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고령화·경제위기로 재정 감소… 현실성 있는 운영으로 내실화 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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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8-30 10:55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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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개혁과제(4) - 불투명·방만한 운영이‘부도’ 부추겨
최윤식 미래학자 “2028년부터 한국교회 재정 위기”… 10년 골든타임 놓치지 말아야
무리한 교회건축·공기관의 방만한 부실운영으로 부도 잇따라 … 공적 책임감 가져야
본지는 지금까지 한국교회 개혁과제로 목회자 윤리, 사유화 병폐, 공기관의 눈 먼 돈 등을 다루었다. 이번 호에는 한국교회의 방만한 운영 실태를 다루려고 한다.
판교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수많은 교회들이 앞다퉈 부흥을 꿈꾸며 들어갔다. 그 중 A교회는 통합측의 대표적인 교회였다. A교회는 2010년 판교 신도시로 이전할 당시 재적 7000명에 출석교인 3000명의 교세를 가진 대형교회였다. 판교로 이전하면서 1264평 대지에 지하 5층, 지상 7층, 연건평 8000평에 달하는 예배당을 건축했다. 대형교회답게 본당 규모만 3000석에 달하고, 체력단련장, 독서실, 예식장, 카페, 영화관 등을 갖춘 초현대식 건물이었다,
하지만 A교회는 성전건축 3년 만에 경매 물건으로 시장에 나왔다. 감정평가액은 526억 원이었다. 워낙 대형교회이고, 고가이다 보니 일반 교회들이 경매에 참여하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몇 차례 유찰된 후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최종적으로 하나님의교회가 288억 원에 단독 입찰해 낙찰 받았다.
신도시 교회 부흥을 꿈꾸며 들어갔던 교회가 결국은 한국교회가 이단으로 규정한 하나님의교회에 넘어간 것이다.
A교회와 같이 새 성전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부도 맞은 교회들은 부지기수다. 서울뿐 아니라 지방 도시에서도 경매 건으로 나오는 것이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교회 경매나 매매를 전문하는 인터넷 사이트까지 생길 정도다.
교회뿐 아니라 교단들도 파행적 운영으로 교단 내 갈등과 소송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 최대 교세를 자랑하는 합동측 총회은급재단은 2013년에 벽제 납골당에 수백억 원을 투자했다. 철저한 시장조사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몇몇 정치인사에 의해 무리하게 추진됐다. 결국 사건은 터졌다. 수십억 원의 경제적 손실은 물론 소유권 다툼도 명확하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급기야 2015년 합동총회에서는 납골당 문제와 관련해 지난 수년간 교단에 해를 끼친 인사를 공개하고, 관련자들을 치리하기로 결의했다. 납골당은 불법과 비리의 온상으로 합동총회의 골칫꺼리가 되었다.
예장통합 연금재단도 부실경영으로 도마에 올랐다. 연금재단 자산은 3,300억원에 이른다. 거대한 자금운영에 문제가 있다는 소리는 2008년부터 끊이지 않았다. 2012년에는 특별감사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감사에 들어갔다. 그 해 97차 총회에서 특별감사위원회는 △규정을 위반한 기금 운용 △규정에 없는 기구 설치 및 권한 남용 △자료 은닉 △재단 사무실에서 연금재단과 관계없는 업무 수행 △기금 운용 보고서 부실 △법령상 금지된 부동산 취득으로 말미암은 손실 △규정과 다른 연금 해약 및 재가입 △투자 회사를 이용한 횡령 및 배임 △규정에 없는 경비, 증빙 없는 경비 지출 등 문제투성이다고 보고했다. 놀라운 것은 몇 직원들이 부실경영과 비리에 연루되어 쌈짓돈 쓰듯 유용했다.
총회는 새로운 이사를 파송해 수습에 들어갔지만 사태는 진정되지 않았다. 새로운 변수가 터졌다. 새 이사진들이 연금재단을 장악하면서 여전히 부실운영과 불법 브로커를 통한 무리한 투자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끼쳤다. 100회 총회에서는 연금재단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며 특단의 조치를 요구했다, 1660억대 불법 대출 논란이 빚어지면서 총회에서는 파행적 운영으로 문제를 일으킨 연금재단 이사들을 해임하기로 결의했다. 일부 이사는 총회 지시에 순응해 사임했지만 이사장을 비롯한 일부 이사는 총회 결의에 반발했다. 지금까지 전면대치하면서 지루한 법정공방을 하고 있다.
위 사례들은 우리 총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례에 나타난 것처럼 부도를 맞은 원인은 하나같이 원칙과 적법 절차를 무시한 도덕적 해이와 방만한 운영 때문이다.
지금 한국교회는 냉정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두루뭉술하게 재정운영을 할 시대는 지났다. 본지는 지난 호에서 이제 한국교회는 은혜 시대가 마감되고, 행정시대가 도래했다고 지적했다. 성전건축 과정에서 부도가 난 교회들의 경우를 살펴보면, 행정적 자료를 바탕으로 한 재정운영 보다는 막연한 은혜(?)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신도시에 미리 입점하면 입주민들이 대거 들어 올 것이고, 성도들이 늘어나면 이자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당장 필요한 자금은 직분자들이 대출을 받거나, 건축헌금 작정을 하고 진행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목회자의 일방적 바람일 뿐이다. 이제 한국교회 성도들은 냉정하다. 무조건 담임목사를 따라 가던 세대가 아니다.
한국교회 성도들의 성향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최근 신용어가 등장했다. 바로 ‘가나안 성도’다. 가나안 성도는 명목상 교인이지만 실제로는 교회를 나오지 않는 ‘휴면 교인’들이다. 가나안 땅을 향해 행진하다가 광야에서 방황하는 교인들이다. 가나안을 거꾸로 읽으면 ‘안나가’ 가 된다. 왜 이들은 교회에 다니다가 나가지 않고 있는가? 기윤실이 2008년부터 실시한 한국교회 사회적 신뢰도 조사에서 나타난 것처럼 교회를 불신하기 때문이다.
목회자의 도덕적 해이, 불투명한 재정운영, 언행불일치 등 교회를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교회를 나가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제 한국교회 교인들은 신뢰하고 공감하는 곳에서 예배하고 헌신한다. 그렇지 않으면 냉정하게 등을 돌린다.
한국교회 교인들은 시대 상황에 따라 신앙의 성향이 변했는데, 담임목사는 여전히 자신의 말에 전적으로 순응하며 따라 올 것이라는 과거에 갇혀 있다. 철저한 시장조사와 충분한 재정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밀어붙이기식 무리한 성전건축은 자칫 교회 부도 를 자처할 수 있다.
교단 기관들의 방만한 파행운영은 더 심각하다.
일단 공기관에 대한 공적 책임감이 없다. 주인의식이 없으니 ‘눈 먼 돈’(?)이다.
공기관의 공적자금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안건을 상정하고 해당기관에서 회의를 해 집행해야 한다. 이후에는 적법하게 진행되었는지 공지와 전문가의 감사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합동 은급재단이나 통합 연금재단 사례에서 보듯 힘있는 특정 정치인에 의해 공론화 과정이 철저히 생략되고 형식화 되었다.
투자하기 전에 물건에 대한 사전 조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하는데 개인관계를 매개체로 수억 원의 공적자금이 투자되었다. 회의, 감사도 형식에 불과했다. 애초부터 검은 커넥션 의혹이 짙은 것이다. 공적자금의 피해는 고스란히 총회와 연금을 받는 목회자들의 몫이다.
공기관들의 공적자금이 일부 정치인의 눈 먼 돈이 되지 않고, 건강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행정 시스템을 확립하고, 시스템으로 움직여야 한다. 특정 정치인의 입김에 따라 좌지우지 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일을 하든지 행정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운영되도록 법 질서를 공고히 해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전문 인력이 일하고, 외부 전문 감사 제도를 두더라도 투명성과 공지성을 확보해야 한다. 불투명하고 무리한 사업투자는 금물이다. 무엇보다 정치적 판단보다 현실성 있는 계획적 투자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동체 자산 파산은 불 보듯 뻔하다.
한국교회 미래학자인 최윤식 박사는 2015년 <2020 2040 한국교회 미래지도2> 책에서 한국교회는 하나님이 주신 마지막 골든타임 10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교회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벌어지면서 1차 재정 위기를 맞았다. 앞으로 2~3년 후 한국판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2차 재정 위기를 맞을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 재정 위기가 일어나는 시기는 2028년 경이 될 것이다. 세 번의 재정 위기를 겪으면서 한국교회의 헌금은 평균 절반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심각한 곳은 3분의 1로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몇몇 교회와 지도자의 도덕적 문제, 시대에 역행하는 행동으로 인한 사회적 지탄 등으로 한국교회 이미지가 하루가 다르게 하락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대세적 성장이 멈추었다”고도 지적했다.
또한 “2028년경이 되면 한국교회 교인들의 주력 세대가 60~70대가 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전체 교인 70%가 55세 이상 은퇴자일 것으로 예측된다. 경기 외곽 지역이나 지방 대도시는 그들이 80% 정도 차지하고, 중소형 도시는 교인들의 80% 정도가 은퇴자일 수 있다. 일명 고령화된 한국교회다”라고 내다봤다.
최 박사의 한국교회 미래 진단은 암울하다. 어찌 보면 이것이 냉정한 한국교회 현실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한국교회는 시대 상황변화에 애써 모른척 하거나 설마 그렇게까지 급변하겠느냐며 안일하게 반응해 왔다. 하지만 이제 시간은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미래를 대비하는 길은 현실을 직시하고, 기존의 목회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다.
최 박사는 “한국교회의 문제는 현재 한두 가지 프로그램을 실시하거나 고쳐서 해결될 수 없고, 총체적 문제이므로 다각도로 접근해야 한다”며 “그래서 근본 해법은 말씀과 함께 믿음의 회복에 있다. 그런데 성경이 말하는 근본 해법은 내적으로 교회다움을 회복해 교회와 교인들을 회복시키고, 외적으로는 새로운 시대적 소명을 붙잡고 세상을 회복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한국교회는 지금까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성도를 모으고 더 큰 교회를 지을 것인지에 대한 목표를 가졌다면, 이제 잠시 내려놓고 한 사람을 끝까지 양육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교회 성장’이라는 신화를 버려야 한다”고 했다. ‘교회 건축’에 대해서도 “건물은 분명 하나님의 도구이고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과시적이고 분에 넘치게 건축하는 게 문제”라며 “또 하나는 찾아올 수 있는 소나기(경제 위기)를 피하는 측면에서 건축을 보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말은 한국교회 공기관 운영에도 적용된다. 지금까지 한국교회 공기관들은 과도하게 사업을 추진해 왔다. 공기관에 대한 공적 책임감도 없이 정치적 계산에 따라 방만하게 운영, 파산을 초래했다.
금번 본교단의 총회회관 부도 사태도 결국은 부실경영 때문이다. 정치권력자의 도덕적 해이와 불투명하고 불법 투성이로 경영했기 때문이다. 이제 다시 냉정을 찾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더 이상 방만한 부실경영은 안 된다. 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예산 계획안부터 분명하게 수립해야 한다. 수입이 없다면 지출을 해서는 안 된다. 나중에 차용하여 보충한다는 정치적 계산은 위험천만한 도박이다. 갈수록 한국교회 미래는 불확실한데 사업성도 따지지 않고 사업만 벌여 놓는다면 조만간 파산할 우려가 크다.
지금은 성공신화에서 벗어나 내실경영을 꾀할 때다. 진정한 개혁은 돈부터 개혁해야 한다. 총회 공동자산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무엇보다 규모에 맞는 살림살이를 하는 것이 기하성총회 개혁을 앞당기는 길이다.
김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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