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맥추절 특별기고 / 맥추절, 인류 구원에 대한 하나님의 뜻과 계획이 온전히 성취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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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맥추감사주일이다. 한국교회는 하반기가 시작되는 7월의 첫 번째 주일을 맥추감사주일로 지킨다. 대부분의 사람은 맥추감사주일이 구약의 맥추절에서 유래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맥추절(麥秋節)의 의미를 그대로 풀어보면 ‘보리 가을’인데, 이는 ‘보리를 수확하는 절기’라는 뜻이다. 한국에서 이모작을 하는 농가들은 상반기에는 보리를 수확하고 하반기에는 쌀을 수확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한국교회는 보리 추수를 마치는 이 시기에 지난 반년 동안 베풀어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면서 남은 반년도 잘 지켜주시기를 소망하며 맥추감사절을 지킨다.
본래 맥추절은 구약에 등장하는 삼 대 절기인 유월절, 맥추절, 초막절 중의 하나이다. 맥추절은 성경에서 초실절, 칠칠절, 오순절의 다른 이름이며, 초막절은 수장절로 불리기도 한다(참고. 신 16:16, 출 23:15-16). 동일한 절기가 이렇게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는 이유는 각각의 명칭마다 강조하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맥추절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용어들을 하나하나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맥추절
맥추절이 직접적으로 언급되는 성경구절은 출애굽기 23:16이다. “맥추절을 지키라 이는 네가 수고하여 밭에 뿌린 것의 첫 열매를 거둠이니라 … ” (출 23:16). 여기서 ‘맥추절’로 번역된 말의 히브리어 원문은 ‘웨하그 하카치르(וְחַ֤ג הַקָּצִיר)로 문자적으로는 ‘추수 절기, 수확 절기’ 등을 나타내고 있다. 개역개정, 새번역, 공동개정, 우리말 성경 등과 같은 한글 성경은 모두 ‘맥추철’로 번역하고 있지만, ESV, NIV, NAS, NRS, RSV 등과 같은 대부분의 영어 성경은 ‘the Feast/Festival of Harvest(추수의 축제)’로 번역하고 있다. 따라서 이 구절에서 ‘맥추절’은 반드시 보리를 수확하는 절기로만 해석될 수 없어 보인다.
2. 초실절
초실절의 의미는 ‘첫 열매를 드린다’는 뜻이다. 구약 시대 월별 수확물 현황을 소개하고 있는 Handbook of Life in Bible Times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초실절은 이스라엘 종교달력(이하 히브리력) 1월(니산월)의 ‘보리 초실절’과 3월(시완월)의 ‘밀 초실절’로 구분된다. 유월절은 히브리력으로 1월 14일(금)이며 바로 이어 일주일 동안 누룩을 넣지 않은 빵을 먹는 무교절(15-21일)이 이어진다. ‘보리 초실절’은 유월절이 지난 다음 날(1월 16일)로 무교절 안에 있으며, 이날 첫 수확한 보리 이삭 한 단을 하나님께 드린다. “첫째 달 열나흗날 저녁은 야훼의 유월절이요 이 달 열닷샛날은 야훼의 무교절이니 이레 동안 너희는 무교병을 먹을 것이요 그 첫 날에는 너희가 성회로 모이고 아무 노동도 하지 말지며 너희는 이레 동안 야훼께 화제를 드릴 것이요 일곱째 날에도 성회로 모이고 아무 노동도 하지 말지니라 야훼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이스라엘 자손에게 말하여 이르라 너희는 내가 너희에게 주는 땅에 들어가서 너희의 곡물을 거둘 때에 너희의 곡물의 첫 이삭 한 단을 제사장에게로 가져갈 것이요” (레 23:5-10).
‘보리 초실절’을 기준으로 50일 후인 3월 6일은 칠칠절, 곧 오순절이 되며, 바로 이날이 밀의 첫 열매를 하나님께 드리면서 감사하는 ‘밀 초실절’이다. “안식일 이튿날 곧 너희가 요제로 곡식단을 가져온 날부터 세어서 일곱 안식일의 수효를 채우고 일곱 안식일 이튿날까지 합하여 오십 일을 계수하여 새 소제를 야훼께 드리되” (레 23:15-16).
그런데 한국교회는 바로 이 ‘밀 초실절’인 칠칠절, 오순절을 맥추절과 동일한 용어로 쓰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용어이며, 그 원인은 개정개역 성경이 출애굽기 34장 22절을 잘못 번역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칠칠절 곧 맥추의 초실절을 지키고 세말에는 수장절을 지키라” (출 34:22). 여기에서 ‘맥추의 초실절’이 잘못된 번역이다. 원문은 ‘삑쿠레 케치르 힛팀’(בִּכּוּרֵ֖י קְצִ֣יר חִטִּ֑ים)으로 ‘밀의 초실절’이라는 의미이다. 위에서 언급한 대부분의 영어 성경도 ‘wheat harvest’로 번역하고 있으며, 현재 새번역, 우리말, 공동 번역 등도 이 구절을 ‘밀 추수’로 바르게 번역하고 있다. 물론 밀도 맥(麥)과에 속하기 때문에 소맥(小麥)이라고 칭하기도 하지만, 밀 수확을 맥추라고 번역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이처럼 한국교회가 맥추절이라고 부르는 칠칠절, 오순절에 이스라엘 백성이 헌물로 드리는 것은 보리가 아니라 밀이었다. 히브리력 3월은 태양력으로 5-6월에 해당된다. 이 시기에 포도를 수확했던 이스라엘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결국 ‘맥추’라는 번역은 6월 중순 또는 6월 말경에 보리를 추수하던 한국인들의 문화를 염두했던 번역으로 여겨진다. 그러므로 엄밀히 따지면 ‘맥추절’이란 용어는 출애굽기 34장 22절의 오역이므로 원문의 의미를 따라서 ‘밀 첫 추수 절기’라고 표현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구약에서 맥추절과 칠칠절, 오순절은 같은 날이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오순절은 성령강림주일(2023년은 5월 28일)로, 맥추감사주일은 7월 첫 번째 주일로 구분하여 따로따로 지키고 있다. 이는 한국의 역사적 상황과 맥락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과거 먹을 것이 궁했던 보릿고개를 넘기면서 무사히 보리 추수를 끝낸 다음,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특별하게 맥추감사주일을 지키게 된 것이다. 따라서 한국교회가 지키는 맥추감사주일은 한국의 농경문화와 관련되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토착화된 절기라고 할 수 있다.
3. 칠칠절, 오순절
칠칠절과 오순절은 숫자로 설명된 절기이다. 먼저 칠칠절은 보리 첫 추수 이후 일곱 주를 세는 것으로 칠칠(七七)은 7x7=49를 의미하며 유월절 이후 49일이 지난 날을 뜻한다. “일곱 주를 셀지니 곡식에 낫을 대는 첫 날부터 일곱 주를 세어 네 하나님 야훼 앞에 칠칠절을 지키되 … ” (신 16:9-10). 또한 오순절은 숫자 5(五)에 숫자 10(旬)으로 열 번이 다섯 번 돈 시간(5x10=50)을 의미한다. 즉, 칠칠절과 오순절은 같은 시기를 단지 다르게 표현하는 용어이다.
그런데 칠칠절은 이스라엘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 랍비들의 전승에 따르면 모세가 시내산에서 하나님께 율법을 받은 날이 바로 이날이기 때문이다. 유월절에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셋째 달 초하루에 시내 광야에 도착했다. “이스라엘 자손이 애굽 땅을 떠난 지 삼 개월이 되던 날 그들이 시내 광야에 이르니라” (출 19:1). 그들은 시내산에 도착하고 닷새 후에 율법을 부여받았는데 이날은 유월절을 기준으로 정확히 50일째가 되는 날이었다. 하나님은 칠칠절에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율법을 주기 위해 직접 시내산에 강림하셨다. 이 용어에는 강력한 하나님의 임재하심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구약에서 칠칠절이 율법을 수여 받은 날로 언약의 축복을 주신 날이라면, 신약에서 오순절은 하나님이 성령강림의 가장 큰 축복을 내려주신 날이다. 성령님은 오순절 날 예루살렘 다락방에서 간절하게 기도하던 120명의 제자들에게 바람과 불처럼 강력하게 임하셨다. “오순절 날이 이미 이르매 그들이 다같이 한 곳에 모였더니 홀연히 하늘로부터 급하고 강한 바람 같은 소리가 있어 그들이 앉은 온 집에 가득하며 마치 불의 혀처럼 갈라지는 것들이 그들에게 보여 각 사람 위에 하나씩 임하여 있더니 그들이 다 성령의 충만함을 받고 성령이 말하게 하심을 따라 다른 언어들로 말하기를 시작하니라” (행 2:1-4).
예수님의 제자들은 삼 년 반이나 예수님과 동행했지만, 예수님이 십자가에 돌아가시는 순간 대부분의 제자는 두려워하며 도망치고 말았다. 하지만 오순절 날 성령 충만을 받고 달라진 제자들은 복음 전파를 위해 담대하게 세상으로 나아가 주님의 지상명령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오순절은 성령님이 임재하셔서 우리에게 능력을 주시는 사건이었다. 무엇보다도 성령님은 우리 안에 내주하시면서 우리가 하나님의 뜻대로 살도록 우리를 인도해주신다. 사도 바울이 제2차 선교여행을 할 때, 성령님은 아시아로 가려는 바울을 여러 차례 막으시면서 마게도냐 사람의 환상을 통해 그를 유럽으로 인도하셨다(행 16:6-10). 이로써 본격적으로 유럽에 복음이 전파되었고 온 세계에 복음이 확대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성령님이 오순절에 강림하셨다는 사실은 큰 의미가 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칠칠절인 오순절은 구약 시대 모세를 통해 세상에 율법이 주어졌던 날인데, 바로 이날 성령님이 새롭게 이 땅에 임재하신 것이다. 이는 율법만으로는 결코 이룰 수 없었던 죄와 사망으로부터의 구원이, 이제는 생명의 성령 안에서 얻는 믿음을 통해 이뤄지게 된 것을 의미한다(롬 8:1). 율법으로는 어떤 사람도 의롭다하심을 얻을 수가 없었지만 성령을 따라 행하는 사람에게 구원의 길이 열렸다. “무릇 율법 행위에 속한 자들은 저주 아래에 있나니 기록된 바 누구든지 율법 책에 기록된 대로 모든 일을 항상 행하지 아니하는 자는 저주 아래에 있는 자라 하였음이라 또 하나님 앞에서 아무도 율법으로 말미암아 의롭게 되지 못할 것이 분명하니 이는 의인은 믿음으로 살리라 하였음이라 율법은 믿음에서 난 것이 아니니 율법을 행하는 자는 그 가운데서 살리라 하였느니라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저주를 받은 바 되사 율법의 저주에서 우리를 속량하셨으니 기록된 바 나무에 달린 자마다 저주 아래에 있는 자라 하였음이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아브라함의 복이 이방인에게 미치게 하고 또 우리로 하여금 믿음으로 말미암아 성령의 약속을 받게 하려 함이라” (갈 3:10-14). “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생명의 성령의 법이 죄와 사망의 법에서 너를 해방하였음이라 율법이 육신으로 말미암아 연약하여 할 수 없는 그것을 하나님은 하시나니 곧 죄로 말미암아 자기 아들을 죄 있는 육신의 모양으로 보내어 육신에 죄를 정하사 육신을 따르지 않고 그 영을 따라 행하는 우리에게 율법의 요구가 이루어지게 하려 하심이니라” (롬 8:1-4). 이처럼 유대인에게만 국한되었던 하나님의 구원이 온 열방과 온 민족으로 확대된 것이다.
맥추절은 수확의 기쁨을 하나님께 돌려드리는 날이며 동시에 인류 구원에 대한 하나님의 뜻과 계획이 온전히 성취된 날이다. 특히 한국의 맥추감사주일은 한국적 상황과 문화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날이 되었다. 하나님이 가장 기뻐하시는 수확은 무엇보다도 한 영혼, 한 영혼이 구원받아 하나님의 백성이 되는 것이다. 맥추감사주일을 맞아 기독교하나님의성회의 모든 구성원이 전도의 열매를 많이 맺어 하나님께 영광과 기쁨을 올려 드리길 소망한다.
<국제신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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