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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

<국제신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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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은정 작성일24-10-15 13:19

본문

 

신약에서 히에론’(ἱερόν)나오스’(ναός)는 모두 성전을 의미하지만, 사용된 맥락에 따라서 그 의미와 뉘앙스가 다르다. 이 두 단어는 각각 성전의 다른 측면을 강조하며, 중요한 신학적 함의를 담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신약에서 이 두 단어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분석하고 그 의미를 살펴보려고 한다.

 

히에론성전또는 성소를 의미하며, 어원적으로 신성한이라는 뜻을 가진 히에로스’(ἱερός)에서 파생되었다. 이 단어는 고대 그리스 세계에서 신성한 장소, 특히 신전과 같은 종교적 장소를 가리킬 때 사용되었다. 신약에서 히에론은 예루살렘에 있는 성전을 가리킬 때 사용된다. 이는 성전 전체, 즉 그 안에 있는 여러 구역과 건물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또한 유대인이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는 예배 장소로, 성전 안에 모이는 물리적 공간을 나타낸다(21:23; 3:1). 이는 성전이라는 장소가 교회 공동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암시한다.

 

특히 예수님이 성전을 정화하신 사건(21:12)에서도 히에론이 등장한다. 여기서 예수님은 성전 안에서 매매하는 사람들을 내쫓으시며 내 집은 기도하는 집이라 일컬음을 받으리라’(56:7)라고 말씀하신다. 이때 사용된 히에론은 성전 전체를 의미하며, 성전의 본래 목적이 상업적 이익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소통과 경배하는 것에 있음을 강조한다.

 

나오스는 헬라어로 거처또는 주거지를 의미하며, 특히 하나님이 거하시는 장소를 가리킬 때 사용된다. ‘나이오’(ναίω), ‘거주하다라는 동사에서 파생된 이 단어는 신약에서도 성전과 관련된 의미로 사용되지만, ‘히에론이 성전 전체를 가리킨다면, ‘나오스는 성전의 중심부 지성소를 가리킨다. 이는 하나님의 임재가 머무는 가장 신성한 장소를 나타낸다. 지성소는 대제사장만이 1년에 한 번 대속죄일에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9:7).

 

그러나 신약에서 나오스는 물리적인 의미를 넘어 더 영적인 의미로 확장된다. 바울은 그리스도인들을 히에론이 아니라 나오스로 묘사한다. 고린도전서 316절에서 바울은 너희가 하나님의 성전(나오스)인 것과 하나님의 성령이 너희 안에 거하시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고 묻는다. 이는 성전의 개념을 단순히 건축물에서 신앙 공동체와 그리스도인의 삶으로 확장됨을 보여준다. ‘나오스는 이제 하나님의 백성들이 그분의 임재를 경험하는 장소뿐만 아니라 그리스도인 개개인의 몸과 영적 공동체인 교회를 상징하는 것이다.

 

고린도 성도들은 하나님의 성령이 그들 안에 거하신다라는 사실로 인해 새롭게 성전의 의미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바울의 관심은 성령이 고린도 교인들 개개인에게 거하는 것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었다(물론 이것이 바울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지만[고전 6:19]), 바울은 그들이 예배로 함께 모였을 때 그들 가운데 거하시는하나님의 영을 강조하고 있다. 다시 말해, 바울은 고린도교회를 예수의 이름으로 모였을 때 그들 가운데 주님의 능력과 임재가 함께하는 공동체로 설명하고 있다(5:4-5), 바울에게 고린도교회는 바로 하나님이 거하시는 성전이었다.

 

비좁고 작은 가정교회에서 모인 고린도교회 공동체를 하나님의 성전이라고 여기는 것은 놀라운 선언이다. 바울이 이 편지를 쓸 때에도 여전히 예루살렘 내의 성전이 건재하고 있었다. 당시 유대인들에게 있어 예루살렘 성전은 하나님의 임재가 이루어지는 핵심 장소로 이해되었다. 따라서 이 특별한 주장을 고린도의 주로 이방인들로 구성된 그리스도인 공동체에게 전환시킬 때, 바울은 실상 세상을 뒤흔들어 놓는 해석상의 이동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유대교의 성스러운 공간을 중심에서부터 와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4:21-22). 바울은 하나님의 성령이 공동체 내에 임재하시며, 그래서 그 공동체가 이제 올바른 찬양과 경배가 올려지고 있는 장소라 믿고 있는 것이다. 성령은 더 이상 특정한 건물 안에 국한되지 않고 그리스도 안에서 선택된 하나님의 백성들이 모인 공동체 내에서 임재하신다.

 

결론적으로 신약에서 히에론나오스의 사용은 구약의 성전 개념에서 새로운 신학적 전환을 반영한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과 성령의 임재는 더 이상 물리적 성전에 국한되지 않고, 그리스도인들의 몸과 삶을 하나님의 거처로 변화시킨다. ‘히에론이 성전의 물리적 구조와 종교적 의식을 상징한다면, ‘나오스는 하나님의 임재가 실현되는 장소로서의 의미를 강조한다. 결국 히에론나오스는 신약에서 성전의 다양한 측면을 나타내는 단어들이며, 각각 물리적 성전과 영적 성전의 의미를 담고 있다.

 

바울은 고린도교회 성도들에게 너희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느냐?’(고전 3:16)라고 물었다. 그들이 신앙과 정체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적어도 고린도에서 하나님의 백성이 갖는 의미를 깊이 이해하고 있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오늘 우리는 어떠한가? 하나님의 성전으로서 사람들의 모임인 교회 이미지는(고후 6:16; 2:21) 우리에게 깊은 의미를 준다. ‘히에론의 개념을 넘어 성령이 임재하시는 나오스가 되길 소망한다. 더 나아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모인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모든 교회에 성령께서 영광스럽게 임재하실 그 날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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