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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설교의 흐름(Ⅴ)

조지훈 교수(한세대학교 영산신학대학원)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이은정 작성일24-02-27 10:06

본문

 

케리그마 설교학, 설교를 계시 사건으로 이해해

케리그마는 설교의 내용인 동시에 하나님의 행동

하나님은 설교 통해 지금도 성도들을 만나주셔

 

조지훈 목사.jpg

설교자라면 누구나 은혜로운 말씀을 전하길 소망한다. 그러나 설교를 준비하고 전달하는 일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성경에 대한 깊은 묵상과 연구, 철저한 원고 준비, 준비된 원고의 정확한 전달 등등 설교에는 다양한 활동들이 연관되어있기 때문이다. 기독교 역사 속에서 설교 이론과 방법론이 계속해서 연구되고 개발되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설교 이론을 소개하고 설교 방법론을 제시하는 글을 연재한다. 목회 일선에서 오늘도 설교 준비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설교자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편집자주>

 

5-3. 케리그마 설교학이 제시하는 설교의 내용

 

케리그마 설교학은 예수님과 제자들이 선포했던 복음의 핵심 내용인 케리그마를 전달하는 것을 설교의 목적으로 제시한다. 그런 의미에서 설교자의 임무는 성경 속에서 케리그마를 발견하는 것이며 그렇게 발견된 케리그마가 설교의 내용이 된다. 지난 시간에도 살펴보았듯이 성경 속에 담긴 케리그마를 그대로 전달하는 것은 소통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왜냐하면 성경의 케리그마는 2천 년 전에 성경을 읽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성경의 케리그마가 오늘날 청중들에게 적용되기 위해서는 그리스도께서 임재하셔야 한다. 예수님의 임재를 통해 2천 년 전에 선포된 케리그마는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동일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설교의 내용이 케리그마적인 진리 또는 복음의 핵심이어야 한다는 점이 케리그마 설교학과 전통적인 설교학을 구분하는 차별점이다. 전통적인 설교학에서 설교의 내용은 성경 속에서 발견되는 진리였다. 그 진리는 하나의 문장으로 말할 수 있는 명제적인 것이었으며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객관적인 진리였다. 설교자는 성경 속에서 하나님이 주시는 진리를 발견하고 그것을 하나의 문장으로 서술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문장, 곧 진리에 대한 명제는 설교를 완성하기 위한 기초가 된다. 한편 전통적인 설교학이 제시하는 설교의 내용으로서의 진리를 케리그마 설교학에서는 성경에서 발견되는 케리그마적인 진리 또는 복음의 핵심이라고 부른다. 이 부분은 비슷해보이지만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C. H. 다드는 케리그마란 구약의 예언자들이 선포했던 내용이요, 예수님을 통해서 성취되었고, 제자들에 의해 선포된 내용으로 보았다. 따라서 오늘날 설교자는 성경의 다른 내용이 아니라 예언자들과 예수님과 제자들이 선포했던 케리그마를 선포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케리그마 설교학에 제시하는 설교의 내용으로서 케리그마적인 진리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는 이 진리는 단순히 신앙의 내용만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케리그마로서의 진리는 신앙의 내용인 동시에 구원을 베푸시는 하나님의 행위를 의미한다. 이 내용을 시드니 그레이다누스의 연구를 통해 좀 더 살펴보도록 하겠다. 그레이다누스는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과 행위를 분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 말씀은 하나님의 메시지의 내용을 이루어 가는 그분 자신의 행동이었다”(시드니 그레이다누스, 성경 해석과 성경적 설교, 21). 그는 히브리어 다바르말씀또는 행동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이런 그의 주장은 시편 336절 등을 통해 뒷받침된다. “여호와는 말씀으로 하늘을 지으시고, 입김으로 하늘의 별들을 만드셨습니다”(33:6, 쉬운성경).

 

케리그마 설교학에서 주장하는 케리그마적인 진리가 하나님의 말씀의 내용인 동시에 하나님의 행동을 의미한다는 사실은 칼 바르트에 의해서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칼 바르트는 설교는 왕이 자신의 입(mouth)인 대사를 통해 행하듯이 하나님이 인간의 말을 통해 말씀하시는 것이다”(Karl Barth, Chuch Dogmatics, I/1, 52)라고 생각했다. 하나님은 설교자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신다. 설교자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말씀하시고 그것을 행하신다. 하나님의 말씀은 생사의 문제이며 심판과 구원의 문제를 다룬다. 그러므로 그 말씀을 듣는 사람들은 믿음으로 반응해야 한다. , 바르트는 설교라는 통로를 통해 하나님이 자신의 세상에 드러내신다고 생각했다. 설교가 하나님의 계시의 수단이라는 것이다. 하나님은 설교를 통해 자신을 계시하시며 자신을 내어주신다. 그러므로 하나님을 계시하는 설교는 사건인 동시에 하나님과 인류에 관한 정보’(information)를 소통한다”(루시 앳킨슨 로즈, 하나님 말씀과 대화 설교, 90).

 

하나님의 말씀인 설교를 단순한 케리그마만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 가운데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가시는 하나님의 행동으로 이해하는 케리그마 설교학의 가르침은 오늘날 설교자들에게 몇 가지 교훈을 제공한다. 첫째, 설교라는 것이 성경에서 발견한 내용을 단순히 전달하는 것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설교자는 성경에서 발견된 진리를 설교를 통해 선포하지만 그 설교의 이면에는 하나님이 일하신다. 하나님은 택하신 설교자의 말을 통해 지금도 일하고 계신 것이다. 둘째, 설교는 하나님이 택하신 백성을 만나주시는 사건이다. 하나님은 설교자의 설교를 통해 하나님의 백성을 만나주신다. 설교를 통해 그들을 향한 자신의 뜻을 드러내신다. 설교의 내용은 지적인 메시지인 동시에 하나님의 구원과 성도의 성화를 가져오는 사건인 것이다. 루시 앳킨슨 로즈는 케리그마 설교학이 제시하는 설교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케리그마 설교학에서 이해하는 설교의 내용은 케리그마 그 자체로서 어느 시대든 결코 바꿀 수 없는 기독교 복음의 정수이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이 케리그마의 사건의 차원은 설교를 지적인 메시지 전달 이상의 사건을 만들어내는데, 설교의 사건적 차원은 케리그마 설교학을 전통적인 설교학과 구분하는 한 가지 기준이다”(루시 앳킨슨 로즈, 하나님 말씀과 대화 설교, 94). 설교를 하나의 사건으로 이해하는 것은 케리그마 설교학이 제시하는 설교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이다. 이와 같은 설교 이해는 새로운 설교학자들에게도 발견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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