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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에 핀 백합화를 통한 묵상

문정모 목사(경기남부지방회장, 하늘빛순복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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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6-09-0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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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의 백합화가 어떻게 자라는가 생각하여 보라 수고도 아니하고 길쌈도 아니하느니라”(마 6:28).


계절이 바뀔 때마다 산책길에서 이름 모를 들꽃들을 만난다. 누구의 주목도 받지 못한 채 소리 없이 피어나고, 때가 되면 조용히 지는 그 작은 꽃들을 바라보면 어느새 하나님의 놀라운 사랑을 묵상하게 된다. 작고 연약해 보이는 생명들이지만, 바로 그 연약함 속에서 창조주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신비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영국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는 이렇게 노래했다. “한알의 모래알을 통해 세상을 보고, 한송이 들꽃을 통해 천국을 본다.”

이 짧은 시는 작은 것에 담긴 무한한 세계를 바라보는 영적인 시선을 일깨워준다. 같은 들꽃을 바라보더라도 무엇을 보는가는 그 사람의 마음과 눈에 달려있다. 세상은 보이는 그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바라보는 사람의 영성만큼 깊어지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도 말씀하셨다. “들의 백합화를 보라.”

백합은 스스로를 치장하지도 않고 내일을 염려하지 않는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그 꽃을 영화롭게 입히신다. 예수님은 백합을 통해 인간의 참된 가치가 성취나 소유에 있지 않고 하나님의 사랑과 돌보심 안에 있음을 가르쳐 주었다. 백합은 하나님의 섭리를 신뢰하며 살아가는 존재의 상징이다.

 

들꽃 역시 화려한 정원의 꽃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자리에서 묵묵히 피어나고, 자신의 때가 되면 조용히 열매를 남긴 채 사라진다.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낮아짐의 영성, 신뢰의 영성, 성숙의 영성을 묵상한다.

 

신학자 헨리 나우웬(Henri Nouwen)은 현대인은 성공과 인정, 권력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예수님은 가장 낮은 자리에서 사랑과 섬김으로 하나님 나라를 드러내셨다. 들의 백합도 자신의 아름다움을 자랑하기 위해 다른 꽃들과 경쟁하지 않는다. 그저 하나님이 허락하신 자리에서 충실하게 피어날 뿐이다. 나우웬은 이러한 삶을 낮아짐의 영성으로 부르며, 영적 성숙은 더 높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따라 더 낮아지고 더 깊이 사랑하는 삶이라고 말한다.

 

스캇펫(M.Scott Peck) 역시 영적 성숙은 현실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받아들이고 사랑을 선택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백합은 폭풍과 비바람 속에서 쓰러지는 듯 보일 때도 있지만 계절이 오면 다시 꽃을 피운다. 영적 성장은 고난이 없는 삶이 아니라 고난 속에서도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신뢰하며 다시 일어서는 삶이다. 결국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백합의 비유와 나우웬의 낮아짐의 영성, 그리고 스캇펫이 말한 성숙의 영성은 하나님의 진리 안에서 만난다.

그것은 자아를 확대하고 높이려는 삶이 아니라 하나님께 자신을 맡기는 삶이다. 염려보다는 신뢰를, 경쟁보다는 사랑을, 성공보다 섬김을 선택하는 삶이야말로 하나님 나라의 영성이다.

 

산책길에서 만나는 작은 들꽃들은 오늘도 말없이 복음을 전하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가장 작은 생명도 잊지 않으시며, 가장 낮은 자리에서도 놀라운 아름다움을 피어나게 하신다. 들꽃을 바라볼 때마다 나는 염려보다 하나님의 돌보심을 신뢰하는 법을 배운다. 감사와 찬양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기쁨을 배우고 낮아짐을 통해 사랑과 섬김을 익힌다.

 

또한 공동체 안에서 다정한 미소와 따뜻한 말 한마디로 서로를 세워가는 삶이야말로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삶임을 깨닫는다. 어려움과 고난을 피하려 하기보다 그것을 믿음으로 견디며 소명으로 살아갈 때 우리는 하나님 안에서 참된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 

 

오늘도 들에 핀 백합화는 말없이 나를 가르친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자리에서 피어나고 맡겨진 시간을 충실히 살아가며, 자신의 아름다움을 자랑하지 않고 창조주를 드러내는 삶, 어쩌면 그것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영적 성숙의 모습일 것이다. 나 역시 한 송이 들꽃처럼 하나님 안에 머물며, 사랑으로 피어나고, 감사로 살아가는 사람이 되길 조용히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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