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설교의 흐름(ⅩⅧ)
조지훈 교수(한세대학교 설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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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31 13:22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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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의 통일성 강조
하나의 본문, 주제문, 교의, 필요, 이미지, 사명 담아야
주제문은 언제나 서술문으로 작성해야
설교자라면 누구나 은혜로운 말씀을 전하길 소망한다. 그러나 설교를 준비하고 전달하는 일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성경에 대한 깊은 묵상과 연구, 철저한 원고 준비, 준비된 원고의 정확한 전달 등등 설교에는 다양한 활동들이 연관되어있기 때문이다. 기독교 역사 속에서 설교 이론과 방법론이 계속해서 연구되고 개발되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설교 이론을 소개하고 설교 방법론을 제시하는 글을 연재한다. 목회 일선에서 오늘도 설교 준비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설교자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편집자주>
현대 설교학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 중 하나는 설교의 통일성이다. 이를 위해 토마스 롱은 초점문과 기능문을(토마스 롱, 『증언하는 설교』, 145-168), 해돈 로빈슨은 주요소와 보충요소를 가진 하나의 아이디어 또는 하나의 문장을 작성하라고 조언한다(해돈 로빈슨, 『강해설교』, 39-60). 여기서 설교의 통일성이란 설교 전체가 하나의 주제를 다룸으로써 얻게 되는 통일성이다. 롱과 로빈슨이 제안하는 초점문/기능문 또는 하나의 아이디어는 설교자가 설교를 작성할 때 표지판 역할은 물론 거름망의 역할을 한다. 즉, 초점문/기능문 또는 하나의 아이디어는 지금 설교자가 다루어야 할 주제가 무엇인지를 계속해서 알려주는 표지판인 동시에 설교에서 다루어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롱과 로빈슨의 조언에 따르면 초점문/기능문 또는 하나의 아이디어는 설교자의 설교 준비 작업을 도울 뿐만 아니라 설교를 듣는 청중들에게도 하나의 주제를 가진 보다 분명한 메시지를 들을 수 있도록 돕는다. 이것이 설교에 있어서 통일성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폴 스캇 윌슨 역시 설교의 통일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그가 제시하는 방법은 롱이나 로빈슨의 것보다 복잡하다. 그는 설교자가 통일성 있는 설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①성경에서 나온 하나의 본문(one text), ②그 본문으로부터 나온 하나의 주제문(one theme sentence), ③그 주제문으로부터 나온 하나의 교의(one doctrine), ④그 교의나 주제문이 역점을 두는 회중 안에 있는 필요(one need), ⑤그 주제문과 결합된 하나의 이미지(one image), ⑥하나의 사명(one mission). 윌슨은 이와 같은 여섯 개의 항목 - 본문(text), 주제(theme), 교의(doctrine), 필요(need), 이미지(image), 사명(mission) - 을 도로 표지판에 비유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도로 표지판들 각각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여행을 너무 느리게 만드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우리가 짐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안전하게 도착하도록 해주므로 실제로는 여행을 재촉해 주는 셈이다”(폴 스캇 윌슨, 『네 페이지 설교』, 59-60). 윌슨 교수는 여섯 개 항목의 머리글을 따서 TTDNIM으로 만들고 이를 근거로 외우기 쉽게 ‘저 작은 개는 이제 내 것이다’(The Tiny Dog Now Is Mine)이라는 문장을 만들었다.
설교의 통일성을 유지해주는 여섯 가지 표지들을 하나씩 살펴보자.
먼저는 하나의 본문이다. 설교는 반드시 본문을 필요로 하고 선택된 본문을 통해 설교라는 집이 완성된다. 윌슨은 설교자의 본문 선택이 회중의 필요나 설교자의 개인적인 선호도에 따라 선택될 수 있으며 성구집(lectionary)을 통해 선택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성경 본문 선택의 다양한 방법이 가진 장단점을 제시하며 설교자의 본문 선택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둘째는 하나의 주제문이다. 윌슨 교수는 주제문이란 “하나님이 설교를 통해 전달하시기 원하는 것을 설교자가 인식하도록 하나의 공식(one formulation)에 관한 것을 분명히 드러내기 위한 시도”라고 정의한다(『네 페이지 설교』, 65). 주제문은 본문의 요약이 아니다. 하나의 성경 본문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있다. 그러나 그 모든 의미를 설교에 담아낼 수는 없다. 따라서 설교자는 본문 해석 작업을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그 본문의 중심적인 의미를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그 본문에 대한 주제문을 작성해야 한다. 따라서 주제문 작성에는 설교자의 본문 연구와 여러 의미 중 하나를 고르는 선택이 필요하다.
한편 주제문은 반드시 서술문으로 작성되어야 한다. 의문문이나 감탄문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서술적으로 표현된 주제문은 본문에 대한 주제와 그것의 관계에 대해 구체적인 진술을 하게” 하기 때문이다(『네 페이지 설교』, 66). 부연하자면 성경 본문에는 여러 주제가 담겨있다. 또한 하나의 주제일지라도 다양한 의미들을 가진다.
예를 들어 가장 짧은 시편인 117편을 보자. “너희 모든 나라들아 야훼를 찬양하며 너희 모든 백성들아 그를 찬송할지어다 / 우리에게 향하신 야훼의 인자하심이 크시고 야훼의 진실하심이 영원함이로다 할렐루야”. 이 시편에서 주제는 쉽게 발견된다. ‘찬양’ 또는 ‘찬송’이다. 그러나 이 주제는 한 편의 설교에서 다루기에는 너무 크고 너무 넓다. 따라서 이 주제를 한정해 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주제에 대한 한정은 다른 곳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그 주제가 담긴 성경 구절이다.
한글 성경에는 빠져있지만 히브리어 원어와 영어성경에는 2절 앞부분엔 ‘왜냐하면’(for)이라는 접속사가 생략되어 있다. 따라서 시편 117편 2절이 1절의 주장, 곧 야훼를 찬양하고 찬송해야 하는 이유를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야훼의 인자하심이 크고 진실하심이 영원하기 때문에 야훼를 찬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 본문을 통해서 만들어질 수 있는 주제문은 다음과 같다. “우리가 야훼 하나님을 찬송해야 하는 이유는 야훼의 인자하심이 크고 진실하심이 영원하시기 때문이다.” 또는 “야훼의 인자하심이 크고 진실하심이 영원하시기에 우리는 야훼를 찬송해야 한다.” 이렇듯 주제문은 언제나 하나의 주어와 술어를 가진 서술문(평서문)으로 작성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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