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
(여의도순복음교회 국제신학연구원장)
페이지 정보
22-09-29 09:59관련링크
본문
봉사란 “국가, 사회 또는 남을 위하여 자기를 돌보지 않고 힘을 바쳐 애씀”을 말한다. 특정 사람이나 단체에 종속되어 낮은 자세로 섬기는 자의 모습이다. 그러나 신약성경에서 봉사란 주님의 은혜를 따라 죄와 질병으로부터 자유를 얻은 사람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하나님과 이웃을 섬기는 자로 살아가는 모습을 가리킨다.
헬라어로 ‘봉사하다.’라는 표현은 ‘디아코네오’(διακονέω)라는 말이며 여기서 ‘봉사’, ‘임무’, ‘사역’ 등을 의미하는 ‘디아코니아’(διακονία), 그리고 ‘일꾼’, ‘섬기는 자’, ‘봉사자’, ‘하인’, ‘집사’ 등을 뜻하는 단어 ‘디아코노스’(διάκονος)가 파생되었다. 고대 그리스에서 ‘디아코네오’라는 단어는 일반적으로 ‘식탁에서 대기하다.’ 또는 ‘식탁에서 시중들다.’라는 의미로 쓰였는데, 이는 당시 사회에서 주로 노예들이 하는 일을 가리킨다. 마가복음 1장에서는 시몬 베드로의 장모가 예수님으로부터 열병을 치료받는 모습이 나타나는데, 31절을 보면 “나아가사 그 손을 잡아 일으키시니 열병이 떠나고 여자가 그들에게 수종드니라”라는 표현이 있다. 여기서 우리말로 “수종드니라”라고 번역된 말이 바로 위에서 언급한 ‘디아코네오’이다. 열병으로부터 구원받은 시몬의 장모가 감사한 마음으로, 마치 하인이 식탁에서 상전을 모시듯이 예수님과 일행을 섬긴 것이다.
이렇듯 디아코니아는 우리를 전인적으로 구원하신 예수님의 사랑을 바탕으로 이웃을 섬기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식탁에서의 섬김’(디아코네오)은 단순한 봉사가 아니다. 이는 하나님 나라의 풍성한 식탁에서 주린 자들을 먹이시는 주님의 환대를 본받는 행위이다. 이러한 신약의 봉사는 교회와 성도를 돌보고 도움을 베푸는 일(엡 4:12), 헌금을 모금하는 행위(고전 16:1-2), 집사의 직분을 갖고 섬기는 일(딤전 3:12-13) 등으로 폭넓게 나타난다. 특별히 예수님은 곤경에 처한 이들을 섬기는 것을 구원과 연관하여 말씀하시면서 믿음이 행위로 나타나야 함을 선포하셨고(마 25:34-46), 어려운 사정 가운데 있는 이가 곧 이웃임을 가르치셨다(눅 10:29-37). 나아가 예수님은 다른 사람 위에 군림하는 자가 아니라 낮아져 섬기는 자가 하나님 나라에서 큰 자라고 단언하시기도 했다(막 10:42-45).
봉사(디아코니아)의 개념은 구약성경 가운데 나타난 이웃 사랑에 관한 말씀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야훼 하나님 한 분만을 섬기는 공동체인 이스라엘은 하나님으로부터 “네 이웃 사랑하기를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 나는 야훼이니라”(레 19:18)라는 명령을 받았다. 여기서 말하는 이웃은 고아나 과부와 같은 약자들과 경제적으로 가난한 자들, 그리고 이방인과 같이 사회적으로 소외당한 이들을 말한다. 구약성경은 이런 사람들에게 의복이나 양식을 나누어주거나 정치·경제적 정의를 실천함으로써 이들을 보호하고 섬기는 것이 이스라엘 백성의 의무라고 말씀한다. 다시 말해 구약성경에서의 디아코니아는 사회적 약자들을 돌보고 우대하는 정신을 정치, 경제, 사회, 종교 등의 분야에 구체적으로 적용한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맥락은 기독교 복음의 핵심이 디아코니아에 있음을 보여준다.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은 사랑의 섬김과 헌신 가운데 예수 그리스도께서 가르쳐주신 하나님 나라 복음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권력과 재력을 가진 자들은 복음이 가르치고 있는 섬김을 실천함으로써 구원받은 성도의 참된 행복을 만끽할 수 있다. 교회는 역사 속에서 이러한 디아코니아의 실천을 끊임없이 실천해왔다. 초대 교회는 나그네, 고아, 과부, 수감자, 여성 등 당시 사회에서 약자들을 만나고 환대하며 돌보는 일에 힘썼다. 중세교회 역시 암울한 상황 가운데에서도 교회적 차원의 디아코니아를 실천하며 구제와 봉사에 힘썼다. 루터와 칼빈 같은 개혁자들도 이웃 사랑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을 적극적으로 돌보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전통이 오늘날 한국 교회에도 뚜렷하게 이어지고 있는가?
한마디로 말해서 교회와 봉사는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성도들이 주위에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섬기는 행위야말로 기독교 신앙의 본질적인 모습이다. 특별히 디아코네오는 ‘따르다’라는 뜻의 아콜루떼오(ἀκολουθεω)와 함께 제자로서 행해야 할 제1덕목이다(막 15:41). 예수 그리스도가 재림하시고 하나님의 나라가 완성되어 모두가 천상의 식탁에 앉는 그 날이 오기까지 주님을 따라가는 교회의 디아코니아는 멈추지 않고 지속되어야 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