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교회에서 온 편지 / “주님, 농어촌의 연로하신 목회자들과 교회 위에 은총을 베풀어 주시옵소서”
엄진용 목사(교단 총무, 문막순복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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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3 12:57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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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나는 강원도 문막 시골에서 고령인데도 몇 분의 할머니 교인들을 위해서 은퇴하지 않고 목회하고 계시는 아버지(엄기봉 목사)께서 평생을 섬기시는 교회인 문막순복음교회에 담임목사로 취임했다.
90세를 넘긴 아버지는 마음은 청춘이고, 하나님 앞에서의 열정은 어떤 젊은 목사에게 뒤지지 않으신다. 아버지는 은퇴하고 싶어도 할머니만 몇 분 계시는 농촌교회의 목사이기에 아직도 은퇴하지 못하고 현역에 계신다.
내가 아버지 교회로 간 것은 교단 총무로서 지난 2년간 전국의 농어촌 미자립 교회들을 돌아보다가 어느 날 문득 이제 내가 섬겨야 할 강단은, 시골에서 할머니들 몇 분을 모시고 목회하고 계시는 아버지가 목회하는 교회(문막순복음교회)라는 성령께서 주시는 감동이 있어서였다.
그래서 나는 문막순복음교회의 담임목사로 부임했는데 다른 농어촌교회와 마찬가지로 교인 몇 분에, 재정도 거의 없었다. 아버지가 담임하는 교회는 내가 수원에서 목회할 때 하나님께 올리는 예배를 위해서 그렇게 심혈을 기울이고 양성한 찬양팀도 없고, 앰프와 스피커와 마이크는 있지만 소리가 형편없었다. 물론 피아노도 없고, 반주자도 없었다. 있는 것은 미가엘 반주기만 강단에 덩그러니 있었다. 그동안 나는 목회하면서 찬양팀과 함께 예배드렸기에 미가엘 반주기만을 따라 하는 찬양이 너무너무 생소하고 어려웠다.
나는 일단 팔을 걷고 교회 청소부터 시작했다. 교회 벽에 페인트를 칠했다. 일단 조금 성능이 나은 앰프를 구입하고, 스피커도 구입하고, 마이크도 구입했다. 교회 재정이 없어 모두 내 사비로 구입했다. 그래도 신이 났다. 참으로 열심히 했다. 동네를 돌면서 이전에, 문막순복음교회에 출석했던 사람들을 수소문해 찾아가 심방하며 교회에 다시 나오라고 권면했다. 그렇게 마음을 다해 부흥을 꿈꾸며 성령님을 의지하고 전도를 시작한 후 교회를 떠났던 성도들이 한 사람, 두 사람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보시는 늙으신 아버지 목사님과 어머니의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부임한 지 5개월이 되지 않아 교인 32명이 모여 예배를 드리게 되었다. 농촌교회에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그래서 장경동 목사님을 초청해서 부흥회를 열었고, 윤항기 목사님을 초청해 찬양 예배를 드렸고, 이용식 집사를 초청해 간증 집회도 했다. 이때마다 온 마을에 예배와 집회를 알리는 현수막을 몇 개씩 걸었고, 주보를 많이 만들어서 지역 신문에 넣어 배포하였다. 그때 나를 아는 여러 목회자가 몇 번이나 성도들을 모시고 주일 오후에 문막순복음교회를 찾아 주었다. 그분들이 얼마나 힘이 되었던지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고마울 뿐이다.
현재 나는 목회 42년째로 접어들었다. 문막순복음교회 목회를 시작하고 5개월이 지난 지금 42년 전 처음, 춘천에서 정말 아무것도 없이 두려움도 없이 교회를 개척할 때인 20대 후반 전도사의 마음이 되었다. 아~ 정말 감사하고 행복하다.
지난 주일에는 나를 도와서 예배를 돕는 헌신자 몇 분을 합하여 무려 43명이 모여서 주일예배를 드렸다.
“주님, 우리나라 모든 농어촌교회 위에, 특히 은퇴하고 싶어도 은퇴할 수 없어 목회하는 농어촌의 모든 연로하신 목회자들 위에, 농어촌교회 성도들 위에 은총을 가득 베풀어 주시옵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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