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한국교회, 카리스마 리더십에서 코칭 리더십으로 변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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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25 13:31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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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소통하지 못하는 교회, 문제와 대안은?
폐쇄적 구조의‘불통’교회, 젊은층이 떠난다
탈권위수평적 의사전달, 쌍방향 교류 절실
‘함께 울고 위로해주는’세상 밖 소통 필요해
공감과 소통이 우리 사회 트랜드로 떠올랐다. 소통은 정치와 경제, 문화를 변화시키는 창구가 될 만큼 중요한 기능으로 자리잡았다. 인터넷과 SNS의 활성화로 더욱 넓어진 소통과 공감의 범위에서 다양하게 공유되는 의견들이 정치부터 문화에 이르기까지 사회 저변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교회는 얼마나 잘 ‘소통’하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오늘날 한국교회는 사회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정체된 모습이다. 교회 안에 있는 교인들은 답답함을 느낀다. 소통보다는 권위주의와 폐쇄적 구조에 갇힌 교회를 등지는 교인들이 늘고 있다.
소통하지 못하는 오늘날 교회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폐쇄적이고 획일적인 의사결정 구조는 최근 한국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분쟁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교회가 커지면서 당회가 교회 전체를 대신해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실제로 목회자와 소수 평신도 지도자가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이러한 의사결정 방식은 교회 내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더 심화시켰다. 그리고 갈등을 겪은 교인들은 교회를 떠났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지난 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신앙은 있지만 교회는 안 나가는’ 이른바 ‘가나안 성도’가 5년 새 두 배 이상(23.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원인을 분석해보면, 권위적이고 획일적인 교회 구조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경향이 높아졌고 목회자에 대한 불신은 커진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이같은 폐쇄적인 교회 구조는 젊은층이 교회를 이탈하게 하는 주요인이 됐다.
직장인 박 모 씨(29)는 지난 해 처음으로 교회 운영위원회에 참석했다가 실망만 하고 나왔다. 청년 대표 한 사람으로 회의에 참석했지만, 청년부에 발언권은 없다는 규정에 꿀먹은 벙어리로 한 시간을 앉아있어야 했다.
박 씨는 “청년들이 가장 많은 봉사로 교회를 섬기고 있음에도 교회 문제에 의사표시 하나 못한다는 게 안타깝다. 불투명하고 수직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답답하게 느껴졌다”고 한탄했다.
송재룡 교수(경희대 사회학과)는 한국교회가 여태까지 젊은이들을 유지하는 데 성공하지 못한 이유로, 교회가 한국 젊은이들에게 긍정적으로 어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한국교회가 권위주의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수평적 또는 민주적인 의사소통 구조가 없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교회 내 의사 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굳어져버린 교회의 권위적 구조를 바꿀 대안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목회자와 직분자들이 독선적 군림, 일방적이고 하향적이고 지시적인 태도를 버리고 탈권위적인 쌍방향적 교류와 수평적 의사전달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홍석 전문가(소통및갈등해결전문가, 여울교회)는 목회자나 장로가 공동체 의견을 대변할 뿐만 아니라 교회 구성원 모두가 스스로의 의견을 말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성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전문가는 “다양한 의사 결정과 소통 방식을 교단과 신학교 차원에서 실험하고 이러한 실험을 개교회로 전파해야 한다”면서 “단순하게는 떼제 공동체의 예배 형식을 수요 예배에 도입하는 것부터 성찬식 방에 건포도 넣기, 교회 비전 수립을 위한 참여형 수련회까지 실험 범위가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목회자 뿐 아니라 평신도들의 지도력 향상을 위해 지속적인 훈련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전문가는 일례로, 예수원 설립자인 대천덕 신부가 공동체 의사결정 기구에서 설립자인 자신을 스스로 제외하고 공동체 구성원의 독립된 결정권을 존중했던 사례를 들었다. 대천덕 신부 사후 예수원을 섬기고 있는 그의 가족들은 “우리의 제안이나 의견이 채택이 안 될 때 서운한 마음도 있지만, 오히려 공동체가 건강하다는 표시이기 때문에 기쁜 마음도 있다. 우리 가족이 이 곳을 떠나더라도 예수원은 하나님의 사명을 잘 감당하고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 전문가는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다. 교회가 작년보다 더 평등해지고 서로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있다면 그 교회는 느리지만 옳은 길을 가고 있는 것이라 믿는다”며 “교회가 조금 더 건강해지고 민주적인 의사 결정 방식을 도입해 갈 때 느리지만 천천히 평화롭게 하나님의 나라가 한 발짝 더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젊은층을 이러한 민주적 의사결정 방식에 참여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전경호 목사(덕성늘푸른교회)는 젊은 세대를 사역의 객체에서 사역의 주체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는 “청년들이 교회를 이루는 한 지체임을 인식하고 당회에도 대표들을 참석하게 해 안건에 대해 발언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모든 의사결정 구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배려해야 한다. 또 모든 행사의 기획 단계에서도 청년 대표들이 참여하여 기획 초기 단계부터 주역으로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끊임없이 스마트폰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청년들을 위해선 소통 방식에도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각종 회의와 예배를 통한 광고에서 벗어나 인터넷과 모바일을 이용한 홍보와 의견수렴 과정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전 목사는 나아가 청년들을 이끄는 리더십이 ‘카리스마적 리더십’에서 ‘코칭 리더십’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교회는 영적 권위라는 이름으로 담임목사나 당회의 결정이 일방적으로 성도들에게 전달되고 그것이 법이었다. 세상의 변화에 민감한 2030세대의 눈에는 교회가 정말 이상한 집단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각 부서의 양육과 행사의 기획부터 그들의 필요와 목표 세우기를 함께 하며 그들의 지혜와 경험을 살려서 행사와 양육의 주체가 되게 하는 코칭 리더십을 발휘하면 2030세대가 가진 풍부한 아이디어와 열심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송재룡 교수는 몇몇 교회가 청년들을 모으기 위해 도입한 생방송 형식의 토크쇼를 소개했다. 서울 중심부에 위치한 ㅇ교회는 ‘유희열의 스케치북’이라는 TV프로그램에서 힌트를 얻어, 청년들과 격의 없는 대화 이벤트를 통해 개인적, 신학적 질문을 자유롭게 나누고 토론한다. 송 교수는 “이러한 토크쇼는 젊은 신도들이 자신이 사용하기에 편한 언어로 자신을 표현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소통과 공감은 교회 안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교회는 예배당 밖 세상과의 소통이 더욱 절실해졌다.
그간 한국교회는 동성애, 종교인 과세, 이슬람 문제 등에 대해서 분명한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목소리를 내는 과정에서 한국기독교를 대표하는 소수 교계 인사들이 주축이 되어 교회 입장을 대변했지만, 한국교회 전체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는 데는 실패했다. 사회를 향한 한국교회의 일방적인 소통 방식은 오히려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는 원인이 되고 말았다.
세월호 참사 등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는 목회자들의 막말로 물의를 일으켰고, 교회 세습과 목회자 성추행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따가운 비판을 받았다. 교회를 비판하는 세력들은 교회가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돌보기보다, 부와 권력을 지지하는 이기적이고 세속적인 집단이라며 몰고 갔다.
한국교회가 대사회적 소통부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일까.
진중권 교수(중앙대)는 한 토론에서 “교회가 사회와 고립돼 있는 것이 문제다. 안에 갇혀 사회와 소통할 수 없는 방언을 하고 있다”며 “교회가 사회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민웅 교수(성공회대)는 “한국 기독교는 아파하는 곳에 가지 않고, 힘 있는 곳에만 가려 한다”며“기독교는 서성거리고 갈 길 모르는 사람을 끌어안는 종교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재영 교수(실천신대)는 “한국교회가 우리 사회에서 올바른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선 현실에 영합하지 않고 성경의 가르침에 근거해 현실 사회를 비판할 수 있는 예언자적인 모습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교회는 본래 가장 큰 역할인 ‘함께 아파하고 울어주고 위로해 주는 일’에 나서야 한다. 한국사회는 정치,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대를 지나왔고 또 지나고 있다. 사회의 고통 속에 교회가 깊숙이 들어가 공감하고 소통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용근 대표(글로벌리서치)는 한 포럼에서 “교회 뿐 아니라 사회도 신뢰도가 깨졌다.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는 게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결국 ‘나 혼자 살아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한국사회에서 살려면, 다른 사람의 고통을 외면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교회는 그 반대여야 하지 않겠는가. 다른 사람의 고통에 귀 기울이고, 들을 수 있어야 하는 게 교회”라며 “교회는 같이 아파하고 울어주고 위로해줘야 한다. 특히 30~40대 삶의 어려움에 대한 공감이 필요하다. 그래야 젊은층과 소통하고 이들을 끌어가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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