회의 부활절 문화는 마치 시험을 통과한 졸업식에 불과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국교회는 특히, 부활 자체보다 예수의 십자가 고난과 사순절에 더 무겁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을 보인다. 사순절 기간에는 특별새벽기도와 금식기도주간을 선포하면서도, 부활절은 단 하루 절기예배를 드리는 것으로 마무리 짓는 교회가 대부분이다.


김경진 교수(전 부산장신대 예배학)는 “부활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것으로서의 주일의 기능은 교회가 일 년에 한번 부활절을 지키게 되면서 도리어 그 기능을 상실하게 됐다”며 “강조되어야 할 주님의 부활사건이 도리어 수난과 죽음에 가려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임성빈 교수(장신대)도 “십자가 앞에서 40일 동안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그 이후에는 부활의 생명을 받은 사람답게 살면서 그 기쁨을 이웃과 함께 나눠야 하는데 한국교회는 부활절 이후의 삶을 강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린 학생들이나 믿지 않는 이들에게도 부활절은 생소하다. 성탄절이 예수의 탄생을 알리는 전 세계적인 축제일이 된 것과 달리, 부활절은 기독교 안에서만 기억하는 초라한 기념일로 전락했다.


임성빈 교수는 “이제 부활절의 의미가 신앙인들만의 금식과 절제로 일관하고 부활절 하루만 함께 모여 기도하고 삶은 계란을 나누는 정도의 기독문화로서는 부활절의 의미와 정신을 사회와 나누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부활절 이후 ‘기쁨의 50일’을 살리자


예수의 부활은 기독교 복음의 핵심이다. ‘다시 살아난다’는 뜻의 부활은 세상 모든 이들에게 소망과 희망으로 다가온다. 세상이 고난과 절망 속에 처해 있을 때, 교회는 예수 부활의 소망을 만방에 외쳐야 한다. 그러기에 부활절은 어떤 절기보다도 우리 모두가 그 의미를 되새기며, 희망의 기쁨으로 삶의 공간을 채우고 또 그 기쁨을 우리의 이웃과 나눠야 할 축제의 시간들이 되어야 한다.


송길원 목사(하이패밀리 대표)는 “사순절 기간에는 예수의 십자가를 생각하며 고난의 길을 걸어가신 주님을 기억해야 하지만, 부활절은 예수가 사망 권세를 이기고 부활한 기쁨을 함께 누려야 한다. 부활한 예수가 구원의 증거를 몸소 보여주신 우리에게는 감격이고, 감동이고, 환희고 기쁘고 감사한 날”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초대교회는 그 부활의 의미를 진지하고 풍성하게 지켰던 전통이 있었다. 바로 부활절 이후 바로 이어지는 기쁨의 50일이라는 절기가 바로 그것이다.


김경진 교수에 따르면, 초대교회는 부활절 이후부터 성령강림절에 이르는 50일을 기쁨의 50이라는 절기로 정하고 이 시기를 축제의 마음으로 보냈다고 한다.


김 교수는 “성목요일 저녁부터 시작된 3일 동안의 금식과 회개의 시간인 파스카 성삼일을 보낸 후, 부활절 전야예배를 통해 부활의 신비를 선포하고 축하하곤 하였는데, 이 날은 교회력 중에서 가장 거룩한 날로 여겨졌을 만큼 교회의 중요한 절기였다”고 설명했다.


기쁨의 50일이라는 부활절기에는 예수님의 부활 이후의 행적을 돌아보며, 부활하신 주님을 확인하곤 하였다고 한다. 도마의 이야기,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과의 나누신 식탁에 대한 이야기, 주님의 승천 이야기 등을 나눔으로써 부활의 의미를 계속해서 음미해갔던 것이다. 이러한 기쁨의 절기는 50일째 되는 날인 성령의 임재와 강림을 기념하는 성령의 강림절로 끝을 맺게 되는데, 이 기쁨의 절기 동안에는 금식도 허락되지 않았고 슬픔과 회개의 상징인 무릎을 꿇는 것도 자제했을 정도로 교회가 부활의 기쁨을 강조했다고 한다.


문화 사역 관계자들은 부활절 이후 기쁨의 50일을 다시 살리자고 제안한다. 임성빈 교수는 “교인들이 헌혈이나 사회봉사도 많이 하는데 이 50일 동안 집중적으로 섬김을 해나가면서 사회와 함께 하는 교회, 민족과 함께 하는 교회라는 부활절 문화를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부활절 축제문화, 다음세대 선교의 장


한국 기독교가 크게 성장하던 시기에는 이러한 부활의 기쁨을 알리는 부활절 문화가 왕성했다.


한국교회가 함께해온 부활절연합예배는 상업적으로 변질된 성탄절문화를 경계하고 1999년부터 부활의 경건을 보여주는 새벽과 흰옷, 촛불을 상징하는 문화행사를 도입하기도 했다. 꽃꽂이와 시낭송, 십자가 행진, 찬양제, 사진전, 미술전 등 다양한 기독교 문화를 선보였다.


또 개 교회들은 부활절의 의미를 되새기는 성극과 뮤지컬, 모든 성가대와 찬양팀이 총출연하는 찬양축제는 물론이고 부활절 기념성만찬을 열고 온 가족이 부활을 알리는 새벽 거리행진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같은 문화축제에는 어린아이부터 청장년까지 전교인이 참여하며 풍성함을 더했다.


부활절 문화를 다음세대와 적극적으로 나누는 교회도 있다. 주님의교회(박원호 목사)는 2013년에 절기 살리기와 사순절과 부활절의 바른 의미를 교육하는 ‘세대통합예배’에 중점을 두고 이웃을 초청했다. 또 그 이듬해에는 ‘연합’이라는 의미에 비중을 두고 교회와 학교의 연합으로 특별예배를 드리기도 했다. 교회는 특히 부활절예배드라마 ‘아버지의 집으로’를 공연하는 특별예배를 드리면서, 다음세대에 부활의 의미를 심어주는 데 주력했다.


한국교회의 다음세대 신앙 전수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가운데, 기독교의 중요한 절기 중 하나인 부활절을 제대로 교육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김경진 교수는 “부활절이 축제적 성격을 가질 수 있다면 동대의 문화로 포장되고 재해석된 가치에 매력을 느끼는 포스트모던 시대의 세대들에게 좋은 선교적 계기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교회 밖에도 부활의 기쁜 소식 알린다


교회 안에서만 아니라 교회 밖에도 부활의 참의미를 알려야 한단 목소리도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하나님의 사랑과 구원이라는 복음의 핵심을 담고 있는 부활의 기쁨을 우리 사회와 함께 나누는 문화가 교회 안에 마련돼 있어야 한다.


사회와 함께하는 부활절 문화를 위해 하이패밀리는 2015년 ‘이스터트리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스터트리는 달걀모형에 기도제목을 써서 넣고 나무에 달아 장식하는 것으로, 밤에는 성탄트리처럼 불을 밝혀 교인과 시민들에게 부활절을 상기시키는 상징으로 활용됐다. 캠페인이 시작됐던 2015년에는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진도 팽목항에 이스터트리가 설치됐다.


송길원 대표(하이패밀리)는 “성탄절의 상징인 트리는 어느새 백화점의 전유물이 된지 오래다. 부활절은 마땅히 상징이 없다. 이미 상업화된 크리스마스 문화를 뛰어넘어 이스터 트리와 같이 생명의 기독교를 알리는 새로운 문화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스터트리 운동이 낮은 곳으로 찾아가는 부활절 생명 씨앗운동으로 발전했으면 한다”며 “계란을 깨트려서 가족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이웃교회에도 달고 작은 교회와 큰 교회가 서로 주고받는 운동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예수의 부활과 함께 주님의 희생정신을 이어가려는 ‘섬김 문화’는 사회에 부활 정신을 알리는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교회들은 부활주일에 홈리스, 다문화가족, 장애우 등 우리 사회 소외된 이웃을 초청해 함께 부활절예배를 드리는가 하면, 부활절에 모아진 헌금을 이웃에게 나누고 섬김을 실천한다.


임성빈 교수는 “이제는 소극적이고 내부지향적인 문화에서 벗어나 부활의 기쁨을 교회공동체와 또 믿지 않는 이웃들과 함께 나누는 기쁨과 나눔의 부활절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러한 것들은 보다 구체적으로 일련의 문화 기획들, 뮤지컬이나 영화제, 음악회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통해 우리의 교회문화 속에서 실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웃을 섬기는 부활절을 위해 또한 한국교회는 단체 헌혈이나 장기기증운동에도 동참하고 있다.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는 매년 부활절을 앞두고 개 교회들을 방문해 장기기증 서약예배를 함께하고 있다. 지난 해는 부활주일 하루 동안만 교인 1,162명이 이웃과 생명을 나누는 장기기증서약에 참여하며 부활의 기쁨을 나눴다.


박진탁 이사장은 “우리를 위해 부활하신 예수님의 사랑을 따라, 생명을 나누려는 많은 교회와 성도들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며 “많은 교회들이 장기기증운동에 먼저 나서 생명을 나누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제 부활의 기쁨은 개인의 신앙을 넘어 문화의 꽃으로 사회 속에 들어가야 한다.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부활절의 모습에서 벗어나 부활의 진정한 의미를 교회 공동체의 삶과 문화 속에서 풍요롭게 재현할 때 부활의 주님이 우리 삶 속에서 새로운 기쁨으로 다가올 수 있다. 진정한 부활절 문화의 성숙을 위한 거룩한 소명에 한국교회 전체가 함께 동참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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