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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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5 14:08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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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려왔던 모든 것들이 내가 지나왔던 모든 시간이 내가 걸어왔던 모든 순간이 당연한 것 아니라 은혜였소’. 손경민 씨가 작사 작곡한 ‘은혜’라는 찬양 가사다. 많은 그리스도인이 이 찬양을 즐겨 부르는 이유는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니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다는 걸 깨닫기 때문이다. 은혜는 나의 공로나 노력이 포함되지 않기에 하나님이 주신 선물과도 같다. 그렇다면 성경에서 선물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번 호에서는 성경에서 쓰인 선물에 대한 단어의 원어적 의미를 살펴보고 선물을 받은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한다.
성경에서 선물로 변역된 헬라어는 ‘도론’(δῶρον)과 ‘도레아’(δωρεά)이다. 신약성경에서 19번 사용된 도론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자발적인 선물’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사람이 하나님께 드리는 선물’이라는 의미로 사용될 때 ‘예물’이라는 단어로 번역되었다.
“집에 들어가 아기와 그의 어머니 마리아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엎드려 아기께 경배하고 보배합을 열어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도론)로 드리니라”(마 2:11).
“그러므로 예물(도론)을 제단에 드리려다가 거기서 네 형제에게 원망들을 만한 일이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 예물(도론)을 제단 앞에 두고 먼저 가서 형제와 화목하고 그 후에 와서 예물(도론)을 드리라”(마 5:23-24).
“예수께서 이르시되 삼가 아무에게도 이르지 말고 다만 가서 제사장에게 네 몸을 보이고 모세가 명한 예물(도론)을 드려 그들에게 입증하라 하시니라”(마 8:4).
또한 가난한 과부가 헌금하는 내용에서 도론이 ‘헌금’이라고 번역되어 사용되었다. “예수께서 눈을 들어 부자들이 헌금함에 헌금(도론) 넣는 것을 보시고 … 저들은 그 풍족한 중에서 헌금(도론)을 넣었거니와 이 과부는 그 가난한 중에서 자기가 가지고 있는 생활비 전부를 넣었느니라 하시니라”(눅 21:1-4).
이와 반대로 도론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는 선물’로 사용되기도 했다. “너희는 그 은혜에 의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았으니 이것은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도론)이라”(엡 2:8). 이처럼 도론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서로 간에 주고받는 일반적인 선물의 개념이다.
도레아에 대해서 살펴보자. 도레아는 도론에서 파생된 단어로써 신약성경에서 11번 사용되었다. 도론이 사람과 하나님이 주시는 선물을 의미한다면, 도레아는 ‘하나님이 주시는 선물’을 나타내는 의미로만 쓰였다. ‘하나님의 선물’(δωρεά, 요 4:10; 행 8:20, 11:17; 엡 3:7), ‘성령의 선물’(δωρεά, 행 2:38, 10:45),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로 인해 주어지는 선물’(δωρεά, 롬 5:15), ‘그리스도의 선물’(δωρεά, 엡 4:7), ‘은혜와 의의 선물’(δωρεά, 롬 5:17), ‘하늘의 은사’(δωρεά, 히 6:4)로만 사용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만한 점은 교회의 직분을 하나님이 주시는 선물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우리 각 사람에게 그리스도의 선물의(도레아) 분량대로 은혜를 주셨나니 그러므로 이르기를 그가 위로 올라가실 때에 사로잡혔던 자들을 사로잡으시고 사람들에게 선물을 주셨다 하였도다 올라가셨다 하였은즉 땅 아래 낮은 곳으로 내리셨던 것이 아니면 무엇이냐 내리셨던 그가 곧 모든 하늘 위에 오르신 자니 이는 만물을 충만하게 하려 하심이라 그가 어떤 사람은 사도로, 어떤 사람은 선지자로, 어떤 사람은 복음 전하는 자로, 어떤 사람은 목사와 교사로 삼으셨으니”(엡 4:7-11).
승천하시는 예수님이 사단에게 사로잡혔던 사람들을 자신의 소유로 삼으시고 사람들에게 선물을 주셨다. 이 구절은 바울이 시편 68편 18절을 인용한 것이다. “주께서 높은 곳으로 오르시며 사로잡은 자들을 취하시고 선물들을 사람들에게서 받으시며 반역자들로부터도 받으시니 야훼 하나님이 그들과 함께 계시기 때문이로다”(시 68:18).
이 인용을 보면 본문 상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시편에서는 주님이 사람들에게서 선물들을 “받으시며”라고 했지만, 바울은 예수님이 사람들에게 선물을 “주셨다”라고 했기 때문이다.
바울이 실수로 잘못 인용한 것일까? 사실 구약성경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던 바울은 고대 사회의 정복 관습을 적용한 것이다. 보통 정복자는 포로에게 전리품을 받아 자신의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또한 각기 아람어와 시리아어로 되어 있는 두 개의 고대 시편 번역판에서는 ‘받았다’ 대신 ‘주었다’로 번역되어 있다.
다시 말해, ‘받는 것’과 ‘주는 것’이 분리될 수 없을 만큼 서로에게 속해 있다는 것이다. 베드로도 오순절 사건을 이러한 맥락을 고려하면서 설명했다. “하나님이 오른손으로 예수를 높이시매 그가 약속하신 성령을 아버지께 받아서 너희가 보고 듣는 이것을 부어 주셨느니라”(행 2:33). 예수님은 하나님께 성령을 받아서 우리에게 부어주셨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다. 하나님이 자격 없는 우리에게 모든 것을 선물로 주셨다. 하지만 선물을 받은 걸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하나님이 주신 것은 받은 것과 분리할 수 없듯이, 우리도 하나님께 받은 선물을 다른 사람에게 전해주는 사역자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하나님의 선물을 받은 사람이 하나님께 은혜를 보답하는 방법이다. 비록 적은 액수지만 진심을 담아 헌금했던 과부처럼, 2024년에는 하나님께 받은 선물을 다른 사람에게도 전해주게 되길 소망한다.
“그러나 이 은사는 그 범죄와 같지 아니하니 곧 한 사람의 범죄를 인하여 많은 사람이 죽었은즉 더욱 하나님의 은혜와 또한 한 사람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로 말미암은 선물(도레아)은 많은 사람에게 넘쳤느니라”(롬 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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