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설교의 흐름(ⅩⅥ)
조지훈 교수(한세대학교 설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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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은정 작성일24-09-10 14:09본문
현상학적 설교학 발전시켜
설교를 통해 청중의 의식에서 일어난 현상에 관심
설교자는 사진작가처럼 이미지를 만들어낼 줄 알아야
설교자라면 누구나 은혜로운 말씀을 전하길 소망한다. 그러나 설교를 준비하고 전달하는 일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성경에 대한 깊은 묵상과 연구, 철저한 원고 준비, 준비된 원고의 정확한 전달 등등 설교에는 다양한 활동들이 연관되어있기 때문이다. 기독교 역사 속에서 설교 이론과 방법론이 계속해서 연구되고 개발되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설교 이론을 소개하고 설교 방법론을 제시하는 글을 연재한다. 목회 일선에서 오늘도 설교 준비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설교자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편집자주>
데이비드 버트릭이 현대 설교학계에서 중요한 학자 중 하나인 이유는 그가 전개하는 독특한 설교 방법론 때문이다. 그가 제시하는 설교 방법론을 ‘현상학적 설교’(Phenomenological preaching)라고 한다. 이 방법론을 통해 버트릭이 이루고자 하는 설교의 목표는 설교자가 선포하는 복음이 청중의 의식 속에서 무엇인가를 일으키는 것이다. 즉, 그는 설교자의 언어를 통해 청중의 마음 속에서 어떤 현상들이 일어나는가를 질문한다. 이런 방법론을 통해 그는 “인간의 의식 속에 말씀의 역사가 일어나게 하기 위해서 어떻게 설교가 구성되어야 하고, 어떠한 언어가 사용되어야 하는가”에 관심을 갖는다(김운용, 『설교의 새로운 패러다임』, 139).
그렇다면 ‘현상학’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현상학은 20세기 에드문트 후설(Edmund HUsserl)에 의해 시작되었다. 후설은 자연과학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정신적 영역이 위기 가운데 내몰리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을 물리와 수로 환원해서 생각하려는 자연과학적인 방법으로는 인간의 정신을 제대로 연구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결국 그가 내린 결론은 “인간의 의식은 항상 어떤 대상(무엇)을 향해 관계를 맺고 있으며, 대상 역시 의식을 매개로 하지 않고서는 그 대상 자체로만 존재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의식과 대상 자체가 불가분 관계일 수밖에 없다.”라는 것이었다(송관석, “데이비드 버트릭의 현상학적 설교학 연구”, 45).
여기서 중요한 것이 인간의 의식과 대상의 관계이다. 이 관계를 후설은 ‘지향성’이라는 말로 규정한다. 같은 대상을 보더라도 다른 지향성을 갖게 되면 다른 의미를 얻게 된다. 예를 들어, 꽃을 보면서 어떤 사람은 그 꽃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그 꽃이 어떻게 그와 같은 색을 갖는지 과학적인 분석을 하기도 한다. 꽃이라는 대상에 대한 인식 주체의 지향성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후설은 “모든 존재물들은 의식과의 관계 속에서 그리고 의식은 그것들과의 관계 속에서, 즉 ‘지향성’ 안에서 함께 규정”된다고 생각한다. 결국 그와 같이 인간 의식에 드러나는 그대로의 현상을 기술하고자 하는 것이 후설의 현상학의 목적이다.
버트릭은 청중의 의식에 무엇인가를 일으키는 수단으로써 ‘언어’와 설교의 구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버트릭은 설교자의 언어를 통해 청중들의 의식 속에 하나님의 세계가 세워진다고 믿었다. 설교자의 언어는 이미지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나 그와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언어는 단순히 나열되어서는 안 된다. 설교자의 언어는 여러 개의 장면을 만들어내야 하고 설교자가 언어를 통해 만들어내는 장면이 청중의 의식 속에 말씀의 사건을 일으키는 것이다.
버트릭은 설교자가 만들어내는 이미지가 청중의 의식 속에서 전개되는 것을 ‘움직임’이라고 정의한다. 이 움직임이 설교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다. 이런 이미지와 움직임을 만들어내기 위해 버트릭은 설교자가 사진작가와 같아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사진작가는 어떤 물체를 필름에 담으려고 할 때 먼저 배경을 고려하고, 보다 넓은 정경을 담을 것인지 근거리에서 찍을 것인지를 결정한다. 그리고 구조를 결정하고 보는 각도를 선택하여 셔터를 눌러 그 정경을 필름에 담게 된다. 사진작가와 비슷하게 설교자들도 설교를 일련의 장면들로 만들어 청중들로 하여금 보게 하고, 느끼게 하고, 이해하게 함으로써 설교가 청중들의 의식 속에 인식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송관석, 49).
전통적인 설교학에서는 성경 본문 속에서 하나의 주제를 축출해 몇 개의 대지로 만들고 각각의 대지를 설명하고 논증하는 식으로 설교를 구성했다. 그러나 버트릭의 현상학적 설교는 설교자가 언어를 통해 만들어낸 이미지가 장면으로 구성되고 그 장면들이 연결되는 움직임을 갖는다. 전통적인 설교가 인간의 이성을 자극하는 것이라면 버트릭의 현상학적 설교는 이미지를 통해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다. 버트릭의 설교 방법론에서 설교자는 “하나님의 말씀을 각 장면의 움직임으로 잘 구성하여, 말씀을 듣는 청중들이 그 메시지를 그들의 의식 속에서 보고 느끼며 이해하며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도록” 해주어야 한다(송관석, 52).
버트릭은 설교자의 설교가 선포될 때 청중의 의식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즉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가에 주목했다. 이처럼 다른 설교학자들이 주목하지 못했던 인간 의식에 관심을 가졌다는 것이 그가 현대 설교학계에서 중요한 학자로 인정받는 이유 중 하나이다. 또한 청중 중심의 설교학을 개진했다는 점에서 버트릭 역시 새로운 설교학 운동의 진영에 속한 설교학자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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