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교인 정체·영적 고갈 경험 … 신앙공동체 회복하고 교회 강점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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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2-06 14:29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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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교회, 5년 버티기 힘들어 … 작은교회만의 의미와 가치 찾아야
중형교회, 성장정체·고령화·재정난 삼중고 … 지역 함께하는 사역 절실
한국교회 부흥의 초석이 됐던 작은교회들이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작은교회를 살리기 위한 여러 방안들이 한국교회 안에서 다양하게 시도됐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작은교회들이 흔들리면서 중형교회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교인 300명 이상 출석하며 제법 안정적으로 운영된다 싶었던 중형교회들도 젊은층이 급감하면서 쇠퇴 국면에 접어들었다.
본지는 최근 발표된 기독단체들의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소형교회를 넘어 중형교회까지 확산된 한국교회 위기 실태와 대안을 짚어본다.
소형교회 목회자 절반 “교회 존립 걱정”
A 목사(44)는 신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교회를 개척했다. 서울 외곽의 임대료가 저렴한 곳을 찾아 목회를 시작했다. 당장 교회 운영이 어려워 학원강사 일도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임대한 교회 자리에 갑자기 주인이 들어오면서 교회는 지하로 밀려났고 지하를 싫어한 교인들은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다. 자립의 ‘마지노선’이라는 30명 교인은 물 건너갔고 교회는 계속 위축돼 갔다.
그는 “개척교회나 작은교회 성도들은 신앙이 자라면 떠나더라. 만약 성도들이 계속 머물러 있었다면 교회가 꽤 커졌을 것”이라고 말한다.작은교회의 어려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재정, 교인, 환경 등 악조건 속에서 버텨왔던 작은교회들은 당장 몇 년 내 교회 존립을 고민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최근 실천신대 21세기교회연구소와 한국교회탐구센터가 출석교인 100명 이하의 소형교회 목회자 2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47.1%는 ‘교회 존립’을 걱정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출석교인 50명 미만 교회 목회자 △이중직을 보유한 목회자 △건강한 교회를 추구하는 목회자가 ‘교회 존립’에 대한 걱정을 더 많이 하고 있었다.
또한 ‘교회 존립의 고비를 언제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향후 ‘1~2년’ 이내가 고비라는 응답률이 18.6%로, 5개 교회 중 1개 교회가 매우 절박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같은 응답은 출석교인 50명 미만 교회 목회자이거나, 이중직 보유 목회자, 미자립 인식 목회자와 개척교회 목회자에게서 높게 나왔다.
같은 질문에, ‘5~6년’이라는 응답 19.6%를 포함하여 ‘5년 이상’으로 보는 전망이 전체의 1/3인 33.0%였고, 평균 4.85년을 고비로 내다봤다.
그렇다면 이러한 작은교회 목회자들이 목회에서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일까.
설문에서 가장 많은 응답은 ‘교인 수 정체’(39.4%)였다. 그 다음으로 ‘헌신된 평신도 일꾼 부족’과 ‘재정 부족’이 19.9%로 같은 비율로 높게 나타났다. 이외 ‘교회 공간 부족’(6.3%), ‘교인간의 갈등’(6.3%)의 어려움도 있었다.
이같은 응답들은 응답자의 특성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40대 목회자는 ‘교인 간의 갈등’이라는 응답을 상대적으로 많이 꼽아 경험 많은 목회자에 비해 갈등 처리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50명 이상인 교회에서는 ‘평신도 일꾼 부족’이라는 응답을, 50명 미만 교회에서는 ‘재정 부족’이라는 응답을 상대적으로 많이 꼽았다.
지역에 따라서도 차이를 나타냈다. 시골 교회들은 저성장과 고령화로 어려움을 겪는다면, 대도시 교회들은 교회들 간 경쟁으로 시달리고 대도시 사람들의 다양한 종교적 욕구를 채워주지 못해 버거워 하고 있었다. 그간 많이 알려져 왔던 시골 지역 교회의 어려움과 별개로, 대도시 지역의 교회도 다른 차원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조사 결과에 대해 발제한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상당수의 작은교회 목회자들이 영적 고갈을 경험하였고, 목회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으며 실제로 교회 존립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 교수는 “건강한 작은교회들이 활발하게 신앙활동을 전개하는 것이 전체 교계를 선순환 구조로 만들 수 있다”며 “교계에 있는 크고 작은 교회들이 서로에게 건강한 영향을 주고받으며 상생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소형교회 위기, 중형교회까지 확산
존립의 위기는 소형교회만 느끼는 게 아니다. 소형교회의 침체 위기가 중형교회까지 확산되고 있다. ‘한국교회 마지노선’이라 할 수 있는 중형교회들 조차 심각한 쇠퇴 현상을 겪고 있다. 교인 수 300명 이상의 중형 규모면 어렵지 않게 목회할 수 있다는 예전 공식은 깨진지 오래다.
목회사회학연구소가 교인 수 300명 이상의 중형교회 목회자 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 인터뷰는 오늘날 중형교회가 처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관련 세미나에서 발제를 한 조성돈 교수(실천신대 목회사회학)는 “중형교회들의 앓는 소리를 전부터 들어 왔지만 걱정해야 할 정도라고는 생각지 않았는데 이번 조사 결과 많은 중형교회들이 무너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중형교회들 중 최근에 개척해 성장한 경우는 드물다. 1970년대와 80년대 황금기를 지나며 크게 성장한 교회들이 대부분이다. 80년대에 안정되면서 1세대가 은퇴했고, 90년대부터 2세대로 바뀌면서 인구는 줄고 지역사회는 무너져 중형교회로 남아있는 교회가 많다.
특히 중형교회들은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해 서울 부도심이나 수도권에 자리하고 있다. 주택가나 아파트를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전통적 지역이 쇠퇴하고 이 과정에서 인구가 줄고 변동이 일어나 기존의 교인들이 교회에 다닐 수 없는 상황에 접어든 것이다.재정난도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사회가 노령사회로 진입하며 교회 안의 노령화도 가속화 됐다. 노인들은 은퇴 후 헌금할 수 있는 여력이 없고, 젊은 성도들은 부모 세대처럼 헌금을 하려는 충성심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노령인구는 증가한 반면 젊은층이 빠져나가면서 중형교회의 재정난이 심화됐다”며 “대형교회를 좇아 교회의 외적 성장을 주도했지만, 오히려 교인 수가 줄어들어 교회의 유지가 힘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교회가 커지면서 점차 조직화되는 현상인 ‘제도화’의 문제점도 나타난다. 중형교회 제도화의 문제점을 지적한 정재영 교수는 “조직의 규모가 커질 때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귀속감이 저하되는 현상”이라며 “구성원 사이의 교섭이 어려워지고, 다양성이 증가하면서 정책결정에 대한 공통이해에 도달하기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제도화를 거부하면 교회는 운영의 효율성이 매우 떨어지게 되는 딜레마에 빠진다. 본래의 사명을 감당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중형교회의 어려움이 그것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중형교회의 무너짐은 작은교회로, 농어촌교회로, 교계 단체들로, 전체 한국교회에 도미노 현상처럼 확산될 수 있다.
조 교수는 “중형교회들이 어려워지니 작은교회, 농어촌교회에 대한 지원도 무너지고 있다”며 “중형교회의 문제는 교계에서 한 계층의 문제가 아니라, 교계 생태계 전체가 무너질 수 있는 타격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형교회 해법은?
작은교회들의 존립이 어려워지고 중형교회조차 심각한 침체 속에 내몰린 상황, 1년에 수천 개 교회가 문을 닫는 현실에서 전문가들은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소형교회와 중형교회의 침체를 막고 회복시킬 수 있는 해법은 무엇일까.
먼저 소형교회의 경우, 작은교회의 의미와 가치를 살리는 방안이 우선시돼야 한다.조성돈 교수는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작은 교회가 갖는 강점인 만큼 남녀노소 아울러서 교제를 하고 활동을 하는 신앙공동체 형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조 교수는 “공동체를 통해 친밀한 인격적 교제를 이루고 모든 교인들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에서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사람 중심의 사역을 전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작은교회 정신을 추구하는 교회들의 네트워크도 형성할 필요가 있다. 작은교회가 갖는 여러 강점에도 불구하고 자원이나 인력이 부족하다는 제약이 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뜻을 같이 하는 작은교회들이 연계하고 협력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조 교수는 “각각의 작은교회들이 자율성과 주체성을 가지고 활동하되, 필요에 따라 연합하고 협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작은교회의 문화를 형성하고 확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조 교수는 “양극화라는 교회 쏠림 현상으로 큰 교회는 더욱 성장하고 작은교회는 고사 상태로 내몰리는 상황에서, 작은교회 정신과 문화가 새로운 대안 문화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형교회의 경우, 조 교수는 ‘지역과 함께하는 교회’가 되라고 조언했다. 조 교수는 “중형교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과 함께하는 교회를 만들고 젊은층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등 합리적으로 교회운영을 해야 한다”며 “청장년층에 맞는 콘텐츠 개발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재영 교수는 중형교회의 폐해 중 하나인 ‘제도화’ 극복을 위해 수평적 의사소통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정 교수는 “교회를 관료제와 같은 피라미드식 상명하달의 조직보다는, 책임을 분담하는 위원회와 같은 소모임들의 수평적인 의사소통의 관계망을 이뤄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일의 진행에 있어서도 성과 중심보다는 교인들의 참여와 협력을 중시하고, 이를 통해 교회 비전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는 “한국 역사에서 교회는 민주적인 조직을 선도하는 역할을 담당했다”며 “이러한 교회의 전통을 살려 수평의 의사소통으로, 중형교회들이 보다 공공성 있는 신앙공동체로 거듭나야 한다”고 당부했다.
소형교회를 넘어 중형교회까지 확산된 침체 위기. 극복할 대안을 마련하기에는 늦은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지금에라도 작은교회, 중형교회의 특성과 장점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목회방안을 준비해 실천한다면 한국교회 회복의 희망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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