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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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07 10:28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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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읽을 때 간혹 우리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말 중 하나가 ‘시험’이라는 단어이다.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가르쳐주신 주기도문에는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마 6:13)라는 표현이 나온다. 또한 예수님은 광야에서 40일을 금식하셨을 때 마귀의 시험을 물리치셨다(눅 4:1-13). 이러한 본문들에서의 시험은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긴다.
성경에는 이와 다른 뉘앙스의 ‘시험’을 의미하는 본문들도 있다. 창세기를 보면 아브라함이 100세에 낳은 이삭을 번제로 드려야 했던 사건은 하나님께서 그를 시험하신 것이었다(창 22:1-14). 출애굽 당시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를 통과하는 동안 하나님은 그들이 당신의 말씀을 순종하는지 시험하셨다(출 15:25; 16:4).
주님은 우리에게 시험에 드는 것을 주의하라고 가르치셨는데, 다른 한편으로 하나님이 우리를 시험하신다고 말씀하신다면 이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성경에서 사용되는 ‘시험’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잘 살펴봐야 한다. 헬라어 성경에서 시험을 뜻하는 단어는 ‘페이라스모스’(πειρασμός)인데, 이는 크게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첫째로, 어떤 사람이나 사물의 성질, 기능, 됨됨이 등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한 ‘테스트’(test)의 의미이다. 악의적인 목적이 아니라 시험 대상의 자질, 수준, 상태 등을 좀 더 분명하게 규정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시험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치르는 시험을 들 수 있다. 시험을 달갑게 여기는 학생은 없다. 그러나 시험은 학생들의 학습 능력을 판가름해주는 척도가 되곤 한다. 성경에서 하나님이 사람을 시험하신다고 할 때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하나님이 주시는 시험은 우리를 넘어뜨리기 위함이 아니라 연단을 통해 우리를 좀 더 성숙한 그리스도인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페이라스모스가 갖는 또 다른 뜻은 ‘유혹’(temptation)이다. 유혹의 목적은 우리를 그릇된 길로 향하게 하고 종국에는 우리를 넘어뜨리는 데 있다. 공생애를 시작하시기 전 예수님을 각종 유혹으로 무너뜨리고자 했던 사탄의 시험, 예수님의 말을 책잡아 모함하기 위해 난해한 질문을 던졌던 대적자들의 시험, 성도들이 주님을 온전히 따르지 못하도록 마귀가 가져오는 각종 시험이 바로 이 두 번째 의미에 해당하는 시험이다. 성도들에게 이러한 종류의 시험은 단호히 물리쳐야 할 시험이며, 이에 빠지지 않도록 늘 깨어 기도해야 하는 시험이다.
페이라스모스와 동의어로 사용되는 단어로서 ‘도키마조’(δοκιμάζω)가 있다. 이 단어 역시 ‘시험하다’(test)라는 뜻을 갖는다. 특히 바울서신에서 이 단어의 용례가 인상적이다. 바울은 하나님의 시험을 통과하거나 마귀에게 시험을 받는 수동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아니라, 선하고 좋은 것을 헤아리고 분별하는 존재로서 시험의 주체가 될 것을 권면하고 있다.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도키마조) 하라”(롬 12:2), “주를 기쁘시게 할 것이 무엇인가 시험(도키마조)하여 보라”(엡 5:10), “너희로 지극히 선한 것을 분별하며(도키마조) 또 진실하여 허물없이 그리스도의 날까지 이르고”(빌 1:10).
이와 같은 본문들은 그리스도인들이 그저 시험을 당하는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고 시험하는 능동적인 존재임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주님 안에 거함으로써 갖게 된 영적 분별력으로 하나님의 뜻에 맞는 선한 일을 도모하여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존재들이 바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다.
이제 ‘시험’을 마주하는 우리의 자세는 다음과 같아야 할 것이다.
첫째, 우리는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기까지 여러 연단과 도전을 통해 우리를 시험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이상하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약 1:2, 12). 그러한 시험을 통해 우리는 순금과 같이 단련되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쓰임 받는 존재들이 될 수 있다.
둘째, 우리는 하나님을 시험하도록 부추기는 마귀의 영적 시험을 경계해야 하며 그가 불러일으키는 유혹에 빠져 넘어지지 않도록 깨어 기도해야 한다.
셋째, 우리는 이 세상에서 사는 동안 모든 일을 영적으로 분별하고 시험하여 우리의 삶을 통해 하나님께 영광을 올려드리는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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