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교회•공기관은 공동체가 주체… 특정인이 독점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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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8-30 10:25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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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개혁과제(2) - 사유화 병폐, 공공성 회복해야
밀실행정이 불신 키워 … 공기관은 안건상정·결의·집행 등 공론화 거쳐야
권력의 장기화·독점화가 사유화 고착시켜 … 권력 분립·순환제 도입해야
한국교회 위상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추락의 속도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신뢰성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이제 한국교회는 세상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걱정하는 교회가 되었다. 130년의 선교역사와 교회사에 유례없는 성장을 자랑하지만 이대로 방치하고 동조하면 한국교회 미래는 불투명하고 불확실하다.
본지는 지난 호부터 ‘한국교회 개혁과제’를 주제로, 무너져가는 한국교회를 바로 세우기 위한 제언을 실었다. 첫 번째 문제는 ‘목회자 윤리강령 제도화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한국교회 문제는 결국은 목회자 문제다. 목회자가 목회자다우면 교회도 교회답다. 교회 환경을 논하고 시대상황을 비판해도 그 중심에는 목회자가 있다. 교회문제는 외부 환경을 탓하기 이전에 교회에서 중심역할을 하고 있는 목회자를 논해야 한다.
수 차례에 거친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의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에 나타나듯 세상은 목회자가 타락할 때 교회도 불신했다. 속된 말로 ‘목사가 사고만 치지 않아도 교회는 부흥한다’고 할 정도로 작금의 한국교회에서 목회자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교회 개혁과제에서 본질적이고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목회자의 윤리부분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한국교회 개혁과제’ 두 번째로, 사유화의 병폐를 지적하고, 공공성 회복을 논하려고 한다.
교회는 본질적으로 사유화 될 수 없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으로 한 몸 공동체이다. 하나님의 존재도 독단적이거나 개인적이지 않고 삼위일체로 존재한다. 성경은 창세기부터 ‘우리’라는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스라엘 역사의 정치 구조와 생활규범은 세상 역사와 확연하게 다르다. 세상은 제왕적 정치로 권력을 독점하고 백성들을 지배한다. 하지만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구원하면서 시내산에서 제사장 나라 거룩한 시민공동체를 세울 것을 언약했다. 세상의 중심에는 정치 권력이 왕좌에 앉아 있지만 이스라엘의 생활 중심에는 거룩한 성막이 있다. 이는 정치 권력이 주인인 나라가 아니라 하나님이 주인인 하나님 나라를 선언한 것이다.
분명 교회의 주인은 사람이 아닌 하나님이다. 예수를 구주로 시인하는 거룩한 성도라면 이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진리다. 우리는 사도신경에서 ‘거룩한 공회’임을 고백한다. 초대교회 신앙의 정통성과 역사성을 믿는 우리들은 교회가 특정한 개인의 것이 아닌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는 모든 지체들의 몸 된 교회, 즉 거룩한 공회임을 고백한다.
하지만 작금의 한국교회는 진리는 알지만 진리를 의도적으로 은폐하고 거부하고 있다. 교회의 공동체성을 고백하면서도 실상은 하나님이 주인이 아닌 특정인의 사유화로 만들고 있다.
교회의 사유화는 교회 정치 구조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목사는 제왕적인 정치 리더십으로 교회의 모든 것을 독점하고 있다. 목회자뿐 아니라 일부 특정인들이 교회의 모든 것을 장악하여 운영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이원규 감신대 종교사회학 교수는 한국교회 사유화 현상으로 △교회세습 △성직 매매 및 금권선거 △교회 매매 △개교회주의 △불투명한 예산 집행 등을 꼽았다.
이 교수는 “교회를 자기 소유물로 생각하고 좌지우지하며 자녀에게 물려주는 교회세습은 사유화의 전형”이라며 “이외에도 교회와 직책이 사유화되면서 교회 권리금을 받고 팔고, 직책과 교권을 차지하기 위해 금권 선거가 난무하다”고 비판했다.
더 나아가 사유화 팽배는 교회의 기업화, 대형화, 목회자의 우상화로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개교회뿐 아니라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관들도 사유화 논란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연합기관은 말 그대로 한국교회, 교단들의 연합체이다. 특정 교단이나 특정인들이 장악해서 독점적으로 운영할 수 없는 조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날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관들의 정치 구조나 운영 사례를 보면, 연합기관으로서 공공성을 상실하고 특정인들이 돈과 힘으로 운영한 것을 부인할 수 없다. 한기총은 특정인들의 권력 남용으로 인해 한교연으로 분열되었으며, 한국교회 공동의 자산인 찬송가는 일부 정치 세력이 법인화하여 소유권을 독점하므로 수 년간 회원 교단들과 법적으로 다퉜다.
한국교회 연합과 일치를 상징하는 한국교회 부활절연합예배도 여전히 하나되지 못하고 연합기관마다 대표성을 주장하며 해마다 나눠 드리고 있는 실정이다. 대사회나 민족을 위한 한국교회 연합행사도 돈과 사람을 동원할 수 있는 힘있는 대형교회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교회와 연합기관을 바라보는 인식의 문제다. 내가 설립했고, 내가 돈 내니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뿌리 깊은 사유화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다시 한 번 교회의 올바른 정의를 내려야 한다. 또한 목회의 본질이 무엇인지 묻고, 연합기관의 존재 이유도 재정립해야 한다.
물론 내가 개척한 교회, 내가 후원하는 단체에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정당하지만 그것 마저도 공공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공적인 책임감을 갖고 더 적나라한 공적 절차를 거쳐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이 유익하다. 일례로 교회세습은 내 자녀뿐 아니라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고, 공동체가 공익을 위해 올바른 결정을 하도록 해야 사유화의 병폐를 막고, 더 깊은 공동체의 신뢰를 구축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이 없기에 사유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것이다.
앞서 말한 대로 사유화를 막기 위해서는 공정하고 적법한 과정을 통해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
대부분 사유화 논란은 공론화 작업을 생략한 경우다. 정치권력을 장악한 자가 헌법과 내규를 무시하고 임의로 재산을 처분하고, 그 과정도 적법한 절차를 전혀 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진행한다. 문제가 되면 사후에 긴급하게 회합해 추인하는 불법을 행하고 있다.
이는 내가 정치력으로 장악했으니 내가 임의로 해도 된다는 지독한 사유화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교회나 연합기관이 공적기구라면 반드시 공론화 작업을 거쳐야 한다.
중요한 안건을 상정하고, 그것을 공론화하여 결의하고, 집행하는 모든 과정이 적법하게 이뤄져야 한다. 특정 개인이 임의로 처분할 수 없다. 공론화 과정 없이 밀실에서 몇몇 특정인의 회합으로 이뤄져서도 안 된다.
조성돈 실천신대 교수는 ‘한국기독교의 사유화와 공공성’ 발제에서 “이제 한국교회 역사 130년에 한국교회 기관들이 문제가 생긴다. 한국교회의 유산으로 남았던 기관들이 특정한 집단, 또는 특정한 인물에 의해서 좌지우지 되고 사유화돼 가는 것이다”고 지적하면서 한국교회가 새로워지기 위해서는 공익성이 회복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기독교 정신의 회복이 필요하다. 보편적 가치와 합리성, 그리고 공익성이다. 이것은 내 것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희생을 기반으로 한다”면서 “사적 이익이나 공적인 합리성에 기반한 판단이 가능해야 한다. 이러한 가치관과 태도에 기초하여 토론의 문화가 이뤄져야 한다. 공적기관이라면 공적인 자리에서 토론하고 이해를 나누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공익성 확보를 위해 또 하나 반드시 짚어야 할 것은 권력의 장기화, 독점화이다.
사유화 병폐가 심각한 교회나 공적기관을 살펴보면 하나 같이 특정 인물이 장기적으로 정치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 장기집권을 철옹성처럼 지키기 위해 권력의 일부를 자신에 속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형태가 비일비재하다. 소위 ‘측근정치’ 세력을 구축하는 것이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말처럼 이런 경우 반드시 썩게 되어 있다. 권력은 대단한 매력과 동시에 엄청난 마력을 가지고 있다. 누구도 권력의 마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처음에는 희생과 섬김으로 올곧은 비전을 향해 나가지만 어느 순간 초심을 잃고 권력에 취해 있다. 예수가 광야에서 시험받은 것은 돈과 권력과 명예의 유혹이다. 사람들은 나는 괜찮다고 한다. 솔직히 아무도 모르는 소리다.
이런 유혹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사람의 성품을 평가할 것이 아니라 헌법으로 제도화해야 한다. 한 사람이 권력을 장기적으로 독점할 수 없도록 분리시키고, 순환하도록 해야 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삼권을 분립시키는 것은 권력의 집중화를 막기 위한 제도적 안전장치이다.
더 나아가 교회의 공익성은 사회적 책임을 말한다. 교회는 개인의 소유물도, 한 교회의 자산만도 아니다. 하나님 나라의 복음사역을 위해 복음의 증인으로 서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교회 안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교회 밖도 하나님 나라의 통치 영역이다. 세상을 떠난 교회는 교회로서 존재 이유가 없다. 세상의 중심에 서 하나님 나라 대사로서 사명을 다해야 한다.
이 땅과 사람들을 위한 사회적 책무는 교회가 반드시 지고 가야 할 십자가다.
정재영 실천대 교수는 “오늘날의 개신교에서 공공의 선이나 선한 사회를 이루고자 하는 노력은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면서 “이제 한국교회는 자신들만의 이익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대하여 공공 종교로서의 책임있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본교단은 금년에 제65차 회기를 맞이한다. 척박한 땅에서 이만큼 일군 것은 선교사들의 아낌없는 유산과 1세대 목회자들의 노고다. 아름다운 유산으로 물려준 선물을 공동으로 관리하여 다음세대에 물려줘야 할 역사적인 책임이 크다.
그동안 본교단은 특정인의 장기 권력독점으로 막대한 재산 손실을 입었다. 교단 재산은 해당기구의 회의, 결의, 집행 등 공론화 과정이 철저히 무시됐다. 문제가 터지면 사후에 추인하는 불법을 행했다. 결국 권력의 야욕에 분열의 아픔도 겪고 있다. 이제 더 이상 교단 사유화 병폐는 허용해서도 안되고, 방치하거나 동조해서도 더더욱 안 된다. 교회 권력은 박수칠 때 떠나는 것이 아니라 박수 받으면서 떠나야 한다.
차제에 지난 흑역사를 거울삼아 정치권력을 분립시키고, 장기화를 순환제로 제도화 해야한다. 특히 밀실정치, 측근정치 구조에서 탈피해 모든 과정을 공론화하여 공적기구에 맞는 투명운영을 해야한다.
이것이 개혁의 본질이다. 기하성총회가 총회 사유화 병폐에서 벗어나 공기관으로써 새롭게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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