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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줌인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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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0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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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미국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교수인 로버트 윌딩어는 관계가 행복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이는 그가 속한 연구팀이 1938년부터 85년 동안 724명의 인생을 관찰해온 결과이다. 좋은 관계를 위해서는 먼저 상대방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공감해야 소통이 되기 때문이다. 하나님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하나님과 좋은 관계를 맺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말씀을 경청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열심히 신앙생활을 해도 결국 하나님과 상관없는 일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경청은 모든 관계에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호에서는 성경이 말하는 듣는 것에 관해 살펴보려고 한다.

 

성경에서 듣다와 관련된 히브리어는 샤마’(שָמַע)이다. 이 단어는 구약성경에서 1,160번이나 나온다. 구약성경 히브리어 동사 중에 8번째로 많은 횟수이다. 샤마의 기본적인 의미는 누군가의 말을 듣는 것이다. 성경에서 나타난 몇 가지 용례를 통해 살펴보자. 어떤 사람이 요셉에게 형들이 도단으로 가자라고 말한 것을 들었다고 말할 때 샤마가 사용되었다. “내가 그들의 말을 들으니(샤마) 도단으로 가자 하더라”(37:17). 광야에서 하나님이 모세를 대항하는 미리암과 아론의 말을 들을 때도 샤마가 사용되었다. “그들이 이르되 야훼께서 모세와만 말씀하셨느냐 우리와도 말씀하지 아니하셨느냐 하매 야훼께서 이 말을 들으셨더라(샤마)”(12:2). 시내산에 도착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때도 샤마가 사용되었다. “야훼께서 불길 중에서 너희에게 말씀하시되 음성뿐이므로 너희가 말소리만 듣고(샤마) 형상은 보지 못하였느니라”(4:12). 이처럼 샤마는 사람과 사람, 하나님과 사람이 하는 말을 들을 때 사용되었다.

 

그런데 샤마는 단지 듣다라는 의미로만 사용되지 않았다. 귀로 듣고그 말을 이해하여 순종하는 의미로도 쓰였다. 그래서 한글 번역 성경에는 샤마가 한 단어인데도 상황에 맞게 듣다순종하다로 번역된다. 몇 가지 용례를 통해 살펴보자. 하나님이 이삭에게 가나안에 머물라고 하시며 아브라함의 순종에 대해 언급하실 때 샤마가 사용되었다. “이는 아브라함이 내 말을 순종하고(샤마) 내 명령과 내 계명과 내 율례와 내 법도를 지켰음이라 하시니라”(26:5). 시내산에서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들과 언약을 세울 때 그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모두 준행하겠다고 말할 때도 샤마가 사용되었다. “언약서를 가져다가 백성에게 낭독하여 듣게 하니 그들이 이르되 야훼의 모든 말씀을 우리가 준행(샤마)하리이다”(24:7). 불순종을 표현할 때도 마찬가지로 샤마가 사용되었다. “야곱이 탈취를 당하게 하신 자가 누구냐 이스라엘을 약탈자들에게 넘기신 자가 누구냐 야훼가 아니시냐 우리가 그에게 범죄하였도다 그들이 그의 길로 다니기를 원하지 아니하며 그의 교훈을 순종하지(샤마) 아니하였도다”(42:24). 어떤 본문에서는 샤마가 듣는 것순종의 의미로 각각 번역되어 사용되기도 했다. “사무엘이 이르되 야훼께서 번제와 다른 제사를 그의 목소리를 청종(샤마)하는 것을 좋아하심 같이 좋아하시겠나이까 순종(샤마)이 제사보다 낫고 듣는 것이 숫양의 기름보다 나으니”(삼상 15:22). 이를 통해 성경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것은 순종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명기 64절에 보면 유대인들이 지금도 지키고 있는 율법의 대강령이 나온다. “이스라엘아 들으라(쉐마) 우리 하나님 야훼는 오직 유일한 야훼이시니”(6:4). 여기서 쉐마’(שְׁמַ֖ע)는 샤마의 명령형이다. 여기에서도 들으라라는 의미는 귀로만이 아니라 듣고 행하라, 즉 순종하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듣고도 순종하지 않는다면 제대로 들었다고 할 수 없다. 성경이 말하는 들으라라는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이 듣고 순종해야 할 일은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네 하나님 야훼를 사랑하라”(6:5)이다.

 

이 말씀은 신약성경에서 다시 인용된다. 예수님은 모든 계명 중에서 어느 계명이 가장 중요한지를 묻는 서기관에게 하나님 사랑을 뜻하는 신명기 64-5절과 이웃 사랑을 뜻하는 레위기 1918절을 인용하여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 이 두 계명이 가장 큰 계명이라고 말씀하셨다(22:34-40; 12:28-34). 그리고 십자가에서 고난을 당하시므로 하나님의 뜻에 온전히 순종하여 하나님의 사랑을 나타내셨다. 더불어 모든 사람의 죄를 대속하심으로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계명도 이루셨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온전히 순종하심으로 우리에게 본을 보여주셨다.

 

샤마라는 단어를 살펴보면서, 오늘날 크리스천이 삶 가운데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되돌아보게 된다. 그렇다. 올바른 들음이 없기 때문에 순종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다는 것은 곧 그분의 뜻을 깨닫는 것이다. 따라서 귀를 통해만이 아니라 온 마음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예수께서 하나님의 말씀을 붙들고 광야의 시험을 이겨내셨을 때 성령의 능력으로 충만케 되셨던 것처럼, 우리도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깨달아 순종하는 삶을 통해 성령의 능력으로 충만한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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